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건희 초대장 700명…정권 출범부터 잠복한 문제의 여사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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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대한 아내로서의 이런 조언 같은 것들을 마치 국정농단화시키는 것은 우리 정치 문화상이나 또 우리 문화적으로도 맞지 않는 거라고 본다.”
지난 7일 생중계된 기자간담회에서 ‘김건희한남동 라인’의 실체와 관련한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답변이다. 하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문자메시지 논란,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명태균씨 발언 등에서 확인된 당무·공천 개입 의혹 등은 김 여사 역할이 단순히 ‘조언’에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명품 가방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이어 명태균 게이트와 대통령 관저 불법 공사 논란까지, 김건희와 연관된 사건·사람들은 정권을 뒤흔들고 있다.
김건희, 윤 대통령보다 많은 700명 초대
과연 김건희 라인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그 규모는 얼마나 될까.
한겨레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2022년 5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 때 김 여사가 초대한 참석자 명단을 확보해 분석했다. 가짜 논문과 명품 가방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물론 명태균 게이트와 관저 불법 공사 의혹의 핵심 주역들 상당수가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4일 한겨레가 입수한 ‘20대 대통령 취임식 초청 명단’을 보면, 김 여사 명의로 취임식에 초대된 인물은 700여명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초대한 600여명보다 많았다. 대통령실 인사 가운데서는 한동훈 대표가 쇄신을 요청했다는 ‘한남동 8인회’ 가운데 한명인 이기정 의전비서관이 이름을 올렸다. 윤 대통령 부부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황종호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의 아버지 황하영 동부산업 회장 역시 김 여사 초대를 받았다.
최근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윤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작 의혹으로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명태균씨도 미래한국연구소 회장 직함으로 아내와 함께 김 여사 초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른 대통령 관저 불법 공사의 핵심인 21그램의 김태영 대표도 초청자 명단에 포함됐다.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미공표 여론조사를 조작한 의혹을 받는 명씨는 공천을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돼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고,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첫 기획전시 때부터 협업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 대표는 국회 국정감사 출석 요구를 피해 종적을 감춰 논란이 됐다.
공천개입·관저·주가조작 의혹 관련 인물 포함
김 여사의 논문 조작 및 대필 의혹 연루자인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와 김기현 경인여대 교수 역시 취임식에 초대됐다. 설 교수와 김 교수 부부는 김 여사 논문을 대필해주고, 조작된 데이터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설 교수 또한 김 여사 논문 대필 의혹과 관련해 두해 연속 국정감사에 불출석해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에 의해 고발됐다.
과거 검찰이 김 여사 모녀가 23억원대 수익을 올렸다고 밝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자들도 대거 취임식에 초대받았다. 취임식 전달 보석이 허가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빠졌지만, 아내 안아무개씨와 아들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 오아무개 이사가 초청자 명단에 올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2차 주포인 김아무개씨가 주가조작 전주들을 일컫는 ‘비피BP·주가조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블랙펄인베스트’의 약자 패밀리’ 일원으로 언급된 김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도 김 여사 초대 명단에 포함됐다.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 등 500만원 상당의 선물을 전달한 최재영 목사 역시 최아브라함이라는 미국 이름으로 취임식에 초대받았다.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씨가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땅을 사들이면서 네차례에 걸쳐 349억원이 은행에 예치된 것으로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사건의 공범인 김아무개씨까지 김 여사 명의로 취임식에 초대됐다.
최근 나라를 시끄럽게 한 온갖 의혹의 주역들이 김 여사와 각별한 관계를 바탕으로 정권 출범 축하 자리에 함께하고 있었던 셈이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김 여사의 사적 네트워크가 공적인 영역에 영향을 미치면서 여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며 “정치 경험이 적은 윤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부부가 인사 등 여러 문제에서 공사 구분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고한솔 sol@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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