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이 돌고 돕니다…사장님 울린 초딩들 [아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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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을 본받고 싶어요. 나중에 크면 꼭 사장님처럼 착한 사람이 될 거예요.”
경기도 광주시 양벌초등학교 3학년 124명이 대전에 있는 한 남성 의류 매장 사장님에게 쓴 편지입니다. 편지는 올해 12년 차 교사인 오예지 연구부장 선생님이 직접 배달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에게 영어와 도덕을 가르치는 오 교사는 우연히 SNS에서 맨발의 노숙자에게 신발을 선물한 옷가게 사장님 사연을 접하고 도덕수업의 교재로 쓰자고 생각했습니다.
오 교사는 지난 11월 1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마침 제가 생명존중에 대해 수업을 하는 시기였는데 사연을 접하고 유튜브에서 풀버전을 찾아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봤다”며 “이후 아이들에게 ‘사장님께 편지를 써드리고 싶은데 같이 쓰자’고 했더니 아이들도 그러겠다고 하더라. 실제로 전달도 할 거라고 하니까 아이들이 더 집중해서 썼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도덕이 조금 재미가 없는 과목 아니냐. 그래서 수업 시간에 뉴스를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아이들이 더 잘 집중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11월 둘째 주 영상 속 사장님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갖게 됐고 선생님은 약속대로 그 편지를 사장님에게 직접 전달했습니다. 토요일 오전, 광주에서 대전까지 차로 2시간 넘게 달려서 말입니다.
수업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아이들 호응이 대단했거든요. 그는 “편지를 전달하고 나서 그 뒤 수업 시간에도 그렇고, 복도에서 만나면 아이들이 사장님께 자신의 편지를 전해줬냐고 물어본다”며 “지난주에 수업한 4, 5, 6반까지는 직접 가서 전달했고, 이번 주 수업한 1, 2, 3반은 우편으로 보냈다고 설명하면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뿌듯하더라”고 말했습니다.
편지를 전달받은 사장님은 울컥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사실 사장님은 자신의 사연이 알려지는 게 두려웠습니다. 예상치 못한 악플에 상처를 많이 받았거든요. 하지만 초등학교 아이들이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받고서는 달리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는 “자신의 선행을 스스로 밝히는 것은 진짜 선행이 아니라는 식의 악플로 상처받았지만 마음이 아이들의 편지로 모두 치유됐다”며 “내가 이 일로 위로받았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는 말에 감내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두 번째 등기 우편으로 편지를 받고는 다시는 언론과 접촉하지 않아야지 했던 마음이, 편지 받은 걸 널리 알려서 아이들이 칭찬받게 해줘야겠다는 마음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장님에게 이런 따뜻한 위로를 건네준 오 교사는 편지 쓰기 말고도 도덕수업을 위해 남다른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해요. 선한 영향력 가게를 직접 방문하는 건데요. 아동 급식 카드을 갖고 있는 아이들을 VIP로 맞이하는 파스타집을 방문하거나 수익금을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쓰는 사회적 기업의 꽃을 구독하는 식으로 ‘도덕생활’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방문 후기는 도덕시간에 수업 교재로 활용합니다.
또 그는 자신의 생일마다 자축하는 의미로 기부도 합니다. 모두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도덕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입니다.
옷 가게 사장님이 베푼 선행이 한 교사의 마음을 움직여 아이들에게 전달됐고, 감동받은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쓴 편지에 사장님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감동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좋은 일이 알려지면 세상에 이렇게 따뜻한 온기가 돌고 도는 건가 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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