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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에 계엄이라니"…대학가 뒤덮은 대자보[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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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회 작성일 24-12-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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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마다 규탄 성명, 대자보 잇달아
온라인게시판에서도 분노, 두려움, 수치 등 호소
“한때 당신 지지해 부끄럽다”
4일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박주원 인턴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해제된 4일 대학가에는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대자보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학보사 ‘대학신문’은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계정에 ‘반국가적 비상계엄 발동한 윤석열 대통령, 하루빨리 자진 퇴임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시했다.

4일 서울대학교 학보사 ‘대학신문’은 윤 대통령의 퇴임을 촉구하는 사설을 게시했다. 대학신문 인스타그램 캡처

이들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그간 ‘불통투성이’였던 국정 운영과 더불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결정적으로 훼손시킨 중대한 비극이다. 이미 윤 대통령은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국가와 헌법 수호의 책무를 저버렸다”고 성토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주권을 짓밟고 ‘반국가세력’ 놀음을 반복하고 있는 대통령은, 작금의 사태에 책임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도 이날 오후 2시 인스타그램 계정에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올렸다.

4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인스타그램에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행위를 규탄하는 성명을 게시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인스타그램 캡처

이들은 “금번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헌정질서를 짓밟는 행위임이 분명하다”라며 “정파적 갈등을 떠나,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종북 반국가세력으로 전락시키고 국가 기관의 의결을 교란으로 일축하는 부당한 처사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욱 참담한 것은 이 비민주적 비상계엄이 우리의 학문적 전당마저 위협하고 짓밟으려 했다는 점이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고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으로 활기에 가득 찼어야 할 우리의 전당을 존중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출입구쪽에는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여럿 붙어 있었다.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출입구쪽에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김동환 인턴기자

진보대학생넷 연세대지회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아닌 밤중의 비상계엄으로 국민기만, 내란모도한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 하에서 살아남기가 무인도에서 살아남기보다 더 빡세다”며 “계엄은 끝났고, 퇴진 광장은 열렸다. 하루라도 덜 돌팔매질 맞고 싶다면 당장 자리에서 내려와 감옥에서 뉘우쳐라!”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 서울시당 청년위원회도 같은 게시판에 ‘우리는 승리했고, 승리할 것입니다-윤석열 그 자를 당장 내란죄로 처벌하라’는 대자보를 게재했다.

이들은 “지독할 정도로 길었던 군부독재의 시간을 우리 손으로 끝장낸 후, 다시 총칼로 국민들을 억압하는 대통령을 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국회는 윤석열을 즉각 탄핵하라. 그리고 윤석열과 그 공모세력들을 모두 내란죄로 처벌하라”고 했다.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대자보를 읽고 있던 학생 전모24씨는 “일단 계엄이 선포됐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고 민주화가 된 이후 계엄이라는 단어를 들을 거란 생각 자체를 못했다”고 혼란스러워했다.

김재현21씨 또한 “밖에서 공부하다가 뉴스를 보자마자 집으로 달려갔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는데 뉴스에서 국회에 군인들이 있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다”며 “국무의원도 몰랐던 계엄이라고 하던데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4일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대자보가 붙어 있다. 박주원 인턴기자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도 학생들의 이름이 적힌 대자보가 줄지어 붙었다.

고려대 사회학과 24학번 이한결씨는 “우리는 이제 우리가 짊어진 시대의 사명을 알기에 행동해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부끄럽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한 의과대학 의학과 21학번 박정현씨는 “한때나마 당신을 지지해 진정한 괴물의 탄생을 야기한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며 “속히 하야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사범대 영어교육과 19학번 오지한씨는 “포용과 타협이라곤 찾아볼 수 없으며 국민으로서는 부끄럽기만 했던 2년 9개월의 숱한 행보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더욱 초라해지기 전에 비민주적이며 위헌 위법인 압제와 폭거의 책임을 지고 퇴진하라”고 적었다.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를 한 학생이 읽고 있다.  박주원 인턴기자

학생들은 게시판 앞에 삼삼오오 모여 대자보를 읽었다. 테이프를 뜯으며 대자보를 추가로 붙이거나 친구와 함께 어제 밤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학생들도 보였다.

변서준21씨는 “처음에 뉴스를 접했을 땐 못 믿었다가 나중에는 화가 났다”며 “최근 국회 압박이 심해지며 다소 충동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계엄 해제가 되고 안도감이 듦과 동시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며 21세기에 계엄령이 내려진 것에 의문을 표했다.

이모20씨는 “집이 국회 근처인데 헬기 소리가 들리니 불안하고 무서웠다”며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 요구가 가결된 것을 보고 나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계엄령 해제가 된 것은 다행이지만 애초에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되고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4일 서강대 교내 게시판에 붙은 시국선언글. 같은 글은 이날 서강대 에브리타임에도 게시됐다. 김동환 인턴기자

서강대학교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타에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약 2시간 30분 후 ‘2024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시국선언 글이 게재됐다.

현재까지 53명의 학생이 이 선언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명령한다. 대통령은 당장 국민의 뜻에 따르라”며 “비상계엄을 철회하라. 우리는 다른 대한민국을 원한다”고 했다.

4일 경희대학교 자유게시판에 붙은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는 대자보에 학생들이 서명을 하고 있다. 박주원 인턴기자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20학번 성경헌씨는 이날 학내 자유게시판에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성씨는 “아무리 지도자가 능력이 없더라도 그 주변의 참모만 잘 뽑으면 문제없다고 해놓고 ‘예스맨’들로 자신의 주위를 채우는 모습을 보며 다양한 의견의 존중이라는 기본 원칙조차 지켜지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참담함과 절망감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자 한다”며 대자보 하단에 연명 참여 링크 큐알 코드를 삽입해 시국선언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익명으로 게시된 한 대자보 옆 빈 공간에는 학생들이 오가며 수기로 자신의 이름을 적는 모습도 보였다.

경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울림’은 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이들은 “지금 시민들의 자유를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는 자는 윤석열 본인이다”라며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내려오고 시민의 모든 삶을 한순간에 곤두박질치게 만든 죄를 처벌받을 때까지 우리는 진격해야 한다”고 했다.

4일 오전 11시 11분 한국외대 에브리타임에타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 연서명이 올라왔다. 한국외대 에타 캡처

한국외대 에타에는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한국외대 시국선언 연서명에 함께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 연서명 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지 2년 6개월, 대한민국은 경제, 사회, 외교 등 모든 분야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윤석열은 앞으로 연속적으로 계엄령을 내릴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전쟁을 도발할 수도 있다. 우리 외대 학우들도 윤석열 탄핵에 모두 함께하자!”고 서명을 촉구했다.

1차 연서명은 1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이후 대자보가 게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11일 이후에도 추가되는 인원이 많을 시 2차 대자보를 게시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환 박주원 박상희 이가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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