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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내 절대 안 난다"…노량진 수산시장 신기한 의자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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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5회 작성일 24-11-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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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디자이너 김하늘26씨가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폐스트로폼으로 만든 의자를 상인에게 선보였다. 한 상인이 김씨가 만든 의자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김하늘 디자이너

지난 10월 디자이너 김하늘26씨가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폐스트로폼으로 만든 의자를 상인에게 선보였다. 한 상인이 김씨가 만든 의자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김하늘 디자이너

" ‘도대체 쓰레기를 가져다 어디에 쓰려고?’ 상인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죠. "
‘업사이클링Up-Cyling·새활용’ 디자이너 김하늘26씨가 지난 9월 노량진수산시장에 처음 폐스티로폼을 받으러 갔을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김씨 손에서 수거된 폐스티로폼 상자 3개와 뚜껑 4개가 하나의 의자로 다시 태어났다. 한 달 뒤 김씨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 앞에서 의자 시연회를 열었다. 처음 스티로폼 상자를 수거하러 왔을 때 김씨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봤던 상인들은 “신기한 의자”라며 앉아보고 이리저리 만져봤다고 한다.

지난 10월 노량진수산시장. 김씨가 상인에게 폐스티로폼 의자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 김하늘 디자이너

지난 10월 노량진수산시장. 김씨가 상인에게 폐스티로폼 의자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 김하늘 디자이너

폐스티로폼으로 의자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생활 속의 재료를 비틀어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됐다. 자신을 ‘회 애호가’라고 소개한 김씨는 회를 먹고 싶을 때면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아 직접 횟감을 고른다고 한다. 시장 한 쪽에 쌓여있는 폐스티로폼 상자를 보고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고 한다. 김씨는 “눈앞에 보이는 수산물이 아니라 뒤에서 계속 버려지는 스티로폼을 대중에게 정리해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쉽게 부서지고 속이 텅 빈 스티로폼 상자를 부서지지 않는 의자로 만들기 위해 ‘산업용 열경화성 합성수지 코팅’이라는 기법을 이용했다. 김씨는 “전투기나 차량 외부 코팅에 사용되는 기법”이라며 “코팅된 날달걀 위로 차가 지나가도 깨지지 않는 영상을 보고 스티로폼 의자에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티로폼을 완벽하게 세척한 뒤 코팅해서 비린내는 절대 나지 않는다”며 “주방세제를 솔과 칫솔에 묻혀 수차례 세척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쉽게 부서지고 속이 텅 빈 스티로폼 상자를 부서지지 않는 의자로 만들기 위해 ‘산업용 열경화성 합성수지 코팅’이라는 기법이 이용됐다. 지난 9월 김씨가 코팅을 하기 위해 폐스티로폼 의자를 옮기고 있는 모습. 사진 김하늘 디자이너

쉽게 부서지고 속이 텅 빈 스티로폼 상자를 부서지지 않는 의자로 만들기 위해 ‘산업용 열경화성 합성수지 코팅’이라는 기법이 이용됐다. 지난 9월 김씨가 코팅을 하기 위해 폐스티로폼 의자를 옮기고 있는 모습. 사진 김하늘 디자이너

폐스티로폼 의자엔 재료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김씨의 고민도 담겼다. 김씨는 상자의 오돌토돌한 표면과 상자에 새겨진 글자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다고 한다. 의자 중엔 등받이와 좌판에 ‘DW-4호’라고 적힌 것도 있었다. ‘DW-4호’는 높이가 약 40㎝인 스티로폼 상자 호수를 의미하는데, 일반적인 팔걸이 의자의 가장 이상적인 좌판 높이인 40~44㎝과 잘 맞다고 한다.
지난달 26일 마포구 소재 김씨의 작업실. 기자가 김씨가 만든 의자에 직접 앉아봤다. 눈으로 볼 땐 스티로폼 상자를 붙였다는 느낌이 직관적으로 들었지만, 앉아보니 스티로폼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견고했다. 사진 박종서 기자

지난달 26일 마포구 소재 김씨의 작업실. 기자가 김씨가 만든 의자에 직접 앉아봤다. 눈으로 볼 땐 스티로폼 상자를 붙였다는 느낌이 직관적으로 들었지만, 앉아보니 스티로폼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견고했다. 사진 박종서 기자

김씨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폐마스크로 의자를 만들며 업사이클링 디자이너로서 두각을 드러냈다. 당시 계원예대 리빙디자인학과 재학 중이던 김씨는 졸업 전시회를 준비하며 뉴스에서 매달 일회용 마스크 1290억개가 버려진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김씨는 폐마스크 의자로 ‘2022 독일 재활용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업사이클링 디자인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김씨는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하며 한동안 사춘기를 겪었다고 했다. 업사이클링도 결국엔 폐기물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지난해부터 지난 5월까지 김씨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김씨는 “하지만 이젠 업사이클링이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생겼다”며 “물건이 버려지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머릿속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도 업사이클링 디자이너로서 자신만의 색채가 담긴 작품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씨는 “작품을 보고 감명을 받은 단 한 명의 관람객이라도 환경을 위한 작은 변화에 동참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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