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탄핵하라" 국회 앞 10만명 모였다…광화문선 맞불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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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안 표결일인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엔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함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른 건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8년 만이다.
이날 오후 3시부터 민주노총 등 단체는 ‘3차 민중 총궐기’를 열고 탄핵안 가결을 촉구했다. 집회 신고 인원은 20만 명으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대 규모다. 오후 4시 30분 기준 약 10만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였다. 집회 참여자들이 국회 앞으로 계속 모이는 중이어서 표결 이후엔 훨씬 늘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집회를 참여하려는 이들로 여의도역 일대가 붐비고 있다. 이아미 기자
급속히 불어나는 인파에 경찰도 비상에 걸렸다. 9호선 국회의사당역 각 출구 앞에서 통행을 관리하는 경찰은 “밀지 말고 천천히 이동하라”고 외쳤다. 의사당대로~여의도공원로~은행로 등 국회 인근 집회·행진 구간은 전 차로가 전면 통제됐다. 서울시 메트로 9호선도 “오후 3시 10분을 기점으로 인파가 몰리는 국회의사당역에선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회의사당역을 이용하지 못한 시민들은 5호선 여의도역에서 내려 국회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3번 출구로 나가는 데에만 20분 가까이 걸릴만큼 인파가 몰렸다. 경찰은 여의도 등 서울 전역에 135개 중대, 총 1만 2000여 명을 투입했다.
집회장에서 시민들은 ‘촛불의 힘으로 나라를 지키자’, ‘퇴진 광장을 열자’ 등 적힌 손팻말을 흔들고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김정선56씨는 “날씨가 춥지만 분개하는 마음이 추위를 이겨서 나왔다”며 “윤석열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참석한 집회인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계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믿을 수 없어서 안 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수미28씨는 “2분밖에 안 되는 대국민 사과 담화를 들으니 화가 났다. 임기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 계엄이 또 일어날까 걱정됐다”고 했다.
7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대학생 시국 대회. 주최 측은 31개 대학에서 1200명 상당이 참석했다고 추산했다. 조수빈 기자
앞서 오후 2시엔 총 31개 대학이 참여한 대학생 시국 대회도 열렸다. 주최 측은 1200명 상당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추산했다.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 모인 이들은 “대학생이 민주주의 지켜내자”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 목포에서 버스로 4시간 걸려 서울에 왔다는 김형준24씨는“5·18 관련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계엄 사태가 터지니 80년대 상황이 떠오르면서 역사책에서만 보던 독재 시대를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송희경20씨는“학생이라면 무조건 나가야 할 것 같았다. 학생들이 다 같은 마음으로 모였다고 생각하니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국회 앞까지 행진했다.
크고 작은 소동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10시50분쯤 50대 남성이 국회 인근에서 분신을 시도하겠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다. 몸에 시너를 뿌린 상태로 경찰에 잡힌 이 남성은 “폭거와 불의에 항거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경찰은 남성을 응급 입원시키기로 했다.
7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모습. 이영근 기자
광화문에서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의 맞불 집회도 열렸다. 자유통일당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등은 ‘주사파 척결 자유 대한민국 수호 국민대회’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을 촉구했다. 집회 시작 1시간 뒤인 오후 2시쯤 동화면세점 앞~서울시의회 사이 약 300m 3개 차선은 인파로 가득 찼다. 주최 측은 이날 1만 5000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신고했다.
시위에 참여한 황연수55씨는 ”국가 위급상황에선 계엄령 같은 조치를 취해서 대한민국을 바르게 만들어야 한다”며 “야당 중심으로 악법이 통과돼 대통령이 아무것도 못 하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복연64씨는 “야당 중심으로 다 탄핵하고 예산안도 마음대로 하는 것은 횡포”라며 “윤 대통령을 지키는 것이 공산 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주부라는 김모68씨는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그랬겠나. 속이 상하고 나라를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옹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사퇴촉구ㆍ탄핵 추진 범국민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는 지난달 2일 더불어민주당이 장외 투쟁을 선언하고 서울역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본격 시작됐다. 당시 집회엔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및 당 지도부, 일반 시민 등 경찰 추산 1만7000명이 모였다.
이때부터 매주 토요일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각각 서울시청?광화문 등에서 정부 비판 집회를 열었다. 11월 9일 민주노총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인근에서 연 정부 비판 집회에선 물리적 충돌도 있었다. 경찰은 민주노총 조합원 등 11명을 현장에서 체포하기도 했다.
맞불 집회도 계속됐다. 자유통일당 등은 동화면세점 앞 등에서 집회를 열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 대표 구속을 촉구했다. 다만 양측 간 물리적 충돌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퇴진을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진 최대 분수령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였다. 한밤중 시민들은 국회로 향해 계엄군과 경찰을 막았다. 계엄이 선포된 지 155분만인 4일 오전 1시쯤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고, 국회 정문 앞에 모인 시민들은 일제히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시민들은 여의도를 빠져나가려는 군 장갑차를 맨몸으로 가로막으며 거세게 항의하고 일부는 밤새 국회 앞을 지켰다.
이날부터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촛불 집회가 열렸다. 서울·광주·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윤석열을 체포하라”,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지난 4일 광주민주광장에 온 서정필64씨는 “뉴스에서 국회 인근에 헬리콥터가 날아다니고 장갑차가 등장한 모습을 보고, 5·18 당시 목숨을 잃은 친구가 생각나 새벽 내내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수민·이영근·박종서·이아미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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