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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었어?" 한국식 안부 인사…외국에서도 그럴까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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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7회 작성일 25-03-0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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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묻는 게 배려일 수도 참견일 수도 있고 묻지 않는 게 사생활 존중일 수도 있듯이 어느 한쪽만이 정답은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가을 옥스퍼드 영어사전OED 업데이트에서 한국어 외래어가 무려 스무남은개나 새로 등재됐다. 그때까지 스무개쯤이던 한국어 낱말이 단번에 곱절로 불었다. 표제어가 27만여개나 되는 바다에 고작 한 방울이니 별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한국어 어휘가 이만큼씩이나 외국 사전에 오른 적이 없음을 생각한다면 꽤 고무적이었다. 글로벌화된 한국 대중문화 팬들끼리 공통어로도 구실을 하는 영어에 한국어가 안 섞일 수 없을 것이다.

김밥kimbap, 반찬banchan, 불고기bulgogi 등 한국 음식 이름을 비롯해 애교aegyo, 학원hagwon 등 한국 문화, 먹방mukbang, 치맥chimaek, 대박daebak처럼 21세기 신조어부터 심지어 파이팅fighting, 스킨십skinship 같은 콩글리시Konglish까지 포괄 범위가 넓다. 아직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은 먹방과 치맥은 영어사전부터 들어갔으니 아이러니하다. 식문화가 원래 그렇지만 한국어 기원 외래어는 유독 그 비중이 크다. 먹는 데 진심인 한국인의 성격이 반영됐을 법하다.

새해가 되면 한국인은 세가지를 먹는다. 떡국을 먹고 나이를 먹고 새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는다. 여러 언어에서 ‘먹다’는 각각의 방식으로 관용구에 자주 쓰는 동사인데, ‘나이 먹다’는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일본어도 年を食う[도시오 구우]가 있으나 한국어 대응어만큼 자주 쓰지는 않고 다소 거친 표현이다. ‘결심’은 한국어만 ‘마음먹다’로 나타낸다. 새해에 특별한 음식을 먹는 나라도 있고 새해 다짐은 비교적 널리 퍼진 관습이겠으나, 떡국 한 그릇으로 나이 한살과 마음까지 세가지를 다 ‘먹는’ 곳은 한국뿐이다. 잘 먹어서 속이 든든해야 마음도 든든하다는 것을 한국인은 온몸으로 드러낸다.

남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한국인은 특히 함께 먹는 걸 중요시한다. ‘회식’도 있는 반면 바뀌는 풍조에 따라 근래에 ‘혼밥’이 따로 생긴 까닭도 그렇다. 왕왕 빈말일 수도 있는 ‘언제 밥 한번 먹자’를 작별 인사말처럼도 쓴다. 가까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음식 문화가 발달한 남유럽 등지도 이런 면모는 꽤 비슷하다. 바쁜 도시인이라면 이제 세계 어느 곳이든 엇비슷하긴 해도, 여러 문화권과 견주어 매우 실용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독일, 네덜란드, 북유럽, 북미 등지는 식문화가 한국과 대조적이다. 그 문화권에서는 정말로 약속을 잡는 게 아니라면 나중에 같이 식사하자는 말을 웬만해서 안 꺼낸다.

스웨덴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밥을 못 얻어먹었다는 얘기도 몇해 전에 트위터를 비롯한 인터넷 여기저기를 달궜다. 네덜란드, 북독일 등지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반면에 남유럽은 친구가 놀러 오면 당연히 밥을 먹인다는데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많은 곳과 달리 북유럽이 예외일 듯싶다. 콩 한쪽도 나눠 먹으며 마음과 정을 나누는 한국인에게는 좀 차가워 보이겠으나 음식에 담는 가치와 감정이 나라나 문화권마다 조금씩 달라서 생길 만한 해프닝 같은 문화 충돌이다. 선입견이야 완전히 버릴 수는 없으나 특정 집단을 뭉뚱그려 보지 않으려는 태도도 중요하다.

예전에는 내가 이런저런 외국어를 안다는 걸 아는 친구나 선배, 친척을 만나면 ‘밥 먹었냐’가 영어독일어, 스페인어…로 뭐냐는 질문을 종종 들었다. 그럼 직역인 Have you eaten?, Hast du gegessen?, ¿Has comido? 따위로 답해주고 상대방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한국인은 ‘밥 먹었느냐/식사했느냐’를 인사로도 말하므로, 내 대답은 딱 맞는 것도 그렇다고 틀린 것도 아니나, 그걸 묻던 이들도 꼬치꼬치 따지진 않았으니 큰 상관은 없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디피’D.P.에는 주인공이 어머니에게 공중전화를 걸며 “밥은 먹었어?”라고 안부를 묻는 대목이 있다. 서른개 언어 자막 모두 그 뜻으로 옮겼는데, 엄밀히 말하면 중국어#x59b3;吃過飯了#x55ce;[니츠궈판러마], 베트남어Me#x323; #x103;n c#x1a1;m ch#x1b0;a[매안껌쯔어], 타이어#xe01;#xe34;#xe19;#xe02;#xe49;#xe32;#xe27;#xe2b;#xe23;#xe37;#xe2d;#xe22;#xe31;#xe07;[낀카우르양], 말레이어Mak dah makan, 인도네시아어Ibu sudah makan 정도만 한국어 인사와 딱 맞는 셈이다. 중국어 ‘니츠판러마’도 한국어 욕설과 발음이 비슷해서 한국인이 괜히 많이 아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 중국인도 잘 쓰는 말이다. 광둥어 역시 食#x5497;飯未#x5440;[식쪼판메이아]로 묻는다.

일본어 더빙은 ご飯食べた[고한 다베타: 밥 먹었어?], 자막은 食事はした[쇼쿠지와시타: 식사는 했어?]인데 하필 동아시아에서 일본만 인사로 안 쓰므로 직역이다. 딴 유럽 언어들도 모두 ‘밥 먹었느냐’로 옮겼듯이 How have you been?처럼 굳이 ‘자연스러운’ 인사말 번역이 꼭 나은 건 아니다. 번역은 자국화와 이국화가 적절히 배합돼야 더 자연스럽다. 일본인은 한국인의 ‘밥 먹었느냐’는 인사가 난감하고 今日も天#x6c17;がいいですね오늘도 날씨가 좋네요가 낫다는데 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서구화돼서 사생활에 개입하는 인사가 사라졌는지도 모르겠다. 힌디어 더빙도 ‘밥 먹었느냐’의 뜻인 #x924;#x941;#x92e; #x928;#x947; #x916;#x93e;#x928;#x93e; #x916;#x93e;#x92f;#x93e;[툼 네 카나 카야]인데 정도의 차이는 좀 있으나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대부분에서 그 말을 안부 인사처럼도 쓴다.

남이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묻는 게 배려일 수도 참견일 수도 있고, 정말 식사했는지 확인할 때 말고는 안 묻는 게 사생활 존중일 수도 무심함일 수도 있듯이 어느 한쪽만이 정답은 아니다. 다른 문화권과 만날 일이 늘어나는 시대에 정서적 이해의 폭도 넓어져야 좋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도 ‘생큐’나 ‘좋은 아침’이 통하듯 인사말도 얼마든지 차용되고 번역되는데 언젠가 과연 서구에서도 ‘밥 먹었니’가 인사처럼 쓰일까? 다른 한편으로 한국인은 ‘혼밥’을 하면서 먹방은 봐도 남들이 밥 먹었는지 물어보는 인심은 옅어지는 시대로 빠르게 옮겨가는 듯하다.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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