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데 가면 기다릴 게 뻔해" 달라진 응급실 인식…이곳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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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구로구의 구로성심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 앞. 남수현 기자
지난달 26일 밤, 서울 구로구 구로성심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최모58씨는 낙상한 시아버지를 모시고 여기로 왔다. 고려대 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집에서 더 가깝고 크지만 가지 않았다. 그는 "경증 환자는 큰 병원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고 해서 고려대병원에 갈 엄두를 못 냈다"며 "10분 정도만 기다린 뒤 엑스레이·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게 돼 여기로 온 게 오히려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 사태가 8개월째 이어지면서 경증·비응급 환자의 응급실 이용 형태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추석 연휴 전후에 경증환자비응급 포함의 대형 병원 응급실 이용이 크게 줄어든 데 이어 추석 이후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재민 기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응급실 환자는 전공의 이탈 전인 2월 첫 주 1만7892명에서 추석 연휴 무렵 1만5000명대로 떨어졌다. 지난달 마지막 주에는 1만3902명, 이달 2일은 1만4282명으로 줄었다. 2월 첫 주의 약 80% 수준이다. 전체 환자 중 경증 환자 비율도 2월 첫 주 46%에서 추석 직전 41%대로 떨어졌고, 추석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경증 환자가 응급실에 덜 오는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추석 연휴 경증 환자 숫자가 2월 첫 주의 77% 선으로 줄었고, 이후에는 좀 더 떨어져 70%, 71%대를 유지하고 있다.
김주원 기자
직장인 김모55씨는 최근 길에서 넘어진 후 집 근처 종합병원 응급실지역응급의료기관로 갔다. 환자가 붐비지 않아 곧바로 엑스레이 검사를 해서 골절 진단을 받았다. 바로 입원 후 이튿날 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큰 데 가면 오래 기다릴 게 뻔하고 제때 수술받지도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역응급의료센터를 둔 경기도 남양주 현대병원의 김부섭 원장은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가던 중증 환자들이 우리 병원으로 넘어오면서 환자가 20%가량 늘었다"면서 "간단한 질병 환자는 별로 안 오고 입원할 환자가 온다. 본인 부담률 인상 조치의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권역응급의료센터보다 약간 작은 지역응급의료센터도 중증 환자를 어느 정도 분담할 수 있다. 지금 같은 환자의 인식 변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구로구 우리아이들병원이 늦은 시간에도 대기환자들도 붐비고 있다. 사진 병원 제공
황원민 대전 건양대의료원 기획실장은 "과거엔 지병이 있는 환자가 조금만 증세가 나빠져도 응급실로 왔는데, 요새는 덜 온다. 이제는 기다렸다가 외래 진료로 온다"며 "이런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다른 환자가 진료를 못 보거나 기다려야 했다. 바람직한 변화로 본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때는 지자체가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가동하면서 한몫했다. 충북도청 최선익 주무관은 지난달 14일 "임신부가 응급실에 못 가고 있다"는 119구급대 전화를 받고 도내 산부인과 병원 이곳저곳에 전화를 돌렸다. 구급대가 전국 75곳 병원에 이송을 요청했다가 갈 데를 찾지 못한 터였다. 최 주무관은 어렵게 산부인과를 찾았고 6시간 만에 1차 진료를 받았다. 상태가 호전된 임신부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비상상황반은 이튿날 오전 6시 30분쯤 논에서 넘어져 안구 전방 출혈이 생긴 89세 환자의 응급실행을 도왔다. 강원90억원, 서울71억원, 경기도50억원 등은 응급실에 예산을 투입했다.
신성식·남수현 기자, 청주=문상혁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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