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째 공동육아터 작은도서관 폐쇄라니"…주민들 철회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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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숲속작은도서관…2013년 주민들이 버려진 초소 손봐 마련
"불법건축물" 퇴거 요청한 구청에 주민 1천500명 모여 호소문도 제출
서울 동작구 서달산 숲속작은도서관 글 헤는 숲 전경
[촬영 계승현]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그동안 이곳에 아이를 데려와 숲 체험도 하고 책도 읽었어요. 이미 주민들의 복합문화공간인데 구청에서 왜 퇴거를 요청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지난 14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서달산 숲속작은도서관 글 헤는 숲. 주민 50여명은 저마다 심각한 표정으로 폐쇄 위기에 처한 이 작은도서관을 지켜내기 위한 의견을 나눴다. 17개월짜리 아들을 데리고 간담회에 참석한 임정선44씨는 이 작은도서관이 사실상 동네의 공동 육아터나 다름없었다며 구청의 결정에 분통을 터뜨렸다. 동네 주민들의 쉼터이던 서달산 숲속작은도서관 폐쇄 결정이 알려진 것은 작년 연말이다. 동작구청은 지난해 12월 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꿈꾸는도토리에 폐쇄 방침을 구두로 통보했고, 지난 2월 정식 공문을 통해 퇴거를 요청했다. 이 도서관이 공원조성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불법 건축물이라는 이유에서다. 동네 주민들은 2013년 힘을 모아 서달산 중턱에 버려져 있던 초소를 작은도서관으로 조성했다. 운영 주체는 이 지역 기반 비영리단체인 꿈꾸는도토리로, 2020년 동작구청의 주민참여예산 지원을 받아 확장 리모델링한 것 외에는 시나 구로부터 별도의 예산 지원은 받지 않고 있다. 동작구는 이 도서관이 서울시의 적법한 심의와 허가 절차를 밟지 않은 불법 건축물이라 정식 행정 절차를 거치고 운영자도 공개 모집한 뒤 인근 유아숲체험장의 시청각실 등을 포함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꿈꾸는도토리는 숲속작은도서관을 지키기 위해 주민 1천500여명의 서명을 받은 호소문을 동작구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숲속도서관 지키기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
[촬영 계승현] 주민들이 동작구청의 결정을 한편으로는 이해하면서도 반발하는 것은 이곳이 주민 뜻을 모아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주민들의 화합 공간으로서 큰 역할을 해온 이 도서관을 10여년 전 위법성을 이유로 갑자기 폐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상도4동에 거주하면서 가끔 이곳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한다는 엄연희53씨는 "남편, 아이랑 와서 목공 수업에 참여해 의자 만들기를 한 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면서 "다른 공간으로 변한다면 의미가 많이 퇴색될 거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실 이곳 말고도 서울 곳곳에 있는 작은도서관 중에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이 적지 않다. 도서관법 제4조에는 작은도서관이 주민의 참여와 자치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의 생활 친화적 도서관 문화의 향상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도서관이라고 규정돼 있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작은도서관 진흥법에 따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법인·단체 또는 개인은 작은도서관을 설치·운영할 수 있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작은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 문제는 좋은 취지에 걸맞게 작은도서관 설치·운영이 그다지 까다롭지 않은 대신, 운영 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이나 문제점이 발견되면 곧바로 폐쇄 수순을 밟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유정희 서울시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서울시에서 신규 개관한 작은도서관은 36곳인데, 같은 해 폐·휴관한 작은도서관은 62곳에 달한다. 서울시가 보조금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작은도서관 수도 감소 추세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작은도서관은 2020년 392곳에서 2022년 361곳, 올해 350곳으로 줄었다.
도서관 운영 중단 구청 측 현수막위과 이에 반대하는 꿈꾸는도토리 측 현수막
[촬영 계승현] 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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