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은 사기, 무조건 잃는다" 중고생들 시골 마을서 단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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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무주 도박 중독 치유캠프 르포
지난 12일 전북 무주군 안성면 국립 청소년 인터넷 드림마을에서 학생들이 칠판에 ‘도박을 절대 하지 않겠다’ ‘스포츠 지도자가 되겠다’ ‘대학에 진학하겠다’ 등 앞으로의 계획을 적고 있다. /신현종 기자
지난 12일 오전 전북 무주군 안성면에 있는 국립 청소년 인터넷 드림마을드림마을에 김군을 포함해 사이버 도박에 중독된 중·고교생 17명이 모여 있었다. 드림마을은 인터넷 중독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만 13~18세 청소년을 위해 2014년 여성가족부가 만든 합숙 치유 시설이다. 무주군 시내에서 24㎞ 떨어진, 논밭으로 둘러싸인 폐교를 고쳐 만들었다. 개소 후 줄곧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치유 캠프를 열다, 재작년부터 사이버 도박 중독 치유 캠프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청소년 도박 중독이 급증한 탓이다. 경찰청이 최근 1년여간 사이버 도박 특별 단속을 했더니, 검거된 9971명 중 47.2%4715명가 청소년이었다.
지난 12일 전북 무주군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에서 학생들이 칠판에 앞으로의 계획을 적고 있다. 사이버 도박에 중독되어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은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에서 12일 동안 치유교육을 받는다. /신현종 기자
아이들은 오전엔 집단 상담, 오후엔 개인 상담과 예체능 활동을 한다. 휴대전화는 절대 못 쓴다. 강제로 ‘단도박’ 할 수밖에 없다. 17명 대부분 혼자 여러 차례 도박 중단을 시도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 캠프에 스스로 찾아온 아이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 교사나 부모 권유로 왔다. 뭘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끌려온 아이들도 있다.
지난 12일 전북 무주군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에서 학생들이 집단 상담사이버 도박 불법성에 관해을 받고 있다. /신현종 기자
하지만 이군을 포함해 이날까지 퇴소한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강제였지만 휴대전화와 멀어지니 새로운 게 보였다. 도박을 알기 전, 일상에서 느꼈던 재미를 되찾은 것이다. 이군은 “여기 와보니 도박 대신 책 보고 운동하는 게 더 재밌는 것 같다”며 “빨리 친구들 만나서 축구하고 싶다”고 했다.
중독이 심했던 김군도 캠프에서 ‘내가 좋아하는 게 뭐였는지 다시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했다. 그는 “상담을 받으면서 ‘내가 이런 것도 잘하는구나’ 알게 됐다”면서 “원래 작곡가가 꿈이었는데, 나가선 도박 말고 작곡에 에너지를 모두 쏟아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지난 12일 전북 무주군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에서 학생들이 명상을 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전문가들은 “캠프 이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도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심용출 드림마을 부장은 “캠프 이후 도박을 안 하는 기간이 이전보다 길어지는 것도 크게 발전한 것”이라면서 “재발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단도박 기간을 점차 늘려갈 수 있게 주변에서 꾸준히 격려하고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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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비 기자 jub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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