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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름만 보행자 우선도로?…차 쌩쌩 위협받는 보행자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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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6회 작성일 23-11-1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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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강남역 11번출구 뒤쪽 골목. 보행자 우선도로지만, 차와 뒤섞여 보행자들은 겨우 길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9일 강남역 11번출구 뒤쪽 골목. 보행자 우선도로지만, 차와 뒤섞여 보행자들은 겨우 길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강남역 뒤쪽 골목 여기는 늘 이래요. 점심시간에 사람들 많아지면 차랑 뒤섞여서 잘 피해 다녀야 해요.”시민 임효주 씨

지난 9일 서울 강남역 인근 골목. 식당이 모여있는 탓에 점심시간이 되자 주변 직장인들로 거리가 붐볐습니다.

그런데 사람들 틈을 비집고 차 경적이 울렸습니다. 배달 오토바이들도 빠르게 지나갔죠. 차량을 피해 다니는 보행자들 발아래로 보행자 우선도로라는 글씨가 눈에 띄었습니다.

11월 11일은 보행자의 날입니다.

행정안전부는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를 만들기 위해 올해 처음 보행자의 날이 포함된 주를 보행안전주간6~12일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가 정말 잘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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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우선도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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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강남역 11번출구 뒤쪽 골목 보행자 우선도로. 〈사진=이지현 기자〉
9일 강남역 11번출구 뒤쪽 골목 보행자 우선도로. 〈사진=이지현 기자〉

강남 봉은사로 2길과 테헤란로 1길 720m는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식당과 주점 등이 모여있는 강남역 11번 출구 뒤쪽 골목이죠.

유동인구가 많고 차량 통행도 많은 곳입니다. 하지만 도로 폭이 6~7m 정도여서 인도와 차도를 구분해놓을 수 없습니다.

차와 사람이 뒤섞여 다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지난해부터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했습니다.

보행자 우선도로란 보행자 통행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로입니다.

보행자는 도로 모든 부분으로 걸어도 됩니다. 이곳에서 차는 보행자를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보행자와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서행하거나 일시 정지하며 보행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죠.

보행자 우선도로에서 차가 제한 속도를 초과해 달리거나 보행자를 추월하거나, 위협적으로 경적을 울리는 등의 행위를 하면 승용차 기준 범칙금 4만원을 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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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적 울리고, 쌩쌩 달리는 차들…무색한 보행자 우선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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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인근 보행자 우선도로는 보행자 우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점심시간, 직장인들로 붐비는 거리에서는 5분에 한 번꼴로 경적이 들렸습니다.

차가 갑작스레 울린 경적에 놀라 황급히 길을 비켜주는 시민. 〈영상=이지현 기자〉
차가 갑작스레 울린 경적에 놀라 황급히 길을 비켜주는 시민. 〈영상=이지현 기자〉
뒤에서 차가 오는 걸 모른 채 길을 걷던 보행자를 향해 차가 경적을 울리자, 보행자가 깜짝 놀라 급히 몸을 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식당 앞에 서 있다 차 경적에 놀라 몸을 급히 피하던 임효주 씨는 “근처에서 일해 점심시간에 이쪽 골목에 자주 온다”면서 “여기는 점심시간만 되면 늘 이런다. 사람도 많고 지나다니는 차도 많아서 항상 조심해서 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배달 오토바이와 식당에 물건을 배달하러 온 영업용 대형 트럭들은 빠른 속도로 지나갔습니다. 빠르게 달려오는 차에 보행자가 길을 가로질러 가려다 급히 뒤로 물러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보행자를 우선하며 서행하는 차량을 향해 다른 차가 경적을 울리는 일은 물론, 경적을 울리지는 않았지만 길에 서 있는 사람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차도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차가 너무 밀고 들어온다”면서 좌우를 연신 살핀 뒤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보행자 우선도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는 오토바이들. 〈영상=이지현 기자〉
보행자 우선도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는 오토바이들. 〈영상=이지현 기자〉

이날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보행자 우선도로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었습니다.

