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자 어쩌나"…초등학교 입학식 참석한 조부모 한숨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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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겨우 10명 뿐"…서울 초등학교들도 신입생 대란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 32만명 역대 최저
국내 최장수 초등학교, 올해 입학생 31명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 32만명 역대 최저
국내 최장수 초등학교, 올해 입학생 31명
![amp;quot;우리 손자 어쩌나amp;quot;…초등학교 입학식 참석한 조부모 한숨 [현장]](http://thumbnews.nateimg.co.kr/view610///news.nateimg.co.kr/orgImg/hk/2025/03/04/01.39701484.1.jpg)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 입학식/사진=유지희 기자
“우리 손자 학교는 입학생이 적어서 한 학년이 축구도 못하게 생겼네요.”4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이 모군6의 할아버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오전에 택시 운행을 마치고 손자 입학식에 왔는데 오는 길에 지나친 초등학교마다 꽃다발을 파는 곳도 없고, 사람도 없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출생아 급감으로 초등학교들이 연이어 문을 닫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32만 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0년 전국 33곳이던 폐교 수는 지난해 33곳, 올해 49곳으로 급증했으며, 이 중 초등학교가 38곳을 차지한다. 입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도 지난해 112곳에서 올해 180여 곳으로 늘었다.
시도별로는 전남이 10곳으로 가장 많고, 충남·전북·강원도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는 올해 폐교된 초등학교가 없지만, 인구 유입이 꾸준한 경기도에서도 6곳이 문을 닫는다.
출생아 수 급감에 초등학교 직격탄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 입학식에서 학부모들이 아이의 반을 확인하고 있다/사진=유지희 기자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에서는 31명의 신입생이 6학년 선배 15명과 함께 입학식에 입장하자, 학부모와 교직원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올해 입학생 수는 지난해보다 한 명 줄어든 31명으로, 총 두 반이 꾸려졌다.교동초는 131년 역사의 국내 최장수 국공립 초등학교지만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를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동초는 서울 전역에서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현재 재학생 중 해당 학군에 거주하는 학생 비율은 20%에 불과하며 80%는 서울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로 구성됐다.
교동초 관계자는 "이곳 처럼 서울 곳곳에서 소규모 학교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무조건 통폐합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며 "교육청 차원에서도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리는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 A초등학교의 1학년 입학생은 13명, 같은 구 B초등학교는 10명에 불과했다. 두 학교 모두 담임교사 한 명이 1학년 전체를 담당하고 있다.
입학생 감소로 인해 입학식 풍경도 달라졌다. 서울 곳곳의 초등학교에서는 신입생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며 입학을 축하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한 학교 관계자는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고, 올해 입학생 수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학생 수가 적어 단체 활동이 어려운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학부모들의 걱정도 크다. 이날 교동초 1학년에 자녀를 입학시킨 김나현41 씨는 "입학생이 적으니 아이가 친구를 사귈 기회도 줄어들 지 않을 지 걱정"이라며 "3~4학년 때 아이들이 전학을 많이 간다고 들어 그 부분도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학교라 폐교되지 않고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이 학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B 초등학교에 셋째 아이를 입학시킨 김모 씨는 "첫째와 둘째가 이미 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적응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면서도 "만약 외동이었다면 다양한 친구를 사귈 기회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됐을 것"이라고 했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초등학교 앞 꽃집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에서 졸업·입학 꽃다발을 판매하는 50대 조 모씨는 "오늘 입학식이라 조금 기대했는데 오전 내내 꽃다발이 한 개도 팔리지 않았다"며 "작년보다 더 심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꽃집 사장 40대 성 모씨는 "예전에는 입학 시즌이면 2월부터 여러 가지 꽃다발을 준비하느냐 바빴는데 장사가 거의 안된다"며 "차라리 대학교 졸업 시즌에 조금 벌이가 낫지, 초등학교 입학식은 이제 대목으로 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폐교만이 능사 아냐…인근 학교와의 협력 필요"
전문가들은 소규모 학교를 살리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서울도 재개발되면서 강남이나 목동을 중심으로 학교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소규모 학교의 경우 특히 협력 교육이나 모둠 활동같이 초등학교에서 강조하고 있는 학습 교육 방식이 상당히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근 학교 간의 교육과정을 연계에서 운영하거나 체육활동, 프로젝트 활동, 외부 활동 같은 경우 주변에 있는 큰 학교와 함께 가는 활동을 많이 만들면 소규모 학교도 학생들도 보다 더 교육과정 속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제상 공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한 학년 학생들이 15명 미만일 때, 또는 성별이 지나치게 불균형할 경우 교원들이 학생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한계를 느낄 수 있는데 폐교와 학교 통합만이 방법은 아니다"며 "그동안에는 학교 인원 축소에 대해 재정적 프로그램만 지원해 왔는데 이제는 지역사회가 나서 소규모 학교 학생들도 인근 학교 또래 학생들과 협력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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