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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난 현직 대통령" 2호선 흉기난동범, 감옥 가둬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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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5회 작성일 24-01-1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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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증세가 나타나기 전 홍아무개52씨가 여동생의 졸업식에 참석해 가족들과 찍은 사진. 가족 제공


“책 좋아하던 사람이었어요. 얌전하고 조용했는데….”



홍윤영48씨는 오빠 홍아무개52씨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는 학생 때부터 공부를 잘해 집안의 기대주였다. 서울의 한 대학교를 졸업하고 중견기업에 입사하는 날 홍씨 어머니는 신이 나서 친척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세무사 시험도 준비했고 1차 시험까지 합격했다.



20여년 뒤인 지난해 8월19일, 홍씨는 서울지하철 2호선 열차 안에서 체포됐다. 칼날이 달린 다목적 캠핑도구를 승객 두명에게 휘두른 혐의다. 지난해 7~8월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및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으로 무차별 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가 극심하던 때였다. 검찰과 경찰도 수차례 무차별 범죄 피의자에 대한 엄벌 의지를 드러냈다. 홍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홍씨는 자신의 직업을 ‘현직 대통령’이라 소개했다. 사건 당일 수십명이 자신을 공격하려고 했고, 방어하려는 목적으로 흉기를 꺼냈다고도 진술했다.



환자였다. 홍씨는 조현병으로 2007년, 2010년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가장 의지했던 누나가 세무사 2차 시험을 준비할 때 세상을 떠나면서 병세가 시작됐다고 한다. 증상이 극에 달했던 2010년엔 결국 일을 저질렀다. 이웃이 자신을 ‘해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흉기를 휘둘렀다. 홍씨는 살인미수죄로 징역 3년에 치료감호 처분을 받았다. 치료감호란, 정신질환 등을 가진 범죄자가 재범의 위험이 있고 특수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시설에 수용하는 처분이다.



지난 4일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변호인을 만난 홍씨는 겉으론 활기가 넘쳤다고 한다. 글자가 빽빽이 담긴 항소 이유서를 변호인에게 건넸다. 자신이 오히려 피해자라며 “미스터리 아닙니까”라고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항소심 변호인인 김종운 변호사는 “자신이 아프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2015년 12월 치료감호 처분이 끝났을 때 홍씨의 증세는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석방 뒤에도 보호관찰이 이어졌고, 그 기간 통원치료도 계속 받았다. 약도 꼬박 챙겨 먹었다. 하지만 보호관찰이 끝나자 홍씨는 ‘나는 정상’이라고 주장하며 가족을 때렸다. 입원도 거부했다. 증세가 악화했고 성추행, 퇴거불응 등 다른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홍씨가 ‘누군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를 것 같다’며 가스레인지 손잡이를 모두 빼놓은 모습. 가족 제공


이번 사건 직후 경찰은 홍씨의 심리평가를 진행했다. ‘정신질환이 심각하고 폭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재판부에 치료감호를 청구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 수사보고서에서 검찰은 “사회적 공분을 유발한 이상동기 중대강력범죄”라며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적었다. 심신미약을 인정하면 치료감호 처분을 해야 하는데, 치료감호는 엄벌이 아니라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심까지 변호를 맡았던 박윤숙 변호사는 “재범을 막기 위해선 치료감호가 필요한데 검사들이 너무 인색하다”며 “몇년 수감되고 나오면 걸어 다니는 흉기 아닌가”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과거 기록을 보면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일반 징역형이 선고됐다는 건 ‘시스템의 결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씨는 검찰 조사에서도 “수십명의 지하철 손님이 저한테 덤볐다”고 말했고, 압수한 자필 노트엔 “카페에 있는데 왼쪽 여자애가 내 배를 때리고 있다”고 적혀있는 등 정신분열과 피해망상 증세를 보였다. 그런데도 검찰은 “진술과 노트 내용 등을 볼 때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은 충분히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검찰이 정신질환자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똑같은 피의자처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씨를 기소한 서울서부지검은 “주임검사의 판단”이라고만 밝혔다.



“어머니한테 연락 좀 해주세요.” 홍씨는 검사에게 호소했다. 사실 홍씨의 어머니는 사건이 발생하기 석 달 전 숨졌다. 동생은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지 못했다. 누나의 죽음으로 병세가 시작된 걸 아는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부탁했기 때문이다.



유일한 가족인 동생은 둘이서 감당해야 할 미래가 두렵다. 동생은 “치료감호 없이 징역형만 받는다면 다른 재소자를 공격한다거나 병세가 더욱 악화해 출소할 텐데 더 큰 사고가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울먹였다. 오는 18일, 홍씨의 형을 다시 판단하는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린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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