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동굴수영장·절벽 다이빙…꼭꼭 숨겨둔 세부의 보석 에 닿았다[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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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일기자의 여행 - 단순휴양 넘어 한 달 살기… ‘뻔하지 않은’ 세부
필리핀선 마닐라 다음 도시 고층빌딩·대형 쇼핑몰 즐비 라푸라푸 동상 ‘막탄슈라인’ 산토니뇨 성당 등 유적지도 세부 서남쪽 오슬롭 해안선 고래상어와 수영 이색 체험 카모테스섬 한 달 살기 최적 하루 숙박 2만 ~ 5만원 수준 퍼시잔섬 호수에선 집라인 동굴선 탐험하듯 물놀이도 세부필리핀=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독립전쟁에서 100만 명이 죽다 필리핀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나긴 식민지 시절을 겪었다. 마젤란이 상륙한 16세기 말부터 독립선언까지 자그마치 333년 동안 스페인 식민지였다. 식민지배 기간 스페인에서 파견된 총독만 118명이다. 우리 역사 연표를 꺼내놓고 대비해보면, 조선 13대 임금 명종 때부터 26대 왕 고종에 이르는 긴 시간이다. 지명地名부터 종교, 식문화 등 생활관습에 이르기까지 필리핀에 식민통치의 흔적이 속속들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필리핀’이란 나라 이름부터가 ‘스페인 왕 펠리페 2세의 땅’이란 말에서 출발한 것이니, 더 말해 뭐 할까. 식민통치 기간 필리핀 사람들은 이중과세와 노역, 강제징병, 멸칭과 멸시의 차별을 받았다. 독립이나 저항의 움직임을 보이면 혹독한 진압과 잔인한 보복이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가장 처참한 비극은 미국과의 독립전쟁 와중에 벌어졌다.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이겨 필리핀 통치권을 넘겨받은 미국에 극렬하게 저항했던 필리핀 독립군은, 1899년부터 1901년까지 2년 동안 치열한 게릴라 전쟁을 벌였다. 달걀로 바위 치기. 전력 차이만큼이나 전과도 크게 차이가 났다. 이 전쟁에서 미군 4000명이 사망하는 동안, 필리핀 사람은 자그마치 100만 명이 죽었으니까. 이런 역사를 꺼내보게 되는 건 필리핀 여행 중 수시로 갖게 되는 궁금증 때문이다. 필리핀 사람들이 식민지배에 대한 생각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식민지에 대한 우리와 필리핀 사람 생각에서 그 온도 차이는 현격하다. 필리핀 사람들의 식민지배에 대한 생각을 가장 극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 필리핀 세부의 막탄 섬에 있는 ‘막탄슈라인’이다. ‘슈라인’은 ‘사당祠堂’으로 번역되곤 하는데, 제사를 지내는 사당보다는 ‘성지聖地’란 의미에 가깝다. 막탄슈라인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세부와 막탄 섬 얘기부터 하고 가자. # 세부에 대한 몇 가지 오해 세부에 대한 한국 여행자들의 가장 큰 오해는, 그곳이 작은 섬마을이 아닌 ‘작은 도시’라는 것이다. 세부는 수도 마닐라에 이은 필리핀 제2의 도시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쯤 되는 큰 도시다. 인구는 385만 명에 달하고 시내에는 높은 빌딩과 대형 쇼핑몰이 즐비하다. 세부를 작은 섬마을쯤으로 생각하는 건 한국 여행자 대부분이 막탄 섬에만 머물다 오기 때문이다. 여행자 대부분이 ‘휴가로 다녀온 세부’는 여기 막탄 섬이다. 막탄 섬은 세부 본섬에 딸린 작은 섬이다. 작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손바닥만 한 것까지는 아니다. 울릉도보단 작고, 목포시보다 크다. 어림잡아보면 딱 부산 금정구 크기만 하다. 세부 본섬과 다리로 이어진 막탄 섬에는 국제공항이 있고, 해변을 끼고 고급 리조트가 촘촘하게 늘어서 있어 세부를 여행하는 대부분의 한국인 여행자들은 여행 내내 이 섬 안에만 머문다. 세부에서는 ‘리조트 라이프’ 위주의 휴양여행이 대세다. 고급 리조트가 밀집한 막탄 섬에서는 관광보다는 휴양이다. 현지 투어라고 해도 남국의 섬을 느긋하게 돌면서 바다를 즐기는 호핑 투어가 주종을 이룬다. 막탄 섬 인근 바다에는 스쿠버다이버들을 유혹하는 전설적인 다이빙의 성지도 곳곳에 있다. 바닷속 경관도 경관이지만, 낮은 인건비 때문인지 여러 명의 스태프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극진해서, 세부는 ‘전 세계에서 가장 편안하게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도 꼽힌다. 