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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이 다른 인생이지만 가난한 기분은 싫어"…영끌로 집 산 아빠,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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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1회 작성일 24-06-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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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프레소-124] 영화 ‘판타스틱 Mr. 폭스’

*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우화는 성인도 사유하게 한다. 어린 시절 읽을 때와 다른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여우와 포도’ 같은 게 대표적이다. 어릴 때는 자기가 못 따는 포도를 “어차피 신 포도”라며 체념하는 여우의 합리화를 비웃는다. 그러다 어른이 되면 본인 능력 밖의 일은 빠르게 포기하고 할 수 있는 일로 돌아가는 그의 ‘선택과 집중’을 다시 보게 된다.


quot;출발선이 다른 인생이지만 가난한 기분은 싫어quot;…영끌로 집 산 아빠, 다시 도둑이 되는데 [씨네프레소]

웨스 앤더슨 감독의 ‘판타스틱 Mr. 폭스’2009도 마찬가지다. 처음 보면 여우와 두더지 등 동물 친구들이 합심해서 인간의 농장을 터는 소동극에 정신없이 웃는다. 어떠한 메시지도 없는 깔끔한 코미디로 느껴진다.

그러나 햇볕이 잘 드는 집에서 살고 싶어 도둑질까지 마다 않은 주인공 미스터 폭스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생각해보면 조금 다른 이야기처럼 읽힌다. 이건 유사 이래 점점 심각해져온 부의 양극화를 풍자한 애니메이션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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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고비 넘긴 남편 “이제 도둑질 끊는다”고 했는데
이야기는 주인공 미스터 폭스목소리: 조지 클루니의 결심으로부터 시작된다. 폭스는 인간이 운영하는 농장을 털어 생계를 꾸리는 여우다.

어느 날 도둑질을 하던 도중 그는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된다. 임신한 부인메릴 스트립에게 개과천선하겠다고 약속한다. 부인,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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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칼럼니스트가 돼서 급여를 받으며 살아간다. 여우력으로 12년인간 기준 2년이 지나고, 미스터 폭스는 예전보다 덜 쫓기며 살게 됐지만, 삶에 만족하지는 못한다. 햇볕이 들지 않는 눅눅한 여우굴에 있노라면 어쩐지 “가난해진 기분이 들어”서다.

결국 그는 자기 벌이로 감당하지 못할 멋진 나무집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연간 9.5%라는 고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을 갚으며 살게 된다. 다시 도둑질에 손대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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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의 주거 조건을 갖고 싶은 게 죄일까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는 이 영화는 동물들의 삶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떠올려 보게 한다. 여우와 두더지, 비버 등 이 작품에 나오는 여러 짐승은 인간처럼 입고 다니고, 공부하고, 경제 활동을 영위한다는 점에서 인간을 묘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감독이 야생동물의 모습을 한 인간들을 통해 드러내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애초 출발선이 다른 인생이 존재한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반칙 없이는 다른 사람과 동일한 속도로 살 수 없는 인생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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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대조적으로 농장에서 풍족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은 처음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삶을 표현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 여우처럼 도둑질을 하며 풍요롭게 살자는 주장은 아닐 것이다.

단지, 햇볕이 잘 드는 집에서 사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기본 조건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정당한 방법만으로는 실현할 수 없는 꿈이 되는 사회의 구조를 사유해볼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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