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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위해 나라 지키나"…군인들의 자괴감[12·3 비상계엄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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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회 작성일 24-12-05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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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튿날인 4일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출입을 막고 있다. 성동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튿날인 4일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출입을 막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전역을 앞두고 휴가를 나온 군인 A씨는 지난 3일 훈련소 동기들과 술을 마시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소식을 뉴스에서 보고 “술이 확 깼다”고 했다. 동기들에게 소속 부대로부터 ‘복귀 대기하라’라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전역이 연기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믿기 힘든 소식이었지만, 군인 신분으로는 무시할 수 없었다. ‘통금’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자리는 10분 만에 끝났다. A씨는 “살면서 두 눈으로 계엄령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만약 비상계엄이 계획대로 됐다면 국민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집단이 국민에게 총칼을 겨누게 됐을 거고, 내가 그 상황에 있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복무 중인 군인과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가족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무장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민들과 대치하고 의사당에 난입하는 장면 중계를 보면서 ‘내가, 혹은 내 자식이 저 자리에 내가 있을 수 있었다’는 두려움과 자괴감을 느꼈다는 반응이 많았다.

수도권에서 복무하는 B씨 소속 부대도 지난 3일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휴대전화가 없어 소식을 제대로 듣지 못했던 B씨는 지난 4일 저녁에야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군인이 국회에 진입하는 영상도 봤다. B씨는 “‘누구를 위해서 나라를 지키고 있는 것인가’하는 회의감이 들었다”라며 “정부가 무너질 위협이 있지도 않았는데, 비상계엄은 이해하기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A씨는 “초등학생도 비상계엄은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을 알 것”이라며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사건을 덮기 위해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범죄”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경찰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출입을 통제한 3일 국회 경내로 헬기들이 내리고 있다. 성동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경찰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출입을 통제한 3일 국회 경내로 헬기들이 내리고 있다. 성동훈 기자



군인에게 위문편지를 전달하는 ‘더캠프’ 앱에는 훈련소로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들의 걱정 어린 글이 쏟아졌다. 비상계엄 소식을 접한 부모들이 걱정과 눈물로 밤을 지샜다며 훈련병들의 안부를 묻는 글들이 올라왔다.

군무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부 부대는 지난 3일 군 간부에게는 영내 관사 대기를, 군무원에게는 사무실 대기를 지시했다. 군무원 C씨는 “비상계엄으로 대통령의 불합리한 지시에 동원됐고, 군무원으로서 동조하게 됐다는 데 분노한다”며 “400명 넘는 장성들이 병력 동원을 저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사관학교 출신뿐 아니라 다양한 배경에 군 조직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비군 훈련에 참여한 전역자들도 긴장 속에서 사태를 지켜봤다. 간부 출신 전역자 D씨는 합숙 훈련 도중 뉴스 속보로 비상계엄 소식을 알게 됐다. D씨는 지휘통제실에 가서 ‘무슨 상황이냐’ 물으니 ‘이야기 들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내 훈련장도 소란스러워졌고, 가족과 통화하는 사람이 늘었다. D씨는 가족들에게 물, 라면을 사두고 웬만하면 집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D씨는 “시민들과 대치하라고 지휘·명령하게 될까 두려웠다”라며 “무기를 든 집단에서는 명령을 수행하지 않는 것이 위험한 행동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군인에게 총을 쥐여준 것은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이라며 “군인들도 각자 몫의 용기를 보여야 한다”라고 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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