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앞 몰려든 유튜버 표적 된 경찰…커뮤니티에 얼굴 사진 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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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헌법재판관들은 이날부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평의를 진행한다. 2025.3.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소 앞 경찰관들이 유튜버들의 표적이 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시위 현장 영상이 커뮤니티, 단체 채팅방 등에서 공유되며 사적 제재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모습이다.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7시 40분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인 시위 방식으로 서 있던 한 중년 여성이 경찰관과 충돌해 넘어지는 상황이 벌어지자, 인근에 있던 유튜버들은 경찰관들의 얼굴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여성이 고성을 지르며 헌재 내부에서 나오던 차량으로 달려가면서 이를 막는 경찰관과 부딪혀 넘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이 넘어지며 통증을 호소하자 유튜버들과 지지자들이 삽시간에 해당 경찰관을 에워싸고 "폭력 경찰이다", "경찰이 시민을 때렸다", "경찰 얼굴 다 박제해야 한다"며 얼굴을 촬영했다. 유튜버들은 여성과 부딪힌 경찰관 외에도 상황 파악을 위해 가까이 다가선 경찰 정보관 등 다른 경찰관들의 얼굴도 찍어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유튜버들의 과격한 표현과 달리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경찰관의 행동이 고의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고 증언했다.
헌법재판소 출입구 인근 바리케이드 너머에 서 있다 충돌 현장을 목격한 A 씨는 기자에게 "내가 봤는데 경찰이 일부러 민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근처를 지나던 행인 B 씨는 "할머니가 흥분해서 차에 다가서자 막는 과정에서 세게 부딪힌 것 같다. 감정을 갖고 밀친 건 아닌 걸로 봤다"고 했다.

지난 4일 오후 7시 40분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인 시위 방식으로 서있던 한 중년 여성이 경찰관과 충돌해 넘어지는 상황이 벌어지자, 유튜버들이 모여 경찰관들의 얼굴을 촬영했다. ⓒ 뉴스1
영상은 지지자들의 사적 제재 수단으로 즉시 활용됐다.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로 알려진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와 지지자가 모여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여성과 충돌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찰관의 얼굴이 찍힌 영상과 헌재에서 어르신 팬 경찰관을 찾는다는 글귀가 적힌 캡처본이 전날부터 올라왔다.
게시글과 오픈채팅방에는 "경찰 얼굴 다 박제해 두자", "들켜서 귀찮아하는 표정", "빨갱이" 등 비난 댓글뿐만 아니라 "응징해야 한다" 등 경찰에 대한 공격성 발언들이 줄 이었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여성과 충돌했다고 알려진 경찰관의 얼굴을 촬영한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공유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글왼쪽과 오픈채팅방 캡처본 갈무리. ⓒ 뉴스1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선고만을 남겨두며 집회·시위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최근 이런 일은 현장에서 더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도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와 이 XXX 올려라라는 글과 함께 헌법재판소 앞 집회에서 근무하며 "함께 구호를 외쳐 미신고 집회"라며 "채증하겠다"고 경고하는 경찰관의 모습이 찍힌 유튜브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 경찰관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공개됐고, "좌파 관상", "국회의원에게 단체 문자를 보내자", "빨갱이다" 등 모욕성 댓글이 다수 달렸다.
영상 촬영은 집회 현장에서 벌어지는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도 기능할 수 있어 그 자체만으로 부적법한 행위는 아니지만, 개인의 얼굴을 촬영해 다수가 모인 커뮤니티에 게시하고 악성 댓글을 다는 행위 등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또 개인에 대한 왜곡된 사실을 함께 전달하는 경우 민법상 초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할 수 있다.
한편 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당일 폭력 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캡사이신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 전날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기자간담회에서 "필요하다면 현장 지휘관 판단하에 삼단봉이나 캡사이신 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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