세부, 그중에서도 막탄 섬이 휴양여행이나 다이빙 여행지로서 최적지로 꼽히면서, 여행자들이 갖는 또 하나의 오해는 ‘세부에 별로 볼 게 없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도 막탄 섬에서 휴양만 즐기다 온 이들에게서 나온다. 세부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여행지가 있다. 식민지 시절의 역사 유적이 있고, 근사한 조망의 전망대가 있으며 손대지 않은 풍경의 순정한 섬마을도 있다. 다만, 세부를, 아니 필리핀을 여행하다 보면 생각이 복잡해진다는 게 문제다. 곳곳에서 마주치는 극심한 빈부 격차와 낯선 정치적 환경이 더러 불편하지만, 여행자들이 제 나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각성효과도 있다. 여러모로 세부는, 흥미로운 여행지다. # 라푸라푸와 마젤란을 함께 기리다 이제, 막탄슈라인 얘기로 돌아가자. 막탄슈라인은 막탄 섬의 거의 유일한 ‘관광명소’다. 섬 동북쪽 샹그릴라, 쉐라톤, 두짓타니 등 고급리조트로 가는 길가에 있다. 막탄슈라인에는 영웅 라푸라푸의 동상이 있다. 큰 칼과 방패를 들고 서 있는 용맹한 모습이다. 라푸라푸는 필리핀의 국가적 영웅. 막탄 섬 일대 부족 추장이었던 그는, 500년쯤 전에 세부에 상륙한 포르투갈 태생의 스페인 항해가 마젤란을 죽였다. 마젤란의 항해는 향신료 무역로 개척을 위한 탐험이자 지구는 둥글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원정이었다. 마젤란은 5척의 배를 이끌고 괌을 거쳐 세부에 도착했다. 마젤란은 지역을 장악하려는 분명한 전략을 갖고 있었다. 먼저 권력자에 접근한 뒤, 그의 정적을 제거하는 조건으로 협력을 얻어내 영향력을 넓혀나가는 것이었다. 마젤란은 세부를 통치하던 ‘라자 후마본’에게 우호 관계를 제안하면서, 스페인에 적대적인 후마본의 정적인 막탄 섬 추장 라푸라푸를 제거하겠다고 호언했다. 이런 제안을 크게 반긴 후마본은, 마젤란에게 적극 협력했다.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카를로스’란 세례명까지 받았을 정도였다. 막탄 섬의 지도자 라푸라푸는 마젤란의 개종 시도에 저항했다. 그 소식을 들은 마젤란이 원정대를 꾸려 막탄 섬으로 쳐들어왔다. 원주민들을 얕잡아 본 마젤란이 이끌고 간 병사는 고작 49명. 라푸라푸는 무장한 원주민 1500명을 동원해 대비하고 있었다. 전투 결과는 보나마나였다. 원주민은 독화살과 죽창으로 마젤란과 그의 부하 12명을 죽였다. 막탄슈라인에 세워진 근육질의 라푸라푸 동상은 외세에 맞선 전사의 영웅적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뜻밖이었던 건 동상 뒤편에 세워진 마젤란 기념비다. 우리 상식으로 보면, 필리핀 입장에서 마젤란은 침략자일 텐데, 그를 기념하는 기념비가 라푸라푸 동상보다 오히려 더 높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재임 도중 이 문제를 지적했다.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했던 두테르테는 “라푸라푸 동상보다 마젤란 기념비가 더 높은 건 말이 안 된다”며 흥분했다. 식민지를 겪은 나라에 온 관광객들은 그게 이상해 보이는데, 정작 세부 주민들은 별다른 생각이 없다. 식민지배 과정에서 들여온 가톨릭 신앙의 전파로 가톨릭이 국교가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마젤란이 제국주의 침략자라기보다 필리핀에 가톨릭을 들여온 은인쯤으로 기려지고 있다는 얘기다. 필리핀에서는 마젤란도, 그를 죽인 라푸라푸도 존경받고 있는 것이다. # 아기예수상의 기적과 신화 마젤란이 죽고 원정대가 떠나간 뒤 세부는 평온한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44년이 지난 1565년 여섯 번째 원정에 나선 레가스피 장군이 막탄 섬에 상륙해 영구정착지를 만들고 식민지배를 시작했다. 식민지 지배를 시작한 스페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스페인 사람들이 필리핀을 떠나고 난 뒤에도 44년 전에 개종했던 원주민 신도들이 가톨릭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인도할 사목자를 잃은 원주민 가톨릭 신자들은, 마젤란이 세부 지도자 후마본을 개종시킨 것을 기념해 세운, 이른바 ‘마젤란의 십자가’와 마젤란이 후마본에게 선물로 준 아기예수상 등을 소중하게 모시면서 자신들의 신앙을 지켜왔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 아기예수상과 관련한 신화가 만들어진다. 