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 운수업 빈일자리 6600개···외국인 기사가 메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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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서울에서 노동력이 가장 부족한 업종은 운수업으로 분석됐다. 일반적으로 조선·철강·기계 등 제조업 인력이 부족한 전국적 상황과는 많이 다른 결과다. 서울시가 빈자리를 채울 방안으로 외국인 마을버스 기사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운수업계 안팎에서는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인력난이 해결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30일 서울연구원이 국민의힘 소속 이상욱 서울시의원에게 제출한 ‘서울시 외국인 노동공급과 일자리 수요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 전국의 노동력 부족 업종에서 큰 차이가 나타났다.
서울연구원이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조사 미충원인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빈 일자리 수는 지난해 기준 2만 9000개였으며 업종 가운데 운수업이 6600개로 가장 큰 비중22.6%을 차지했다. 통신 및 정보서비스업4800개·16.6%, 도·소매업 4000개·13.7%,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3500개·12.2%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전국적으로는 빈 일자리가 11만 3000개였으며 그 중 제조업3만 9000개·34.1%에서 노동력 부족이 가장 심각했다. 운수업은 1만 7000개로 1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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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력 부족 문제가 지방에서는 주로 제조업·농축산업·어업 등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지만 서울의 경우 운수업에서 가장 크게 발생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정주·출퇴근 인구가 집중된 서울에서는 교통 수요가 크기 때문에 버스·택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마을버스 운전기사 부족이 심각하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마을버스 기사 부족 인원은 600명으로 부족 비율이 17.1%에 이른다. 등록 차량 1599대에 1대당 2.2명을 곱해 산출한 적정 인원수3517.8명에서 실제 인원2918명을 뺀 숫자다. 2020년 6.8%237명에 그쳤던 부족 비율은 2021년 14.9%522명, 2022년 21.2%741명, 2023년 22.0%773명으로 뛰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기사가 유입되지 않아 인력난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배달 등 비대면 서비스 시장이 커지면서 운수업 종사자들이 급여가 높은 배달업으로 대거 이탈했다. 방문취업H-2, 재외동포F-4 비자 등으로 취업할 수 있지만 서울 마을버스 기사 중 중국 동포·결혼이민자를 비롯한 외국인 비율은 2%에 못 미친다.
서울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마을버스 운전기사 확대를 추진하고 나섰다. 시는 지난 10월 28일 국무조정실을 통해 외국인 고용허가제 주무부처인 고용부에 비전문취업E-9 비자 발급 대상에 운수업을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했다. 고용부 등 관계 부처가 법령을 개정하면 내년부터 외국인 마을버스 기사 제도를 시행해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시 출연 연구기관으로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서울연구원은 시 상황에 맞게 노동시장을 외국인에게 체계적으로 개방하기 위한 단계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외국인 기사가 늘어나려면 고용부·법무부·국토교통부 등 부처 간 협의를 거쳐야 한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도로교통법 준수, 교통사고 위험 대처, 의사 소통 능력 등을 고려해 외국인 마을버스 기사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론 수렴도 필요하다. 그동안 국민들이 외국인 인력 도입을 농어촌 지역 과제로만 인식했을 뿐 도시 실생활과 밀접한 운수업 등에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과의 이견도 좁혀야 한다. 서울시가 외국인 마을버스 기사 도입을 추진하자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지난달 18일 반대 입장을 냈다. 노조는 “마을버스 기사들의 인력 수급이 힘든 진짜 이유는 박봉과 격무 때문”이라며 "중앙정부의 재정지원과 서울시의 대중교통 예산 증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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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에 대규모로 외국인 기사를 고용하기 어려운 만큼 현실적인 방안으로 처우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월평균 급여는 올해조합과 노동조합 간 임금협정서 기준 316만 8650원이다. 근속연수가 8.43년인 서울 시내버스 기사의 월 급여가 523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마을버스 기사 급여는 60%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 성동구가 올해부터 마을버스 기사에게 필수노동수당을 매월 1회 30만 원씩 지급한 결과 관내 기사 수가 지난해 말 108명에서 지난달 120명으로 뛰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인력이 2019년 12월 136명에서 2023년 7월 104명으로 급감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11% 증가는 큰 반전이다.
성동구 사례를 참고해 서울 금천구도 마을버스 기사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조례 개정에 착수했다. 낮은 임금이 기사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자 구 차원에서 수당 보조를 검토하고 나섰다. 이병욱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 전무는 “재정난과 인력난에 폐업하겠다는 마을버스 회사들이 많다"며 “지자체들이 폐업을 막기 위해 기사 처우 개선 등 지원 방안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서울경제 관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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