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아이들 옷, 나뒹구는 술병…홀로 8자녀 키우는 어머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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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는 아이들의 짐을 집 안에 들이지 못하게 했다. 8자매의 옷가지가 집 밖에 방치되어 있다. /이랜드복지재단
김선숙가명#x2027;42씨의 목소리에는 지난날의 고통이 묻어났다. 갓 태어난 신생아를 포함해 8명의 자녀를 홀로 키우는 그의 하루는 늘 생존과의 싸움이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한부모 다자녀 가정의 현실
한국한부모가족협회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가정의 43.2%가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특히 다자녀 한부모 가정의 경우 양육비와 생활비 부담이 더욱 가중되어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김씨의 가정도 그중 하나였다. 정부 보조금 125만원이 유일한 수입이었지만, 사실혼 관계로 인해 그마저도 받지 못하게 됐다. 고등학생이 된 첫째와 둘째는 일찍 독립을 택했다. 김씨는 중학생부터 갓 태어난 신생아까지 6명의 자녀를 혼자 돌보고 있다.
◇끝없는 폭력 속, 아이들을 위한 선택
김씨는 “아이들 앞에서는 눈물도 보일 수 없었다”고 했다. 그 안에는 복잡한 가정사가 담겨 있다. 결혼 후 남편은 언제나 빚을 만들었고, 폭력도 서슴치 않았다. 가정폭력 신고와 쉼터 생활을 반복했지만 매번 경제적 어려움 탓에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남편의 폭력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김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이들 짐을 집에 들이지 못하게 해서 추운 겨울에도 아이들 옷가지를 계단에 두어야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집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아이들은 매일 밤 외출복을 입고 잠들었다.
다섯째 아이를 낳은 이후 이혼했지만,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없었다. 어린아이들을 둔 채 밖으로 나가 일할 수가 없어서다. 결국 이혼한 상태에서 다시 전 배우자와 한집에서 생활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지속되는 폭력과 강제 출산으로 여덟째 아이까지 태어났다.
“아이들이 아빠 발소리만 들어도 떨었어요. 큰 애들은 친척 집으로라도 피했지만, 어린애들은….” 김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은 점점 더 움츠러들었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다.
막내는 태어난 후 병원비가 없어서 출생신고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상황은 절박했다.
◇SOS 위고, 72시간의 기적
병원비를 해결하지 못해 태어난 지 2개월 만에 출생신고를 하게 된 여덟째 승우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랜드복지재단
신청 후 72시간 만에 기적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보증금 280만원과 이전비 지원이 결정된 것이다. 여기에 체납된 산부인과 비용 54만원도 지원받게 되면서 여덟째 막내의 출생신고도 가능해졌다.
김씨는 “태어나고 두 달이 지나서야 우리 승우가 공식적으로 제 자녀가 됐다”며 안도했다.
◇새로운 삶을 향한 첫걸음
아이들과 함께할 새로운 보금자리를 얻게 된 김선숙가명·42씨. /이랜드복지재단
셋째 준호15는 “이제는 친구들과 같이 학교에 갈 수 있어서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전에는 아버지를 피해 매일 다른 시간에 등교해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었다.
아이들은 ‘잠옷’을 입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이제야 아이들에게 평범한 일상을 선물할 수 있게 됐다.
김씨는 심리상담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복지기관과 교육청은 통합 사례 지원을 논의 중이며 한부모가정수급 대상 재검토도 진행되고 있다.
이랜드복지재단의 ‘SOS 위고’ 사업은 위기 가정에 신속한 도움을 전하는 ‘골든타임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서는 하루가 급하다”며 “72시간이라는 골든타임 내에 지원해 더 큰 어려움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있어요.” 김씨의 말에서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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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2k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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