차 경적 소리에 길 한쪽으로 비켜서던 고원일 씨는 “차가 경적을 울리면 비켜설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면서 “보행자 우선도로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중년 여성도 “보행자 우선도로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다”면서도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자세히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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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 신호인데…무시하고 우회전하는 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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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가 우선인 또 다른 곳, 횡단보도입니다. 하지만 횡단보도에서도 보행자 안전은 위협받고 있었습니다.

올해 초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우회전 차량은 전방 신호가 적색일 땐 일시 정지를 했다가 우회전을 해야 합니다.

전방 신호가 초록색이라고 하더라도, 우측 횡단보도에 사람이 길을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고 하는 사람이 있기만 해도 무조건 일시 정지해야 합니다.

같은 날 신논현역 사거리 횡단보도를 관찰했습니다. 이미 보행 신호가 들어와 횡단보도 위에 사람들이 걷고 있는데도 한 광역버스는 그대로 횡단보도를 통과했습니다. 승용차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보행 신호에도 불구하고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버스와 차. 〈영상=이지현 기자〉
보행 신호에도 불구하고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버스와 차. 〈영상=이지현 기자〉

결국 길을 건너던 시민들은 잠시 멈춰 차가 지나가길 기다린 뒤 다시 길을 건너야 했습니다.

보행 신호에 무리해서 횡단보도를 지나가다, 시민과 부딪힐 뻔하고 급히 핸들을 왼쪽으로 꺾는 차량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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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교통섬 우회전…멈추지 않는 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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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활한 우회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교통섬, 이곳에서는 보행자 위험이 더 큽니다. 최근 경기 성남시에서는 교통섬을 향해 가던 60대 여성이 우회전하는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인도와 교통섬 사이에는 짧은 횡단보도가 있는데, 대부분 신호가 없습니다. 차량 통행을 잘 보고 길을 건너야 하고, 차량 역시 보행자가 보이면 일단 멈춘 뒤 서행해야 합니다.

차량 통행이 잦은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근처를 찾았습니다.

대형 병원 바로 앞 사거리라 차량은 물론 유동인구도 많습니다.

이곳의 교통섬에서도 아찔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고 횡단보도 위에 올라섰는데도 차량이 멈추지 않고 달려오면서 보행자가 급히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교통섬 횡단보도. 사람이 보행 중임에도 멈추지 않는 차들. 〈사진=이지현 기자〉
교통섬 횡단보도. 사람이 보행 중임에도 멈추지 않는 차들. 〈사진=이지현 기자〉

병원을 오가는 고령의 보행자들은 걸음이 느려 더 위험합니다. 취재진이 교통섬에 서 있는 잠깐 동안 고령의 보행자들은 연신 발걸음을 멈칫거리며 쉬이 길을 건너지 못했습니다.

또 길을 건넌다 하더라도 보행자의 걸음 속도를 기다려주지 않고 차들이 밀고 들어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결국 보행자들이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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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대비 2배 높은 보행자 사망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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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섬 안전 펜스에 우회전시 일단멈춤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교통섬 안전 펜스에 우회전시 일단멈춤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는 933명이었습니다. 전년1018명에 비하면 수가 줄긴 했지만 전체 사망자의 34.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OECD 평균과 비교해 1.9배 높은 겁니다.

정부는 2027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2020년 대비 50% 수준으로 줄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회전 신호등을 확대 설치해 우회전 차량으로 인한 보행자 사고 위험을 낮춘다는 계획입니다.

또 제한속도를 시속 20km 이하로 제한하는 보행자 우선도로도 꾸준히 늘려나갈 방침입니다. 행정안전부는 보행자의 안전 보행 수칙도 강조했습니다. ▲무단횡단하지 않기 ▲우측으로 보행하기 ▲보행 중 휴대폰과 이어폰 사용하지 않기 ▲골목길에서 주의하며 걷기 등입니다.



이지현 기자 lee.jihyun4@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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