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 할머니들 업고 뛰어 영덕서 주민 수십명 구한 숨은 영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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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산불 피해지역인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 3리에서 취업비자로 입국한 인도네시아 국적의 수기안토31씨와 마을 어촌계장인 유명신 씨가 화마가 지나간 주택 앞에서 당시 급박했던 구조 순간을 말하고 있다. 2025.3.31/뉴스1
영덕=뉴스1 최창호 기자 = "빨리 할머니와 주민들을 구해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25일 오후 강풍을 타고 영덕군 축산면 등 해안마을을 덮쳤을 당시 40대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 선원이 위험을 무릅쓰고 마을 주민들을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산불이 급속히 확산한 25일 오후 11시쯤 마을어촌계장 유명신 씨는 인도네시아 선원 수기안토31씨와 함께 몸이 불편한 마을 주민들을 먼저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집집마다 뛰어다니며 불이 났다는 것을 알렸다.
8년 전 취업비자로 입국해 선원으로 일하고 있는 수기안토 씨는 "할머니 산에 불이 났어요, 빨리 대피해야 해요"라고 소리를 지르며 잠이 든 주민들을 깨워 대피시켰다.
마을 특성상 해안 비탈길에 집들이 모여 있어 노약자들이 빠르게 대피할 수 없었지만, 윤 씨와 수기안토 씨는 주민들을 업고 약 300m 정도 떨어진 마을 앞 방파제까지 뒤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뛰어갔다.

인도네이시아 국적의 선원 수기안토41씨가 화마가 지나간 주택 앞에서 당시 급박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있다. 2025.3.31/뉴스1
수기안토 씨는 "사장님어촌계장하고 당시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빨리 빨리라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할머니들을 업고 언덕길을 내려왔는데 불이 바로 앞 가게에 붙은 것을 보고 겁이 났다"고 했다.
90대 마을 주민은 "자가수기안토 없었으면 우린 다 죽었을 거다. 테레비를 보다 잠이 들었는데 밖에서 불이 났다는 고함에 일었나 문밖을 보니 수기안토가 와있었고 등에 업혀 집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고 했다.
수키안토씨는 고국인 인도네시아에 5살 아들과 부인이 있다고 한다. 8년 전에 입국해 주민들과 한국말로 소통이 가능하다.
그는 "한국이 너무 좋다. 특히 마을 주민들이 가족 같다"며 "3년 후에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향에 있는 부인으로부터 자랑스럽다는 전화를 받았다. 산불로 다친 사람이 없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수기안토와 어촌계장 등이 없었으면 아마도 큰일 당했을 것이다. 저렇게 훌륭하고 믿음직한 청년과 함께 일하고 계속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칭찬했다.
경정3리에는 약 80가구에 6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수기안토 씨 등의 도움으로 산불이 확산한 25일 주민들은 모두 방파제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지만 마을 대부분은 쑥대밭으로 변했다.
choi1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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