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온몸 막고 SNS 중계…계엄령에 집결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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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지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을 지킨 것은 수천명의 시민들이었다. 국회가 계엄령 해제안을 결의하는 동안 시민들은 온몸으로 계엄군을 막아서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생중계로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번 사태가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된 데에는 이 같은 시민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뒤 SNS 등에는 국회 앞에 집결한 시민들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시민들은 군 차량 앞에 맨몸으로 앉아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저지하고, 시민과 대치하는 계엄군의 모습을 SNS로 신속하게 전했다. 국회 정문이 봉쇄되자 담을 넘어 들어가려는 국회의원을 시민들이 뒤에서 밀어주는 사진도 있었다. 반대로 담을 넘어 진입하는 계엄군을 시민들이 뒤에서 끌어당겨 막아서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국회 앞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계엄령에 항의했다. “계엄 해제” “독재 타도” 등을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경찰은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뒤 국회 인근에 4000명의 시민이 집결한 것으로 비공식 추산했다.
현장에 나가지 못한 시민들은 유튜브나 SNS에 올라온 사진과 영상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공유했다. 이 때문에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때 접속 장애가 일어나기도 했다. 시민들에게 “죄송하다”고 허리 숙여 사과한 계엄군, 계엄군과 몸싸움을 벌인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등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영상은 모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된 것들이다. “잠든 사이 무슨 일이라도 날까 봐 밤새고 출근했다” “밤새 공유되는 현장 상황을 계속 확인했다” 등 게시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기습적으로 벌어진 계엄 사태가 빠르게 무력화된 데에는 국민들이 현장 상황을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오픈된 SNS 공론장의 힘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치 참여, 반대로 이런 흐름을 읽지 못한 채 폐쇄적인 소통과 ‘필터버블’에 갇힌 대통령의 오판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도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대다수의 SNS 플랫폼은 국내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계엄법으로 통제할 수 없다. 아니면 해외에서 들어오는 모든 인터넷을 차단해야 하는 데 그건 불가능”이라며 “이제는 SNS나 언론을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 약 6시간 만인 4일 새벽 국회 요구에 따라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국회의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고, 계엄군이 철수하는 등 사태가 정리되는 동안에도 시민들은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몇몇 시민들은 철수하는 계엄군을 향해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해줘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일부는 계엄군이 다시 국회에 진입할 수 있다는 지라시가 SNS 등에 퍼지자 한동안 귀가하지 않은 채 국회 앞을 지켰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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