스페인이 다시 필리핀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스페인 군대의 집중 포격으로 아기예수상을 보관하던 오두막이 불타고 말았는데, 불타고 무너진 잔해 속에서 기적적으로 손상되지 않은 아기예수상이 발견된 것. 그때부터 아기예수상은 세부, 아니 필리핀에서 신앙의 기적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필리핀 전역에서 진행되는 시눌룩 축제가 바로 이 아기예수상을 기리는 축제다. 시눌룩이란 세부언어로 ‘물결처럼’이라는 뜻. 축제 때면 거리에서 특유의 춤이 펼쳐지는데, 북소리에 맞춰 두 걸음 나아갔다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춤사위가 마치 물결 같다. 세부 본섬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산토니뇨 성당이 바로 폭격과 화재에도 멀쩡했던 아기예수상이 발견된 곳에 지어진 성당이다. 성당에는 아기 예수를 직접 보려는 현지인들로 긴 줄이 늘어선다. 아기예수상 앞은 간절한 기원과 함께 눈물이 넘쳐난다. 무슨 소원이 저리도 간절할까. 방탄유리를 쓰다듬으며 올리는 노인의 울음 섞인 기도가 뭉클하다. 성당 앞에는 마젤란의 십자가가 서 있다. # ‘너무 많은 사람’이 문제다 휴양 위주라는 세부 여행의 트렌드를 한순간에 바꿔버린 투어 상품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슬롭 투어’다. 오슬롭 투어에 참가하면 세부 섬 서남쪽의 오슬롭이란 마을 해안에서 고래상어와 함께 헤엄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마을 연안에는 고래상어가 서식하는데 오슬롭 투어는 그걸 보러 가는 거다. 배를 타고 고래를 보는 이른바 ‘웨일 워칭’은 세계 여러 나라에 있다. 세부의 이웃인 보홀에도 고래를 보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포인트가 있다. 하지만 오슬롭 투어는 이런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슬롭 투어는 관람 대상이 ‘고래상어’다. 고래를 닮긴 했지만 엄연히 상어다. 고래상어는 이빨도 거의 없고 움직임도 느린 편이며, 무엇보다 한없이 온순하다. 오슬롭 투어가 매력적인 건 ‘물 밖에서’ 고래상어를 보는 게 아니라,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 뒤 물에 들어가 고래상어와 함께 유영하기 때문이다. 고래상어가 자맥질하는 바다에서 함께 수영과 잠수를 하는 것이다. 바다에서 거대한 고래상어와 함께 헤엄치는 기분은, 다른 어떤 경험과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별하다. 오슬롭 투어가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오슬롭의 고래상어와 헤엄치는 경험은 신비롭다기보다는 좀 당혹스러운 쪽에 가깝다. 오슬롭의 고래상어가 야생의 자연에 있지만, 실제로는 수시로 퍼넣는 먹이를 미끼 삼아 인질로 붙잡힌 것이나 다름없게 느껴져서다. 그것보다 더 불편한 건 몰려드는 인파 때문이다. 작은 바닷가 마을에 꼭두새벽부터 족히 수천 명이 될 법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물 위에 띄워놓은 부표를 따라 빽빽하게 늘어선 목선은 관광객들로 가득 찬다. 물속은 물속대로 고래상어와 헤엄치는 사진 한 장을 남기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고래상어가 수족관에 있는 것처럼 안쓰러워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자연의 신비와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너무 많은 사람’이다. 먼 거리도 걸림돌이다. 세부 시티에서 오슬롭까지는 차로 왕복 6시간 이상, 관광객이 주로 머무는 리조트 밀집지역인 막탄 섬에서 출발하면 왕복 8시간이 넘게 걸린다. 막탄 섬의 리조트라면 새벽 두 시쯤에는 출발해야 한다. 독특하고 새로운 경험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 싶다. # 세부여행의 새 제안… 카모테스 군도 오슬롭을 포기한다면 대안이 있다. 오슬롭의 대안이자 고급 리조트 중심인 세부여행의 대안이다. 세부 본섬 동쪽에 ‘카모테스 섬’이 있다. 막탄 섬이나 세부시티의 피어1, 다나오 항구 등에서 고속페리를 타면 1시간 20분이면 도착한다. 하나의 섬처럼 부르지만, 사실 카모테스는 퍼시잔, 포로, 폰슨 등 큰 섬 3개에 물방울 모양의 작은 섬 툴랑디옷을 더해 4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群島다. 