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해외로 번지는 촛불…2016년 탄핵의 길 다시 걷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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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하는 집회와 시위가 각지에서 불이 붙고 있다. 국내는 물론 뉴욕 등 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시위가 벌어진 건 2016년 탄핵 정국 이후 8년 만이다. 특히 노동계나 시민사회단체뿐 아니라 계엄령 발령으로 충격에 빠진 시민들도 스스로 거리로 나서면서 촛불시위가 더 힘을 얻어가는 형국이다.
5일 오후 6시께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6번 출구 인근에서 열린 내란범 윤석열 퇴진 시민대회 집회에는 퇴근길 시민이 다수 참가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열린 이날 집회에는 대학생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시민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내란죄 윤석열 퇴진이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함성을 외치며 호응했다. 이날 갑작스러운 비에 추위가 거셌지만, 시민들은 LED 촛불을 들고 핫팩을 나눠 가지며 집회 장소를 달궜다. 경기도 부천 거주자 백선기 씨66는 "비상계엄을 규탄하고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려고 나왔다"며 "윤 대통령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 중인 유한나 씨26도 "비상계엄을 보고 전쟁이 난 줄 알았다"며 "대통령의 결정이 비상식적이고 충격적이라 직접 목소리를 내기 위해 촛불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일 도심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하는 집회·시위에 대해 평소에는 반감을 드러냈던 시민들도 이날만큼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규탄하자는 시위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였다.
서울뿐 아니라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등 전국 각지 주요 도심에서도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면서 국민의 분노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대학가에서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지난 4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서울 주요 대학 총학생회가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5일에도 릴레이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5일 낮 12시 이화여대 학생 300여 명은 이화여대 대강당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규탄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연대 발언을 했다. 학생들은 "헌정질서 붕괴하는 반국가세력,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제창했다.
이날 건국대에서도 학생 73명이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현장에 참여한 재학생들은 "국민의 삶을 책임지지 않는 윤석열은 퇴진하라" "윤석열에게는 하루라도 맡길 수 없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오후 1시에는 홍익대와 서울여대 학생들이, 오후 2시에는 숙명여대 학생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오후 1시 제주대 학생 84명은 제주대 학생회관 앞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시국선언을 진행했고, 지난 4일엔 전북대와 원광대 총학생회도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를 규탄했다.
윤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 총학생회는 5일 전체 학생총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비민주적인 계엄령 선포에 대한 학생들 의견을 수렴했다. 캠퍼스 곳곳엔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등 10개 대학 총학생회는 6일 오전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데 뜻을 모았다.
미국 뉴욕 교민들도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집회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했다. 이날 윤석열 불법계엄 규탄 및 즉각 탄핵촉구 미주동포 비상행동 소속 교민 20여 명은 뉴욕 맨해튼 한국총영사관에서 유엔본부까지 불법 계엄 규탄 등의 피켓을 들고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유엔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계엄을 선포했다가 해제한 윤 대통령에게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했다"며 탄핵을 촉구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조원태 뉴욕 우리교회 목사는 "한국의 비상계엄으로 온 국민이 가지게 된 역사적 트라우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계엄은 해제됐지만 국가적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미주 동포들이 조국에 힘을 싣기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양세호 기자 / 지혜진 기자 /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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