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53대 연쇄추돌, 제설작업자 참변…11월 폭설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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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수도권과 강원도를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리고 강풍까지 불면서 빙판길 교통사고 등 여러 사고가 속출했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까지 적설량은 경기 용인 30.7㎝, 경기 수원 27.3㎝, 충북 진천 24.5㎝, 강원 평창 22.7㎝, 강원 홍천 20.9㎝ 등이다. 밤사이 퍼부은 눈이 도로에 쌓이거나 얼어붙으면서 안전사고가 속출했고 오후 들어서도 영하권 기온이 지속되며 피해가 커졌다.
전날 오전 8시40분쯤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한 농가에서 제설작업 중 차고지가 무너져 80대 A씨가 숨졌다. A씨는 알루미늄 소재로 지은 천막형 차고지 위에 쌓인 눈을 치우다가 무너지는 시설물에 깔린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일대에서는 눈이 쌓인 가로수가 쓰러지며 전주와 전선을 접촉해 174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경기도 광주와 강원도 횡성에서도 폭설 여파로 전력 공급이 끊기는 등 모두 32건의 정전이 발생했다.
오후 7시26분쯤 경기도 평택시 도일동 한 골프연습장에서 상부 철제 그물이 무너지며 제설작업 중이던 근로자 2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3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다른 1명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빙판길 교통사고 피해도 이어졌다. 오전 6시40분쯤 강원 홍천군 서석면 서울양양고속도로 서울 방향 서석터널 부근에서 눈길에 미끄러진 제네시스 승용차를 25t 덤프트럭이 들이받았다. 이어 뒤따르던 차량 3대가 연쇄적으로 부딪치며 모두 5대가 추돌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오후 5시50분쯤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도로에서 차량 53대가 빙판길에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11명이 다친 가운데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경상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현장 CCTV와 신고 등을 살핀 결과 내리막길에서 앞서가던 승용차가 정지하면서 뒤따르던 차량이 잇따라 연쇄 추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내린 눈으로 빙판길을 이룬 ‘블랙아이스’ 내리막길에서 차량이 제대로 정지하지 못하고 미끄러져 연속으로 추돌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북 익산~포항 고속도로 익산 방향 장수IC 인근에서도 25t 화물차가 쓰러져 화물칸에 실린 위험물질 300~400L리터 중 일부가 누출됐다.
소방청은 이번 대설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구조와 구급 등 총 698건의 소방 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대설특보로 바닷길과 육지 도로가 일부 막혔다. 이날 인천~백령도와 경북 포항∼울릉도 등 전국 70개 항로에서 여객선 89척이 운항을 멈췄고 전북 4개 구간과 전남 1개 구간의 도로가 폐쇄됐다. 또 인천국제공항 71편, 김포국제공항 34편, 제주국제공항 29편 등 항공기 150편이날 오후 6시 기준이 결항해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행정안전부도 이날 오후 2시를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2단계로 올리고, 대설 위기경보 수준도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중대본은 빙판길 다중 추돌사고나 보행자 사고 등 피해 예방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상청은 28일 오전까지 서해상에서 다시 눈구름대가 들어오면서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 충청내륙, 전북동부, 경북북부내륙, 경남북서내륙에 습기를 머금은 무거운 눈이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이상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행안부 장관은 “올겨울 첫 강설이면서 야간에 많은 눈이 내린 만큼 제설작업을 철저히 해달라”며 “국민께서도 평소보다 감속하는 등 교통 수칙을 준수하고 낙상사고 예방을 위해 보행 안전에도 유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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