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탕후루는 9000원, 강릉은 700원…"음식값 왜 이리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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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물가 쇼크냐, 바가지냐 극과 극 현장 가보니 서울 청담동 어느 카페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1만원이다. 이보다 비싼 곳도 많다. /김용재 영상미디어 기자 아무리 땅값이 다르고, 물가가 올랐다 해도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게 길거리 음식 값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서울 광장시장과 경동시장 물가 비교 영상에서도 이런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광장시장과 경동시장은 불과 4㎞ 떨어져 있다. 차로 20분, 지하철로 다섯 정거장 거리다. 하지만 먹거리 가격은 크게 달랐다. 일례로 광장시장은 순대 1인분약 500g에 8000~1만원, 경동시장은 1㎏에 4000원이었다. 꼬마김밥, 떡볶이, 야키만두, 찹쌀 도넛도 최대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광장시장은 외국인에게 ‘먹거리 명소’로 불릴 만큼 관광객이 많고 노점에서 직접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반면, 경동시장은 단골 장사를 하고 포장만 가능하다는 게 두 곳의 차이점이다. 싸다는 얘길 듣고 경동시장을 찾은 한 20대는 “재료 원가는 물론 자릿세나 월세도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은데, 가격 차이가 나는 건 결국 시장 인심 아니겠냐”며 “경동시장도 광장시장처럼 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서울 신림동의 한 노점에서 팔고 있는 과일. /김용재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A씨는 지난 19일 명동에 갔다가 길거리 물가에 깜짝 놀랐다. “올랐다 올랐다 해도 이 정도로 오른지는 몰랐다”고 했다. A씨는 지인을 만나 50년이 넘은 유명 칼국수 집에서 칼국수 두 그릇과 만두 한 접시를 먹고 3만4000원을 냈다. 외국인이 넘쳐나는 명동 거리를 걸으며 신이 난 A씨는 맛있는 후식을 찾기로 했다가 이내 화가 났다. “생과일 주스가 1만원, 스모어 아이스크림은 8000원, 탕후루가 9000원이더라고요. 주먹만 한 호박 고구마는 한 개에 4000원, 회오리 감자는 5000원, 잡채는 한 컵에 5000원. 방금 먹은 1만1000원짜리 칼국수가 싸다고 느껴지는 마법. 그나마 계란빵, 호떡, 어묵이 개당 2000원이었어요.” 거짓말 조금 보태 10명 중 9명이 외국인으로 보였는데, 대부분이 길거리 음식을 들고 있을 만큼 노점 장사는 아주 잘됐다. A씨는 샤인머스캣 탕후루를 하나만 사서 나눠 먹었다. “오랜만에 관광객이 북적이는 명동을 보니 너무 반가워서 뭐에 홀린듯 지갑을 열긴 했는데 바가지를 썼다는 생각을 하니 뒤통수가 아려오네요.” 탕후루 시장 가격은 프랜차이즈 매장 기준 3000~4000원 선으로 형성돼 있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2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포인트 올랐다. 이렇게 물가를 올린 건 과일이었다. 그래도 9000원짜리 탕후루는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게 보통의 인식이다. 한 행인은 “관광객들 눈 가리고 아웅이지, 저 돈 주고 한국 사람은 안 사먹지”라고 했다. 서울 명동에서 팔고 있는 탕후루. 5000원이라고 적혀 있지만, 다른 노점에선 9000원짜리도 있다. /김용재 영상미디어 기자 ‘해도 너무한다’란 생각이 든 건 ‘착한 가게’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강릉 중앙시장엔 700원짜리 귤 탕후루가 명물로 자리 잡았다. 샤인머스캣, 딸기, 귤이 믹스된 탕후루도 1500원이었다. 이곳에 다녀온 블로거는 “요즘 과일이 정말 금값인데 귤이 여섯 알이나 꽂혀 있었다”며 “사장님에게 ‘이 가격 맞나요?’를 여러 번 물었다. 남는 게 있는 건가 오히려 걱정됐다”고 썼다. ◇3000원짜리 컵밥, 무한 리필 백반 같은 서울이지만 지역마다 길거리 음식 값은 천차만별이다. 가장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청담동 물가는 그야말로 살벌하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숍에서 1만원이 넘는 아메리카노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라테는 1만3000원. 커피 한 잔 가격이 평균 3000~5000원이라고 보면 지나치게 비싸다. 엄청난 서비스를 받는 것도 아닌데 호텔 커피 값에 가깝다. 서울 노량진 컵밥 거리. 2500~7500원짜리 다양한 메뉴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 끼다. /김용재 영상미디어 기자 그에 반해 노량진·신림 등 고시촌 물가는 여전히 저렴하다. 노점이 몇 개 남지 않은 노량진 컵밥 거리에선 2500~7500원에 한 끼를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다. 뜨끈한 밥 한 공기에 입맛에 맞는 재료를 버무려 주는 거라 메뉴도 수십 가지다. 여기에 1000원 추가하면 곱빼기 주문도 가능했다. 과거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위한 곳이었지만, 최근엔 싼 가격 때문인지 가족이나 커플 손님도 꽤 있다고 했다. 한 노점 주인은 “십수 년 전과 비교하면 장사가 안 되는 편이라서, 접은 상인도 꽤 된다. 그래도 이 맛을 잊지 못해 찾아주는 단골뿐 아니라 최근엔 싸다는 얘길 듣고 오는 관광객들까지 생겼다”고 했다. 주말에 노량진에서 데이트를 했다는 30대는 “요즘 10만원은 돈이 아니다. 밥 먹고 영화 보고 커피 마시면 10만원 뚝딱 쓴다”며 “그래서 저렴한 데이트 계획을 짜서 와봤는데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고시생이 몰려 살던 신림동에도 인심 좋은 식당이 여럿 남아 있다. 한 쌈밥집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과 고시생을 위해 오랫동안 음식을 무한 리필 해주고 있다. 된장찌개, 콩비지찌개까지 덤으로 나오는 1만원짜리 보쌈 정식을 먹으면 상추 등 쌈뿐만 아니라 돼지고기도 달라는 대로 준다. 인근 백반집도 마찬가지다. 매일 달라지는 반찬만이 아니라 국, 밥까지 전부 무한 리필이다. 신림동엔 이런 곳이 꽤 많은데 점심시간이면 언제나 붐비고 줄을 서야 한다. “이래도 남는 거 맞죠?”라고 물었다. 사장님이 답했다. “당연하죠. 제가 땅 파서 장사하는 건 아니에요. 작년인가 제작년인가 재료 값이 더는 감당이 안 돼 1000원 올린 게 마음에 계속 걸릴 뿐이에요. 학생들이 배불리 먹고 너무 맛있다고 ‘엄지 척’ 해주면 그걸로 된 거죠.” 길거리 먹거리가 진짜 오른 물가 때문인지, 사라진 인심 때문인지 헷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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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김아진 기자 dkwls82@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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