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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나간다" 욕 절로…50ℓ 특수마대에 짓눌린 이 지역 미화원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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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4회 작성일 24-01-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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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10시 도봉구의 한 생활폐기물 대행업체의 적환장에서 환경미화원들이 특수마대를 처리하고 있다. 이영근 기자

18일 오전 10시 도봉구의 한 생활폐기물 대행업체의 적환장에서 환경미화원들이 특수마대를 처리하고 있다. 이영근 기자

“어휴! 무거워 XX”
18일 오전 10시 서울 도봉구의 한 폐기물 적환장. 50L 규격 특수마대를 들어올린 5년 차 환경미화원 문모36씨의 입에서 욕설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이날 문씨와 동료들은 새벽에 수거한 특수마대 30여개를 옮겼다. 칼로 마대를 뜯자 돌무더기가 우수수 쏟아졌다. 문씨는 “50L 마대를 들다 어깨·허리가 나가는 건 기본이고, 유리 등 날카로운 물체에 손이 베이는 경우도 심심찮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문씨의 오른발목에도 특수마대를 처리하다 유리가 박혀 생긴 흉터가 있었다. 도봉구의 A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는 지난달 4~16일까지 총 565개의 50L 특수마대를 수거했다. 하루 평균 47개꼴이다.

특수마대는 빈 병·유리 등 불연성 쓰레기나 인테리어 공사 등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담는 특수규격봉투다. 환경부는 2022년 1월 환경미화원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특수마대를 20L 규격 이하로만 제작하고 1인당 10장 미만으로 판매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1개 자치구가 50L 특수마대 제작을 중단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5년차 환경미화원 문모36씨의 오른발목에 생긴 흉터. 특수마대 작업을 하다 유리에 박혀 생겼다고 한다. 이영근 기자

5년차 환경미화원 문모36씨의 오른발목에 생긴 흉터. 특수마대 작업을 하다 유리에 박혀 생겼다고 한다. 이영근 기자


하지만 일부 자치구도봉·성동·서초·강남에선 여전히 50L 특수마대를 제작 중이다. 환경부 지침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수요가 있어 제작을 중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서초구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특수마대 수요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은 데다 20L 마대보다 50L 마대 수요가 많기 때문에 계속 제작하고 있다. 대행업체에서 힘들다는 민원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성동구 청소행정과 관계자도 “도자기 등을 넣기에 20L는 규격이 작기 때문에 50L 수요가 있다. 50L를 들기 어렵다는 민원이 들어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에 청소 대행업체에서는 “자치구에서 일을 받는 입장에서 쉽게 민원을 넣을 수 있겠냐”고 반문하고 있다.

실제 50L 특수마대는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이 상당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청소 대행업체의 현장소장 A씨는 “돌을 꽉 채운 일명 ‘돌마대’는 두 명이서도 못 들고 무게가 100㎏에 육박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허승무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팀장도 “인체공학상 가장 안정적인 자세에서도 23㎏ 이상의 물건을 들면 근골격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청소차로 높이 올려야 하는 작업 환경과 빈도를 고려하면 50L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50L 특수마대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맞다. 전 자치구에서 50L 특수마대를 사용하지 않도록 곧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성동구는 취재가 시작되자 “기존에 발주한 50L 마대가 소진되면 더 이상 제작하지 않고 20L 이하로만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마대는 빈 병·유리 등 불연성 쓰레기나 인테리어 공사 등에서 발생하는 5톤 미만의 공사장 생활폐기물을 담는 특수규격봉투로, 근골격계 질환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영근 기자

특수마대는 빈 병·유리 등 불연성 쓰레기나 인테리어 공사 등에서 발생하는 5톤 미만의 공사장 생활폐기물을 담는 특수규격봉투로, 근골격계 질환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영근 기자

수십 개가 넘는 특수마대를 한꺼번에 내놓는 얌체족도 환경미화원의 부담을 키운다. 10장 미만으로 사라는 환경부 지침은 현장에서 무용지물이다. 건설폐기물로 처리하면 1톤당 30만원쯤 비용이 드는데, 특수마대는 1개당 5000원 안팎이라 비용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청소대행 업체에서 일하는 조모44씨는 “지난해 9월쯤엔 대로변에 40개가 넘는 특수마대를 놓고 갔다. 너무한다 싶어 구청에 신고해 폐쇄회로CCTV를 돌려봤는데, 리어카로 여러 차례 나눠 버려서 추적도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리도 인지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지방에서는 200개를 한 번에 버리는 사례도 있는데, 인적이 드문 시간대라 적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는 대량 배출 등을 막기 위해 2022년 하반기부터 특수마대 구입시 구매대장을 작성하고, 배출할 때 서면 또는 앱으로 구청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중앙일보 취재진이 18일 도봉구와 영등포구의 마트에서 50L·20L·10L 특수마대를 구매했지만, 구매 대장 작성을 요구하는 직원은 없었다. 도봉구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60대 이모씨는 “구매 대장은 들어본 적도 없다”며 “한 번에 수십 개씩 사가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폐기물 분야를 전공한 유기영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사장 생활폐기물 기준 용량 이하로 배출하면 규제 근거가 마땅치 않다”며 “기준 용량을 3톤 등으로 낮춰 공사장 생활폐기물이 아닌 건설폐기물로 처리하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사장 생활폐기물 신고제를 정비하는 한편 홍보를 강화하고, 기준 용량 톤수를 5톤에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영근·이아미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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