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아닌 쿠데타라고 불러야"…법학자들이 본 비상계엄 사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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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정치인 등 체포 명령·국회와 중앙선관위 점거 “쿠데타와 유사”
“헌법 수호 선서 위반해 대통령 자격 상실”
‘계엄 선포 조건’ ‘관장 사무’ ‘공고 방식’ 등 법 명확하게 개정 필요성도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등에 대해 체포 명령을 내렸다는 증언이 나오며,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두고 비판 목소리가 크다. 일각에선 헌법이 정한 요건을 지키지 않아 ‘계엄’이 아닌 ‘쿠데타’라고 불러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6일 세계일보는 김대환 서울시립대 교수, 김선택 고려대학교 교수, 손형섭 경성대 교수, 차진아 고려대 교수 등 법학전문대학원·법학과 소속 법학자 4명에게 이번 비상계엄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이들은 공통으로 이번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지적하고, 계엄법 개정 등 후속 조치를 당부했다.
학계에선 이번 사태를 내란에 빗대기도 했다. 형법은 내란을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으로 규정한다. 김선택 교수는 “이번 사태는 박정희 정권 때와 같은 쿠데타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국회와 지방의회는 정치 활동밖에 하는 게 없는데, 포고령으로 이를 금지하는 건 해산시키는 것과 똑같다”는 설명이다.
특히 군의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진입이 위중한 문제로 꼽힌다. 김 교수는 “권능 행사를 완전히 막지 못했기 때문에 국회 진입은 내란 미수지만, 중앙선관위 청사 기습 점거는 내란 기수”라며 “정당과 선거를 막으면 이건 독재”라고 꼬집었다.
이번 계엄이 헌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이 나온다. 김대환 교수는 “계엄은 헌법상 제도이기 때문에 계엄법보다도 헌법을 봐야 하는데, 헌법상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다”며 “대통령은 취임 시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선서하는데 계엄을 규정한 헌법 제77조뿐만 아니라, 명시적인 선서 위반이며 자격을 잃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건 계엄이 아니고 정확하게 표현하면 헌법 제도로서 계엄이 아닌 쿠데타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엄이 위헌적으로 발동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차진아 교수는 “계엄 선포 시 이유와 종류, 시행일시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해야 하는데, 이는 국민에게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 두는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공고 방식이 계엄법에 규정돼 있지 않고 이번 계엄 역시 공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계엄사령관의 관장사항으로 행정사무와 사법사무가 포함돼 있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헌법재판소가 여기에 각각 속하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게 한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손형섭 교수는 “계엄 선포가 지금은 국무회의의 심의 사항인데 이를 의결사항으로 바꾸면 나을 것”이라며 “그러려면 이를 규정한 헌법을 바꿔야 하므로 개헌이 필요하고, 개헌하게 된다면 대통령 임기나 중·연임, 기타 기본권과 권력 구조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의 개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가 계엄에 영향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이 있었다. 김대환 교수는 “헌법을 보면 국회가 재적인원 과반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하므로 명확하게 계엄군이 국회를 봉쇄하면 안 된다. 계엄법에 국회를 통제할 수 없다는 걸 분명하게 집어넣어야 이번과 같은 포고령을 작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계엄 선포 시 국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에 대해선 우려가 나온다. 김 교수는 “헌법은 어떤 상황에서도 단절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위기 상황도 대비해야 하고, 그 방법이 국가긴급권 규정이다. 그런데 국회가 긴급한 상황에 반드시 협조한다는 보장이 없다. 영속적으로 안정된 민주주의를 위해선 근본적으로 정당 민주주의를 개선해 정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이날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사당 인원들을 밖으로 빼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곽 사령관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는 것은 명백히 위법 사항이기 때문에 항명이 될 줄 알았지만, 그 임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비상계엄 상황 때 계엄군이 선관위 청사를 점거한 것을 두고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라며 “계엄군 등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선관위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와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설치된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며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에 대한 계엄군의 점거 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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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수호 선서 위반해 대통령 자격 상실”
‘계엄 선포 조건’ ‘관장 사무’ ‘공고 방식’ 등 법 명확하게 개정 필요성도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등에 대해 체포 명령을 내렸다는 증언이 나오며,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두고 비판 목소리가 크다. 일각에선 헌법이 정한 요건을 지키지 않아 ‘계엄’이 아닌 ‘쿠데타’라고 불러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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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노동자연대와 시민들이 계엄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학계에선 이번 사태를 내란에 빗대기도 했다. 형법은 내란을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으로 규정한다. 김선택 교수는 “이번 사태는 박정희 정권 때와 같은 쿠데타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국회와 지방의회는 정치 활동밖에 하는 게 없는데, 포고령으로 이를 금지하는 건 해산시키는 것과 똑같다”는 설명이다.
특히 군의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진입이 위중한 문제로 꼽힌다. 김 교수는 “권능 행사를 완전히 막지 못했기 때문에 국회 진입은 내란 미수지만, 중앙선관위 청사 기습 점거는 내란 기수”라며 “정당과 선거를 막으면 이건 독재”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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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지난 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계엄이 위헌적으로 발동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차진아 교수는 “계엄 선포 시 이유와 종류, 시행일시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해야 하는데, 이는 국민에게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 두는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공고 방식이 계엄법에 규정돼 있지 않고 이번 계엄 역시 공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계엄사령관의 관장사항으로 행정사무와 사법사무가 포함돼 있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헌법재판소가 여기에 각각 속하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게 한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손형섭 교수는 “계엄 선포가 지금은 국무회의의 심의 사항인데 이를 의결사항으로 바꾸면 나을 것”이라며 “그러려면 이를 규정한 헌법을 바꿔야 하므로 개헌이 필요하고, 개헌하게 된다면 대통령 임기나 중·연임, 기타 기본권과 권력 구조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의 개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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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다만 계엄 선포 시 국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에 대해선 우려가 나온다. 김 교수는 “헌법은 어떤 상황에서도 단절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위기 상황도 대비해야 하고, 그 방법이 국가긴급권 규정이다. 그런데 국회가 긴급한 상황에 반드시 협조한다는 보장이 없다. 영속적으로 안정된 민주주의를 위해선 근본적으로 정당 민주주의를 개선해 정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이날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사당 인원들을 밖으로 빼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곽 사령관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는 것은 명백히 위법 사항이기 때문에 항명이 될 줄 알았지만, 그 임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비상계엄 상황 때 계엄군이 선관위 청사를 점거한 것을 두고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라며 “계엄군 등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선관위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와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설치된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며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에 대한 계엄군의 점거 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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