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수사 공수처로 교통정리…민낯 드러낸 반쪽 수사권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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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검경 간 수사 경쟁이 공수처로 사건이 이첩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거진 영장 가로채기, 중복 수사 등 불필요한 논란이 불거졌다.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를 놓고 애초에 검경 수사권 조정이 반쪽짜리로 이뤄진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尹 수사 교통 정리됐지만…검경 수사 갈등 불씨 남아
2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수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넘기기로 했다.
대검찰청과 공수처는 "검찰은 피의자 윤석열과 이상민에 대한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고 공수처는 요청한 피의자 중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한 이첩 요청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도 지난 16일 윤 대통령 관련 사건 수사 내용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경찰이 이첩한 사건은 윤 대통령을 비롯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에 대한 수사 내용이다.
계엄 사태 관련 주요 사건이 공수처로 넘어가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중복 수사와 수사기관 역선택 문제는 해소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찰에서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일부 청구하지 않은 데 대해 수사 가로채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경찰 특수단은 지난 9일 대통령실과 경찰청,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 특수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등 총 6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중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에 대해선 영장을 청구하지 않아 압수수색이 불발됐다. 이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특수전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경찰 불만이 고조됐다.
경찰은 검찰의 합동수사 제안을 거절하고 지난 11일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12·3 비상계엄 사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꾸렸다. 여기서 빠진 검찰은 공조본 구성 과정에서 연락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영장 청구 문제를 놓고 갈등이 불거지자 경찰은 공수처를 거쳐 우회하는 방식으로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는 방식을 검토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모습. 2024.12.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해묵은 영장청구권 문제…검경 갈등 반복돼
이 같은 갈등의 배경에는 2020년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쟁점 중 하나는 검찰이 독점한 영장청구권을 어떻게 할 것인지였다. 수사진행권에 있어서 중요한 권한인 영장청구권은 헌법에 따라 검사만 행사할 수 있다.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헌법 제16조에는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개헌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보니 당시 검경은 이유 없는 영장 불청구를 막기 위해 영장심의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영장심의위원회는 고등검찰청 산하에 있어 경찰의 이의제기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못해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2021년 경찰이 주도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투기 의혹 수사 당시에도 검찰의 영장 반려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여러 차례 검찰이 반려했다. 영장청구권을 독점한 검찰이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출범 후 첫 대형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을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불거졌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수사 가로채기 문제도 해묵은 영장청구권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수사권 조정 관련 업무를 맡았던 한 경찰은 "검찰이 독점한 영장 청구권과 관련해선 개헌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수사권 조정과는 별개로 논의됐다"면서도 "검찰이 영장을 기각할 때 이의신청권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관련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검찰이 구성하게 돼 있어 경찰 입장에선 실효성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놓고 검찰이 전화위복에 나서는 모양새인데 김건희 여사 무혐의 처분 등 이전과 달리 지금 윤 대통령을 겨냥한 직접 수사에 나서고, 속도를 내는 건 너무 속내가 보인다"고 비판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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