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액세서리 부자재 상가 왜 2030 성지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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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파는 건 흔하잖아요. 직접 만들면 조금이라도 다르게 만들 수 있어 희소성이 있어요.”
서울 종로구 동대문종합시장 5층 ‘액세서리 부자재 상가’에서 지난달 25일 만난 대학생 안신영21씨가 목걸이에 들어갈 재료를 둘러보며 말했다. 학교 축제에서 플리마켓벼룩시장을 열어 직접 만든 액세서리와 열쇠고리를 판매할 계획이라는 안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크록스 꾸미기, 키링열쇠고리 만들기 등 ‘나만의 물건 만들기’가 유행이다. 시장 내 가게마다 같은 물건이어도 가격이 달라 발품을 팔며 저렴한 부자재를 찾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구슬, 모루털이 달린 철사, 천 등 각종 액세서리 재료를 판매하는 동대문종합시장 5층 상가에 20~30대 국내외 젊은층이 몰리고 있다. 나만의 물건을 원하는 청년층 특성과 시장의 저렴한 가격과 인심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평가다. 이날 찾은 부자재시장은 바구니에 알록달록한 비즈를 골라 담거나, 인형 옷을 만들려 각종 천을 인형에 대어보는 손님으로 북적였다. ‘모루털이 달린 철사 1줄에 800원, 눈, 코 서비스 그냥 드려요’라는 펼침막과 물건을 산 고객에게 “이건 서비스”라고 외치며 키링을 넣는 상인의 우렁찬 목소리가 겹쳤다.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가 뒤섞인 호객 소음 사이에서 히잡을 쓴 외국인 관광객들도 신중하게 재료를 살폈다.
열쇠고리 재료를 사러 온 김소연22씨는 “패션디자인 전공이라 지난해 학교 과제에 필요한 부자재를 사러 처음 왔다가, 혼자 팔찌·반지·키링 등을 만드는 취미가 생겨 시간 날 때마다 방문하고 있다”며 “완제품을 사는 것보다 저렴하고 하나밖에 없는 물건을 만드는 의미가 있어 빠져든다”고 말했다. 동대문부자재시장은 연예인 팬 등 ‘덕질러’에게도 인기다. 외국 배우를 좋아하는 박아무개36씨는 이곳에서 산 부자재로 연예인 사진 등을 넣을 수 있는 ‘탑로더 케이스’를 장식한다. 박씨는 “만약 좋아하는 배우가 토마토를 좋아하면, 이곳에서 토마토 모양 재료를 사서 탑로더 주변을 장식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탑꾸’탑로더 케이스 꾸미기 방식을 설명했다.
상인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한 점포를 운영하는 전자영33씨는 “3∼4년 전부터 젊은층이 몰리고 있는데, 부자재 가격이 보통 백원에서 천원 단위라 저렴해서 많이 찾는 것 같다. 매일 소셜미디어SNS를 찾아보며 유행하는 부자재를 들여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점포 상인 김태인64씨는 “주변에 있는 광장시장에 들렀다가 동대문부자재시장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부쩍 늘었다”며 “내 나이는 60이 넘었지만 트렌드공부를 계속 하고 있다. 홍대 거리에서 유행하는 물건들을 살펴보거나 젊은 세대가 많이 쓰는 ‘핀터레스트’에서도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차별화’를 중시하는 젊은층의 소구에 부자재 상가가 적절히 부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신발 꾸미기, 가방 꾸미기 등 물건을 직접 꾸미는 게 차별화된 나의 모습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이 됐다”면서 “특히 젊은 세대는 소셜 미디어 영향으로 ‘남들과 다른 나’를 드러내는 성향이 강해 직접 부자재를 살 수 있는 동대문부자재시장도 유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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