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뺏은 학폭, 베풂·용서로 감싼 참 기업인···이대봉 회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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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학교폭력으로 아들을 잃은 뒤 아들이 다니던 학교를 인수해 키우는 등 장학 사업에 헌신한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이 1일 별세했다. 향년 83세.
1941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교 1학년 때 집안 형편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신문 배달, 부두 하역, 고물 장사 등을 했다. 어렵게 모은 돈으로 1975년 동아항공화물을 세웠고 이를 기반으로 참빛가스산업·참빛동아산업 등 여러 계열사를 운영했다. 한국항공화물협회 회장도 지냈다. 베트남에서 호텔·골프장 사업도 벌였다.
고인이 교육 사업에 관심을 두게 된 건 37년 전 학교폭력으로 셋째 아들 대웅 군을 떠나보내면서다. 당시 서울예고 2학년으로 성악도였던 아들은 선배들에게 맞아 쓰러진 뒤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가해자에 대한 울분을 삭이면서 대신 폭력 없는 학교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고인은 1988년 ‘이대웅음악장학회’를 세워 성악 콩쿠르를 개최하고 학생들의 유학비를 지원했다. 이대웅음악장학회는 지난해까지 3만여 명의 학생들을 도왔다. 2010년에는 도산 위기에 놓인 서울예고와 예원학교를 인수해 학교법인 서울예술학원의 이사장이 됐다. 아들이 사랑했던 학교가 더 망가지는 것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서울 평창동에 서울예고 개교 70주년을 맞아 ‘서울아트센터’를 설립했다. 서울아트센터는 1000석이 넘는 좌석을 가진 연주 공간인 도암홀, 180여 평의 전시 공간인 도암갤러리, 아트숍 등으로 구성됐다.
고인은 2021년 3월 EBS에 출연해 아들을 숨지게 한 학폭 가해자를 용서한 사연을 고백했다. 고인은 “미국 출장 중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비행기를 14시간 타고 서울로 가는 와중에 ‘저 아버지가 혹독하고 돈밖에 모르니까 하나님이 데리고 가셨다’는 이야기는 안 들어야겠다 했다”고 말했다.
담당 검사조차 선처할 수 없다고 한 가해자를 용서해달라며 직접 구명 운동에 나섰다. 고인은 EBS에 출연해 “검사에게 아들의 일을 운명으로 생각하고 하나님의 계명으로 생각하고 용서하겠다고 했다”며 “경력 20여 년 검사가 자기 자식을 해친 사람을 용서한 사람은 세계에도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서울예고 학생들은 돈을 모아 학교 안에 음표 모양의 추모비를 세웠다. 대웅 군 사건 이후 서울예고에서는 학폭이 급감했다.
고인은 EBS에 출연했을 때 가해자를 용서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 “후회한 적 없다”며 “서로서로 용서하면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정”이라고 답했다.
사업차 진출한 베트남에서도 장학 사업을 벌였다. 베트남 진출 직후부터 공안경찰 유자녀와 소수민족, 소년 소녀 가장 등 어려운 처지에서 학업을 이어가려는 청소년들을 돕는 데 앞장섰다.
유족으로는 부인 윤봉자 씨와 아들 이대만참빛그룹 부회장·서울예술학원 이사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발인은 5일 오전 5시.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서울경제 관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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