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쪽팔린다""우린 형제" 갈라진 충암고…총동문회는 "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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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모교인 서울 충암고등학교를 방문해 후배인 야구부원들과 오르막길을 달렸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모교인 충암고 동문으로 구성된 이른바 ‘충암파’가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되자, 충암고 이사장이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입장을 내놨다. 총동문회는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공식적인 입장은 내지 않기로 했지만 일부 동문은 “총동문회가 나서야 모교의 이름이 덜 더럽혀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윤명화 학교법인 충암학원 이사장은 5일 SNS에 “윤석열과 김용현 등을 충암의 부끄러운 졸업생으로 백만 번 선정하고 싶다”며 “교명을 바꿔 달라는 청원까지 온다”고 썼다. 또 “교무실로 하루 종일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스쿨버스 기사들에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시비를 걸었다”며 “국격 실추에 학교 실추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충암파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1학년 선배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임명될 때부터 본격적으로 거론된 표현이다. 윤 대통령8회 졸업과 김 전 장관7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12회 등 국무위원이 포함된다. 이외에 계엄 선포 시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지는 국군방첩사령부의 수장여인형 사령관도 충암고 출신이다. 다만 이 장관은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충암고끼리 모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서울시의원을 지낸 윤 이사장은 초대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 서울혁신센터 센터장 등을 거쳐 지난 2021년 충암학원 이사장이 된 인물이다.
동문회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진원 충암고 총동문회 사무총장14회은 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총동문회는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기로 했다”며 “계엄 사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의견을 모은 결과 일단 자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차기 총동문회장으로 뽑힌 김재우씨14회도 “민감한 시점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20대 대선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겸허한 자세로 통합정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한 충암고 졸업생은 “충암파 논란에 후배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는데 총동문회가 사실상 침묵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동문20회도 “충암고 건학 이념은 ‘자립 협조심이 강한 민주시민’이다”며 “뭐가 됐든 총동문회가 나서야 모교 이름이 덜 더럽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총동문회가 운영하는 폐쇄형 SNS에선 격론이 오갔다. 대선 당시 동문들이 ‘윤석열을 사랑하는 충암인 모임’을 조직해 지원했던 만큼 윤 대통령도 모교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과, 어려운 상황에 처한 동문을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 것이다. 동문 A씨가 “동창이지만 이건 편들어주면 안 된다”고 하자, 윤 대통령의 동기 B씨는 “석열이는 단지 8회뿐만 아니라 우리 모든 동문의 석열이고, 우리의 형제”라고 옹호했다. 다른 동문은 “쪽팔린다”며 “지금 충암파를 운운하며 깎아내리고 벌레보듯 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어야 되냐”고 반문했다. 이 SNS에는 이 장관도 가입돼있다. 동문 간 갈등이 이어지자, 총동문회 측은 비상 계엄과 관련된 게시글 일부를 지난 4일 삭제했다.
오는 13일로 예정됐던 동문 송년회인 ‘충암인의 밤’은 취소됐다. 총동문회 측은 “동문들이 침통한 상황에서 잔치할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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