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미러로 칠까 무서워"…버스 다가올 때 연석 끝에 서 있는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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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버스가 승강장에 진입할 때 승강장 연석 끝에 바짝 서서 대기해 버스의 후사경사이드미러에 부딪힐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교통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스마트 쉘터 정류장 설치를 확대하고 승차 구간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 시민 제안 플랫폼인 상상대로 서울에는 버스 승강장 내 안전선 구획 설치 운용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승객들의 편안한 승하차를 위해 정류장에 최대한 가깝게 버스를 세워야 하지만 승강장 연석 끝에 서 있는 승객들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류장과 멀리 떨어져 정차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시내버스 운전기사라고 밝힌 민원인은 "지하철의 스크린 도어 도입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한 것처럼 버스 승강장 바닥에 연석을 따라 일정한 폭의 구간을 안전구역으로 설정하고 특정 색 등으로 안전선을 표시해 구분하자"고 제안했다. 2일 데일리안은 승객과 버스가 많이 몰리는 광화문과 서울역 일대 버스 승강장을 찾았다.
이날 기자가 버스 탑승 전 승객들의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 민원의 내용처럼 승객이 버스 탑승 직전 승강장의 연석에 바짝 서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승객들은 버스가 오기 전까지는 승강장 내 의자에 앉아 있거나 연석과 멀찍이 떨어져 휴대전화를 보는 등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버스가 곧 도착한다는 안내음이 나오자 대기하던 승객 중 일부가 승강장 내 연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버스가 점차 다가오자 더 많은 승객이 승강장 내 연석으로 모였다.
승객들이 연석으로 몰리자 버스 기사는 위험성을 인지한 듯 승강장과 멀찌감치 거리를 둔 채 버스를 세웠다.
서울역 인근 버스 승강장에서 만난 김보성44씨는 "버스의 사이드미러가 나를 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봤지만 반대로 진짜 박겠어?라는 생각으로 탑승하려는 버스에 다가가는 것 같다"며 "빨리 탑승해 빈자리에 앉기 위해 버스에 탑승하기 전 자주 앞으로 나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광화문역 근처 버스 승강장에서 만난 안지환35씨는 "버스가 진입할 때 연석까지 나와 있는 행위는 당연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뭐든지 빨리빨리 하려는 대한민국 국민의 습성이 이런 곳에서도 나온 것 같다"며 "그런데 또 승강장에 앉아 있거나 멀찌감치 떨어져서 핸드폰 등을 하고 있으면 버스가 정차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험 때문에 탑승하려는 버스가 온다는 안내음이 나오면 연석쪽으로 이동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시내버스 운전기사 박모씨는 "승강장에 진입할 때마다 연석에 승객이 서 있으면 버스 사이드미러로 승객을 칠까 불안하다. 이럴 때마다 정차 규정인 50cm승강장과 버스 사이의 간격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며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빨리 예방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에 서울시는 각 정류장에 "버스가 들어오니 한걸음 뒤로 물러나 달라"는 안내 음성을 송출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저상버스 등은 휠체어가 승하차하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연석에 차량을 가까이 세울 수밖에 없다. 애초에 승객들이 버스를 타기 전 연석까지 나올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민들 스스로 안전에 대한 의식을 갖고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류장 내의 안전 대책을 제도화하는 건 인위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버스정보안내기BIT를 통해 정류장에 도착 예정인 버스의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현재 시가 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장재민 한국도시정책연구소 소장은 "미래형 버스정류장으로 불리는 스마트 쉘터 정류장의 설치를 확대하는 것이 방법이다. 스마트 쉘터는 안전시설, 스크린 도어 등이 설치돼 시민들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교통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버스가 2대 이상 연속으로 오는 경우 뒤에서 승강장과 떨어진 구역에서 승차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버스가 일정 구간에서 정차한다는 것을 약속으로 정하고 승객들은 해당 구간에서만 대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점도 하나의 해결 방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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