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이어폰과 열쇠고리가 회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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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서랍 속 잠자던 물건들 트렌디한 ‘패션’으로 부활 배우 한소희왼쪽는 유선 이어폰을 주로 쓰는 연예인으로 꼽힌다. 오른쪽 사진은 바지에 키링열쇠고리을 단 모델 겸 방송인 주우재. /소셜미디어 #2. ‘남친룩남자 친구 옷’의 대명사 모델 겸 방송인 주우재가 방문하는 편집숍마다 찾는 건 키링열쇠고리이다. 열쇠에 걸기 위해서가 아닌, 바지에 장식으로 걸기 위해서다. 지난주 그는 유튜브로 올해 봄 가죽 재킷 연출법을 선보이면서 바지마다 어울리는 키링 장식도 함께 보여줬다. 콩나물처럼 생긴 에어팟, 귀를 덮던 맥스 등 무선 이어폰을 사느라 버려둔 유선 이어폰이 있다면 다시 꺼낼 일이다. 집 대문은 비밀번호나 카드키로 바뀌었지만, 서랍 속에서 잠자는 키링도 찾아볼 때다. 유선 이어폰과 키링, 잊힌 물건들이 ‘패션’으로 부활했기 때문이다. ◇유선이 더 트렌디하다 유행을 이끄는 건 유명 연예인들이다. 그래서 그들을 ‘트렌드 세터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나 ‘힙스터문화적 코드를 공유하는 젊은이’라 부른다. 유선 이어폰을 주로 쓰는 연예인으로는 한소희뿐 아니라 아이돌그룹 블랙핑크 제니와 로제, 걸스데이 출신 배우 혜리, 배우 문가영과 정유미, 이나영 등이 있다. 지난해 10월 유튜브 채널 촬영을 위해 뉴욕에 온 배우 정유미의 유선 이어폰을 본 배우 이서진이 “이어폰이 왜 이래”라고 묻자 정유미는 “MZ들은 다시 이걸 쓴다”고 답한다. 배우 혜리는 가방을 공개하는 유튜브에서 유선 이어폰을 꺼내고는 “다들 무선 이어폰으로 갈아탈 때도 나는 꿋꿋하게 유선 이어폰을 썼다. 진짜 10년 넘게 쓴 것 같다. 죽지 않고 여전히 잘 작동한다”고 말했다. MZ들이 다시 유선 이어폰을 찾은 이유 중 하나는 수명이다. 에어팟 1세대가 처음 출시된 건 2016년 12월. 그때 사서 지금까지 쓰고 있는 사람은 없다있더라도 극소수일 것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에어팟 배터리 평균 수명은 약 2년. 2020년 에어팟 맥스가 출시됐을 때 샀어도 지금쯤이면 배터리 수명이 정상적이지 않다. 장기간 비행기를 탈 때면 에어팟과 에어팟 맥스, 유선 이어폰까지 챙겨야 마음이 편하다. 분실이 잦은 것도 유선 이어폰으로 돌아간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음악을 듣다 잠들면 귀에서 떨어진 한쪽을 찾느라 애를 먹어야 한다. 무선 이어폰 분실을 막기 위해 두 개를 잇는 줄로 된 액세서리가 나오자 사람들은 “이럴 거면 왜 무선으로 갔느냐. 유선 이어폰이 기술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과 이전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노트북 등은 모두 단자 타입이 다를 수 있기에 여러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단자의 유선 이어폰을 사야 한다. Z세대의 백화점 다이소에는 모델별로 나온 휴대폰 케이스처럼 브랜드와 모델별 유선 이어폰들이 진열돼 있다. 다양한 유선 이어폰들을 줄이 엉키지 않게 보관하려고 ‘이어폰 파우치’를 구매하는 사람도 많다. ◇바지와 가방에 다는 키링 키링 유행은 옷과 가방으로 나뉜다. 패션 브랜드 스투시·슈프림 등에서 나온 키링은 바지에 단다. 검은 공에 숫자 8이 적힌 스투시 8볼 키링 등은 제품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인기였다. 키링 자체가 무겁고, 여러 키링을 함께 거는 것이 유행이라 “걷기 불편하지만, 폼생폼사라 참는다”는 말도 나왔다. 캐릭터 인형 등이 달린 키링은 주로 가방에 단다. 친구나 연인 사이에서 ‘우정템’이나 ‘커플템’으로도 인기다. 아이돌 그룹들은 굿즈기념품로 키링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 ‘나는 ΟΟΟ의 팬이다’를 나타내는 증표로 사용되기도 한다.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개막한 필립 파레노 전시에서도 기념품 중 하나로 키링을 제작했다. 털실이나 노끈으로 직접 인형을 만들어 키링을 제작하는 사람도 많다. 일명 ‘모루 인형 키링’이다. 올해 초 서울 압구정에 있는 나이키 익스피리언스 스튜디오에선 ‘나이키 티셔츠를 입은 나만의 모루 인형 만들기 체험’ 이벤트가 열렸다. 이렇게 만든 키링은 ‘나만의 애착 인형’이 되기도 한다. 유물처럼 이름만 남아 있던 키링이, 쓸모를 잃었던 유선 이어폰과 함께 트렌디한 패션 아이템으로 부활했다. 회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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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이혜운 기자 liety@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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