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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 20원 때부터 차곡차곡···720만원 기부한 진도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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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89회 작성일 24-03-2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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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낚시점 대표 김원식씨 인터뷰
지난해 모은 공병으로 ‘사랑의열매’에 176만원 기부
지난 7년간 공병 모아 기부한 금액 720여만원
‘착한가게’도 가입해 매월 3만원씩 기탁


공병 1만7000개여개을 교환해 모은 176만원을 사랑의열매에 기부한 김원식씨가 지난 14일 전남 진도군 진도낚시점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나연 기자

공병 1만7000개여개을 교환해 모은 176만원을 사랑의열매에 기부한 김원식씨가 지난 14일 전남 진도군 진도낚시점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나연 기자



1년 동안 100원짜리 공병을 1만7000개 넘게 모을 수 있을까. 전남 진도군 진도낚시점 대표 김원식씨75는 주말마다 진도 7개 읍면 중 6곳을 돌며 공병을 모으는 ‘공병 수집가’다. 지난해 그가 수집한 1만 7000여개 공병과 교환한 176만원은 지난 1월 전남 ‘사랑의열매’ 성금이 됐다. 김씨는 공병을 받는 주류상사에서도 유명한 ‘공병 부자’이자, 진도에서 알아주는 ‘성실 기부자’다.

지난 14일 진도낚시점에서 만난 김씨는 “작은 부자일수록 부지런해야 한다고들 하잖아요. 춥고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부지런히 공병이라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낚시점에 걸려있는 액자 속 ‘부지런한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뜻의 ‘근자필성’이라는 사자성어처럼 8년째 부지런히 공병을 모은 결과 김씨는 7년간 720여만원을 기부하는 성과를 냈다.

선행의 계기는 지인으로부터 ‘공병을 마트에 갖다주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었다. 그는 ‘병을 수거해다가 받은 돈이 기부하는 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이후 그는 주말마다 차를 끌고 진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병을 모았다. 오전 7시4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800개 정도 공병을 모은 후 주류상사에 입고시키면 주말 일과가 끝난다.

가난한 이들에게 공감하는 마음이 김씨를 기부로 이끌었다. 과거 서울살이를 했던 17년 동안 김씨는 10원짜리 시루떡 하나로 하루를 견디기도 했다. 일자리 하나가 귀하던 1970~1980년대 그는 서울에서 온갖 궂은 일도 경험했다. 김씨는 “고생해본 사람이 고생을 안다고, 옛날에 춥고 배고픈 세상을 살아봤기 때문에 공병도 보물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낚시점 한켠에는 공병을 담기 위한 상자들이 놓여 있다. 한 박스에는 지난 14일 오후 이웃이 두고 간 공병들이 놓여 있다. 김나연 기자

낚시점 한켠에는 공병을 담기 위한 상자들이 놓여 있다. 한 박스에는 지난 14일 오후 이웃이 두고 간 공병들이 놓여 있다. 김나연 기자



홀로 시작한 공병 수집은 점차 주변으로 번져 나갔다. 이날도 이웃 한명이 가게에 찾아와 노래방에서 나온 술병 6개를 두고 갔다. 인근 펜션이나 공장 중에는 공병이 나오면 가장 먼저 김씨에게 연락하는 곳도 있다. 어느 날은 강원도 정선에서 진도에 온 손님이 김씨가 공병을 모은다는 소식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접하고 공병 3개를 김씨네 가게에 들고 왔다. “어찌나 뿌듯하던지, ‘사람은 좋은 일 하고 볼 일이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씨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2017년 김씨가 처음으로 공병을 수집해 사랑의열매에 기탁한 성금은 총 16만5300원. 당시 소주병 하나의 값은 40원, 더 작은 병은 20원이었다. 1년 동안 총 4000개가 넘는 공병을 모은 셈이다. 성금 규모는 7년 사이 10배가 됐다. 주말마다 트럭에서 공병 내리는 것을 돕는 김씨의 부인 차경숙씨67는 “우리가 병을 모으는 줄 아니까 공병 있는 집에 우리를 소개해 주기도 하고, 공병이 있으니 가져가라는 전화도 받는다”며 “나 역시도 길에서 병 하나만 보여도 집에 들고 오게 되더라”고 말했다.

공병을 모으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김씨에게 활력소가 된다. 바닷일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김씨를 마주칠 때마다 “사장님, 최고!”라며 엄지를 척 내민다. 그는 “공병을 갖다주고 인사할 때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오’라며 나누는 말들이 참 기분 좋다 고 했다.

김씨가 낚시점을 운영하며 버는 수익의 일부도 기부금으로 쓰인다. 김씨가 운영하는 낚시점 앞에는 ‘착한가게’ 문패가 걸려있다. 그는 2017년 전남 사랑의열매 ‘전남 착한가게’ 회원으로 가입해 매월 3만원씩을 꾸준히 기탁하고 있다. 김씨는 “이왕 공병도 줍는 김에 할 수 있는 건 더 하면 좋지 않나. 나름대로 좋은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소망은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공병을 모으러 다니는 것이다. 공병을 줍고, 옮기고, 박스째 트럭에서 내리느라 허리가 안 좋아졌을 때도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공병을 모으러 나갈 정도로 열정이 크다. 제가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는 할 거예요. 마음이 따뜻해지잖아요. 이렇게 늙는 게 저는 좋아요. 김씨는 환하게 웃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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