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제 초원 뛰놀며 행복해라"…늙은 한우 3마리 특별한 은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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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군 대덕읍 풀로만목장에서 이례적인 ‘한우 은퇴식’이 거행됐다. 24일 풀로만목장에서 열린 ‘창립멤버우牛 은퇴식’에 참석한 한강 작가 부친 한승원 작가가 은퇴한 소들을 지켜보고 있다. 황희규 기자
조 대표는 “13년 전 귀농할 때 산 암송아지 12마리 중 3마리가 더는 임신이 되지 않아 은퇴식을 갖게 됐다”며 “그간 많은 송아지를 낳아준 소들이 친구·자식들과 어울리며 목장에서 여생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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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소 3마리, 도축장 대신 초원서 여생 보내
전남 장흥군 대덕읍 풀로만목장에서 이례적인 ‘한우 은퇴식’이 거행됐다. 24일 풀로만목장에서 열린 ‘창립멤버우牛 은퇴식’에서 한강 작가 부친 한승원 작가가 행사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작은 사인회를 갖고 있다. 황희규 기자
조 대표는 “풀로만목장을 위해 큰일을 했던 소들에게 신세를 갚으려 한다”며 “은퇴한 소들은 그동안 경제동물로 일해오다 반려동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했다.
늙은 한우를 위한 은퇴식은 이례적이다. 새끼를 낳지 못하게 된 암소는 보통 도축장으로 보내진다. 대신 이날 은퇴한 소들은 초원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는 “한우 은퇴식을 하겠다”는 조 대표의 말에 “희한한 사람”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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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은퇴식에…한승원 “희한한 사람”
조영현 풀로만목장 대표가 지난 16일 전남 장흥군 안양면에 위치한 한승원 작가의 작업실 해산토굴을 찾아 한 작가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조영현 대표
이날 한우 은퇴식에서는 한 작가의 『사람의 길』 작은 사인회도 열렸다. 한 작가는 자신의 소설 30권을 준비해 행사 참석자들에게 건넨 후 “나도 은퇴하는 소들을 절반 정도 후원하겠다”며 조 대표에게 봉투를 건넸다. 한 작가는 자신이 머무르며 작품 활동 중인 장흥 지역의 한 문인을 통해 조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한우 은퇴식을 전후로 후원자들도 생겼다. 조 대표의 지인인 정철승 변호사와 무영스님 등이다. 이들은 “다롱이와 구피의 남은 여생 풀값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그간 후원자가 없었던 똑순이도 이날 은퇴식 직전 후원자가 나타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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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5만8000마리…장흥 인구보다 많아
전남 장흥군 대덕읍 풀로만목장에서 이례적인 ‘한우 은퇴식’이 거행됐다. 24일 풀로만목장에서 열린 ‘창립멤버우牛 은퇴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황희규 기자
목초 전문가답게 풀도 최상급만을 고집한다. 인근 장흥 농가에서 계약재배한 유기농 라이그라스와 미국에서 수입한 양질의 알팔파자주개자리를 먹인다. 소들이 먹는 물도 지하 120m에서 끌어올린 청정수만을 쓴다.
그가 사료 무역을 위해 국내·외를 오가다 눈에 들어온 곳이 장흥군이다. 장흥은 9월 말 기준 한우 사육두수가 5만8000여 마리로 주민등록 인구3만4594명보다 많다. 한우 사육에 적합한 자연여건을 갖춰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이 어우러진 ‘장흥삼합’이 탄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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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초 전문가가 조성한 동물복지목장”
전남 장흥군 대덕읍 풀로만목장에서 이례적인 ‘한우 은퇴식’이 거행됐다. 24일 풀로만목장에서 열린 ‘창립멤버우牛 은퇴식’에서 은퇴한 소 3마리가 풀을 먹고 있다. 황희규 기자
풀로만목장 한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예약과 주문판매로만 이뤄진다. 조 대표가 매달 2~3차례 판매 공지를 띄우는 방식이다. 일반 한우보다 부위별로 3~5배 높은 가격이지만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올여름부터는 풀로만목장 소고기가 서울 레스토랑 두 곳에 납품되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자연의 이치에 맞게 소를 키워 판 지 11년이 됐다”며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임에도 제 생각에 동의해 주시는 분들이 찾아서 구매해준다”고 말했다.
장흥=최경호·황희규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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