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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같은 개 "길어야 몇 달"…86세 할아버지가 울었다[체헐리즘 뒷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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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7회 작성일 23-12-0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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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행운이 수술비 200여만원, 기초생활수급자 할아버지 月 생활비 37만원
수술 안 하면 "짧게는 며칠, 길어봐야 몇 달"이란 말에 할아버지 눈물
수술 잘 됐지만 비용 지불 못해, 모금 예정…"너무너무 고맙고, 많이 미안합니다"

[편집자주] 2018년 여름부터 남기자의 체헐리즘체험저널리즘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해봐야 제대로 안다며, 동떨어진 마음을 잇겠다며 시작했습니다. 격주로 토요일 아침이면 자식 같은 기사들이 나갑니다. 꾹꾹 담은 맘을 독자들이 알아줄 때 가장 행복합니다. 그러나 숙제가 더 많으니, 차마 못 다한 뒷이야기들을 가끔씩 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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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앞에서 할아버지가 울었다. 반려견 행운이가 아파서, 수술이 잘못돼 떠날까 싶어서, 힘든 처지인데 곁에서 도와주는 이들에게 고맙고 또 미안해서. 행운이가 물끄러미 바라봤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 꼬릴 흔들었다. 할아버지라면 그저 좋았다./사진=장신재 핌피바이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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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만약에에요. 만약에에, 수술을 안 받으면 행운이는 어떻게 될까요?"

털이 덜덜 떨리던 하얀 개를 품에 안은, 할아버지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자식보다 낫다던 유일한 가족, 반려견 행운이. 파란 가운을 입은 수의사가 대답했다.

"글쎄요, 수술 안 받으면…짧게는 며칠, 길어봐야 몇 달일 거예요."

생각보다 짧은 선고일. 맘 준비가 안 된 할아버지는 부정하기 시작했다. 돌보던 동네 고양이 행복이 얘길했다. 그 녀석도 병원에서 죽을 거라 했는데, 여태 잘 살고 있다며. 수의사는 무언가 답하려다 말을 삼켰다. 할아버지 뒷모습은 작고 무력하기만 했다.

행운이와 할아버지를 응원하던 우리 세 사람. 이규상 트레이너, 장신재 핌피바이러스 대표, 그리고 나. 갑작스레 아픈 행운이를 보며, 우린 맘이 몹시 분주해졌다. 병명은 자궁축농증. 예상치 못한 흐름이었다.



"나 죽으면 얘는 어떡해"…할아버지와 행운이를 위해 시작한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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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물이 시절부터 한 집에서, 한 가족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던 두 존재. 할아버지와 행운이가 물끄러미 마주보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86세 할아버지행운이는 7년간 단짝이었다. 한겨울 성남 모란시장에서 처음 만난 하얀 진돗개. 추울까봐 잠바에 곱게 싸서 데려온 개. 행복하게 살라고 이름 지어준 행운이. 새벽에 뒤척이기만 해도 쪼르르 다가와 킁킁거리는 착한 개. 적막한 집안에서 두 존재는 온기를 나누며 사계절을 지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죽고, 행운이가 홀로 남겨질 거란 걱정에, 입양을 보내야겠단 결심을 했었다. 그래서 행운이를 데리고 여기 정글핌피에 와서 상담했었다./사진=장신재 핌피바이러스 대표
할아버지는 지난 봄에 쓰러져 심장 박동기를 가슴에 달았다. 죽음을 처음 생각했다. 그러자 행운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 녀석은 어쩌나, 노심초사였다.

찾아온 곳이 유기동물 임시보호를 살뜰히 알리는, 동네 카페 겸 서점 정글핌피였다. 장신재 대표가 할아버지를 도우려 TV동물농장까지 신청했다. 사전 취재까지 마친 다음 날 문자가 왔다. 행운이가 없으면 마음의 병까지 생길 것 같습니다. 남은 인생 동안 함께해야 겠단 생각입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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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행운이 없이 살 수 없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할아버지의 문자. 어쩔 수 없는 맘이었다고./사진=장신재 핌피바이러스 대표
이를 안 뒤 할아버지를 돕고 싶었다. 혹여나 돌아가셨을 때 입양가기 쉽게 행운이를 훈련하잔 거였다. 설채현 놀로클리닉 수의사께 부탁했고, 고맙게도 좋은 트레이너를 소개시켜줬다. 이규상 트레이너였다. 그리 나와 장 대표, 이 트레이너 셋이 할아버지와 행운이를 응원하는 모임이 됐다.

시월 중순부터 훈련이 시작됐다. 할아버지 껌딱지인 행운이가, 다른 이와도 잘 지내게 하는 훈련이었다. 매주 화요일마다 동네 산책 훈련을 하고, 정글핌피로 돌아와 둔감화 훈련을 더 했다.