카모테스란 이름은 고구마의 일종인 ‘카모테’에서 왔다. 스페인 사람이 섬에 상륙해 섬 이름을 물었는데, 필리핀 농부는 제가 들고 있는 농작물을 묻는 줄 알고 ‘카모테’라고 대답했는데, 그게 섬 이름으로 굳어졌단다. 카모테스 섬은 필리핀 현지인들이 주로 찾던 조용한 휴양지인데, 그 매력이 알려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막탄 섬처럼 특급 리조트는 없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은 고만고만한 리조트가 50여 개가 넘는다. 숙박비는 가장 비싼 곳이라고 해도 하루 10만 원쯤이고, 평균 숙박비는 2만∼5만 원대다. 특히 레지던스 등 장기 숙박에 적합한 저렴한 숙소가 많아 이른바 ‘한 달 살기’ 같은 장기 체류 여행을 생각한다면 최적이다. 카모테스의 리조트는 하나하나 특징이 있다. 이를테면 포로 섬에 있는 부호락 리조트는 절벽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리조트다. 리조트 아래 작은 바위섬에 3m, 5m, 11m 높이의 다이빙대 3개가 있다. 가장 높은 다이빙대 위에 서면 발밑의 산호초 바다가 아찔하다. 이곳에서 남국의 바다로 뛰어드는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퍼시잔 섬의 망고들롱 파라다이스리조트는 에메랄드 색감의 바다를 내려다보는 인피니티 풀이 인상적인 숙소다. 드넓은 해안이 한눈에 다 들어오는 풀에서의 수영은 낭만적이다. 그게 어디든 카모테스에서는 숙박비가 저렴해 어디를 선택하든 비용대비 만족도는 최상이다. 리조트뿐만 아니다. 온 가족이 한 달 살기를 할 수 있을 만한 렌트 하우스도 곳곳에 있다. 카모테스에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천연동굴이 곳곳에 있다. 동굴 속에는 바닥이 다 보일 만큼 투명한 물빛의 천연수영장이 있다. 관광객이 드나들 수 있는 동굴은 8곳이다. 가장 유명한 곳이 티무보 동굴과 파라이소 동굴이다. 티무보 동굴의 지하 75m 아래에는 신비스러운 느낌의 수영장이 있다. 수심은 1.5m가 넘지만 물 속이 다 보일 정도로 투명하다. 파라이소동굴도 모험이나 탐험을 하듯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동굴생성물을 볼 수 있는 해븐 동굴이나 동굴 안에서 하늘을 볼 수 있는 ‘부키랏 동굴’들도 이에 못지않다. 퍼시잔 섬 한복판에는 제법 큰 호수도 있다. 호수에서는 카약이나 오리배 등을 탈 수 있고, 호반에는 집라인도 있다. 호수 위에 배를 띄우고 정취를 즐길 수도 있고, 호반의 카페에서 망고 주스나 코코넛 음료를 마시며 느긋하게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해질 무렵이라면 단연 퍼시잔 섬 남쪽의 산티아고 베이다. 카모테스에서 가장 큰 공공해변인데,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진 바다 너머의 낙조가 훌륭하다. 해안가 레스토랑에서 맥주 한 병을 앞에 놓고 앉아 ‘바다 멍’이나 ‘구름 멍’을 하노라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을 듯하다. ■ 즐거운 휴양지의 조건 막탄 섬의 고급 리조트에 묵는 휴양객은 좀 불편하다. 불편한 건 몸이 아닌 ‘마음’이다. 리조트 밖 현지인들의 가난한 일상이 눈에 밟혀서다. 끈질기게 달라붙는 ‘삐끼’나 잡상인, 혹은 구걸하는 이들을 보고 나면 마음 편할 리가 없다. 리조트의 하룻밤 숙박비와 구걸하는 이들의 한 달 생활비를 비교하는 데까지 생각이 나아가면, 여행의 흥겨움은 푹 꺾이고 만다. 좋은 여행지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훌륭한 자연경관이나 근사한 유적지가 있느냐에 앞서 ‘거기 사는 사람이 행복하냐’는 것이 아닐까. [ 문화닷컴 | 모바일 웹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다음 뉴스 채널 구독 ] [관련기사/많이본기사] ▶ “섹시해서 국가대표 됐나”…동료들 불만 산 ‘육상 여신’ ▶ 개인에 팔린 DJ사저…침묵하던 민주당 “전 재산 내놓겠다” 약속도 ▶ [속보]김영삼 전 대통령 장남 김은철 씨 별세…향년 68세 ▶ BTS 슈가, ‘전동킥보드 음주운전’ 입건… 면허 취소 수준 ▶ [속보] 박태준 8년 만의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한국 12번째 金 추가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023701-55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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