갑자기 예민해진 행운이…급히 동물병원으로


할아버지가 떠났을 때, 다른 가족을 편히 만날 수 있도록 낯선 이에게도 마음을 여는 훈련이었다. 매주 화요일마다 시간을 내어준 고마운 이규상 트레이너님./사진=남형도 기자
충분히 헤아리고 기다려주던 이규상 트레이너의 섬세한 훈련. 그러니 소심한 행운이도 차츰 맘을 열었다 훈련기는 추후 별도로 다룰 예정. 첨엔 할아버지와 함께 산책했고, 그 다음엔 할아버지가 없을 때에도 산책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나 없이도 다른 사람한테 가도 잘 살겠어어." 할아버지는 웃으며 뿌듯함과 섭섭함이 섞인 마음을 내비쳤다. 오래오래 함께 살아, 무용無用한 훈련이길 바랐다.

뭔가 달라진 느낌이 든 건 2주 전쯤부터. 간식도 잘 먹지 않고 불안정한 느낌이었다. 엉덩이를 바닥에 끌기도 했다. 점액 비슷한 게 묻어났다. 이 트레이너도 행운이가 심상찮단 걸 직감했다.

지난 5일, 행운이와 함께 훈련한 8번째 화요일. 그날은 목줄을 메는 것도 몹시 피했다. 닿는 것조차 예민하게 느끼는 듯했다. 산책할 땐 자주 두리번거리거나 멈췄다. 입질을 하려 하기도 했다. 소변을 보려 오래 쪼그려 앉았으나 양은 적었다. 생식기는 부어 있었고, 대변은 설사에 가까웠다.
그래도 역시 할아버지가 최고. 자궁축농증으로 많이 아팠을텐데도 이리 반기던 행운이. 그냥 다른 개가 되어버린다./사진=남형도 기자
"얘가 사료도 안 먹고, 토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복지관에서 돌아온 할아버지 말이었다. 이 트레이너는 행운이가 자궁축농증이 의심된다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수술 안 하면 며칠 안에도 죽을 수 있다"…시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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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진료를 위해 간 병원에서 덜덜 떨던 행운이. 할아버지 품에서 그나마 안심했다./사진=남형도 기자
할아버지가 나서자 행운이도 곁을 졸졸 따라갔다. 할아버지라면 아무래도 좋은 모양이었다. 둘의 뒷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동네 동물병원에 함께 도착했다. 행운이는 덜덜 떨었다. 할아버지는 행운이를 어르고 달랬다. 번쩍 안고 들어 진찰대에 올리고, 초음파를 찍고, 피검사를 했다. 쉼없이 어루만지며 안도하게 했다. 행운이도 고개를 털썩 기대었다. 믿음을 허락한 유일한 사람에게.

예상대로 자궁축농증 진단이 나왔다. 다만 염증 수치가 굉장히 높았다. 수술 외엔 선택지가 없다고 했다. 웅크린 행운이와, 벼락 같은 말에 움츠러든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진료실 안에 햇빛이 일부 드리웠다. 작은 행복이 계속 허용됐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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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의 초음파 사진. 자궁축농증 진단을 받았다./사진=장신재 핌피바이러스 대표
그날 진료비가 15만원. 장 대표와 이 트레이너, 내가 5만원씩 분담했다.

"얼마라고? 아니이, 난 1만5000원으로 들었네. 내가 이래서 병원을 못 왔었지…."

기초생활수급자인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몹시 미안해했다. 한 달 수급비는 월 37만원. 이달에 나오면 꼭 갚겠다고 했다. 누구도 그걸 바라진 않았다.



기초생활수급비 37만원, 행운이 병원비 200만원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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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가세요, 인사해야지 행운아. /사진=남형도 기자
자궁을 들어내는 큰 수술. 그러니 위험한 수술이었다. 회복 단계에서도 안심할 수 없단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 할아버지에게 걱정이 드리운 게 느껴졌다. 수술해야 행운이가 살 수 있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간절한 그 말을 차마 꺼내지 못했다. 집 대문을 행운이와 넘어가는 순간까지도. 그저 허릴 깊게 숙여 "오늘 고맙다"고만 했다.

우리 셋은 정글핌피에 모여 어찌할지 논의했다. 수술해야 한단 것엔 이견이 없었다. 비용이 걱정이었다. 장 대표가 관악구청에 전화해 문의해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한 동물병원비 올해 예산은 다 소진됐단다. 침묵의 시간이 이어졌다. 얼핏 들은 행운이 수술비와 입원비는 200만원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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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만보아도 모든 걸 다 아는,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는 존재들./사진=남형도 기자
작은 집에서 서로만 의지하며 맘 졸일 두 존재를 생각했다.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할아버지인 걸 알아채는, 그 소릴 따라 주저없이 달려가 꼬릴 흔들고 매달리는 행운이를 떠올렸다. 결론은 별수 없이 하나로 정해졌다.

"행운이 살려야지요. 수술해줘야지요. 어떻게든 모금을 해서라도요."

설채현 수의사가 수술 잘하는 24시 병원이라며 한 곳을 소개해줬다. 비용 부분도 잘 얘기해보겠다고 했다.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된다고 했다.



"너무 고맙고 미안해요"…할아버지가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수술하는 날, 이규상 트레이너 차에 오르는 행운이와 할아버지./사진=남형도 기자
장 대표가 행운이 수술을 받게 하자고, 할아버지를 설득해보기로 했다.

할아버지는 닭 한 마리를 사다가 삶아서 먹이는 중이었단다. 생일에 삶아주던 닭을, 아픈 자식 뭐라도 먹이려 사온 거였다. 어려운 형편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는 중에 장 대표 전화를 받은 거였다.

수술비 걱정하지 말라고, 행운이 잘 살리겠다고. 장 대표의 그 말에, 할아버지는 수화기 너머로 꺽꺽 울었다고 했다.

다음 날인 6일, 수술 일정이 바로 잡혔다. 무거운 맘으로 정글핌피에 다시 모였다. 회색빛 표정의 할아버지와, 산책인줄 알고 졸졸 따라나선 행운이가 보였다. 이 트레이너 차에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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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하기 전, 불안해하는 행운이를 위해 찬 바닥에 주저 앉아 눈높이를 맞추던 사람. 처지와 상관없이 그는 행운이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가족이자 보호자였다./사진=남형도 기자
차 안에서부터 덜덜 떨고 소변을 지린 행운이. 할아버지는 "행운아, 괜찮아. 괜찮아"하며 꼬옥 안고 달랬다. 자신에게 하는 말인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병원에 도착해 행운이와 할아버지는 야외 공간에서 진정했다. 몸을 낮춰 앉아 행운이를 달래던 할아버지. 그에게 다가가 곁에 쪼그리고 앉았다. 잠은 편히 주무셨느냐고. 할아버지가 고갤 저었다.
병원 앞에서 할아버지는 결국 울음을 쏟았다. 행운이가 꼬릴 흔들며 위로해주었다./사진=장신재 핌피바이러스 대표
"행운이가 혹시나 잘못될까봐 마음 많이 쓰셨지요."기자
"행운이 걱정도 그렇고요. 우리 행운이 이렇게 수술 받게 해준 게 너무너무 고맙고, 면목 없고 미안해서…."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웅크린 채 아이처럼 몸을 들썩이며 울었다. 바닥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잘 될 거라고, 행운이랑 오래 사셔야한다고 등을 가만히 토닥여줬다.

행운이가 그런 할아버지에게 다가와 얼굴을 가만히 대었다. 소소한 표정 변화까지 다 알아채는 녀석이었다. 할아버지가 행운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걱정말아"라고 쓰다듬었다.

행운이 꼬리가 세차게 흔들렸다. 늘 그랬듯이.



※ 기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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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잘 마치고 회복 중인 행운이. 매일 2번씩 면회를 가서 2~3시간씩 함께 있다가 온다고./사진=행운이의 가장 좋은 단짝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기사 작성한 남형도 기자입니다. 행운이는 수술을 다행히 잘 마쳤고, 회복하고 있습니다. 회복 단계도 고비고비라, 아직은 꼼꼼하게 지켜봐야 한답니다. 수술날, 병원에서 할아버지에게 이리 말했습니다. 수액 맞혀 체력 올리고, 수술할테니 맡기고 가시라고요. 할아버지는 행운이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수술 다 끝날 때까지 장장 8시간을 바깥에서 기다렸다고요. 매일 두 번씩 면회를 가서, 두세 시간씩 머물다 오십니다. 어제8일도 밤 10시까지 계셨지요.
병원에서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인 행운이. 그 큰 수술을 했음에도, 깨자마자 할아버지를 보고 꼬릴 흔들었단다. 동고동락하며 서로에게 기대어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무탈하기를, 안녕하기를./사진=장신대 핌피바이러스 대표
남은 걱정은 행운이의 검사비와 수술비, 입원비입니다.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약 200만원 넘게 나올 예정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할아버지께서 감당하기엔 턱없이 힘든 금액입니다. 그래서 핌피바이러스 계좌모금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내역은 투명하게 밝히겠습니다. 십시일반 보태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기사 댓글을 통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긴 기사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남형도 드림.
병원에 걸린 트리, 반짝이는 불빛. 할아버지도, 행운이도, 앞으론 매일매일 메리크리스마스./사진=장신재 핌피바이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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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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