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힘드니 부서 바꿔줘요"…대기업 35%, 부모전화 받았다 [뉴 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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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자녀의 회사 생활까지 직접 개입하는 ‘과잉양육overparenting’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과잉보호 등 성인이 된 자녀의 삶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부모와 그 자녀를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일러스트 챗GPT
올해 초 국내 유통 대기업 인사팀 과장 박서형가명·41씨는 직원 아버지가 보낸 장문의 편지를 받았다. A4용지 4장 분량의 편지는 “유학을 가겠다는 아들이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게 막아달라”는 게 요지였다. 아버지는 “상사가 힘들게 해서 아들이 그만두겠다는 게 아니냐”고 으름장도 놨다.
성인 직장인 자녀의 회사 생활까지 개입하는 ‘과잉양육overparenting’ 부모가 늘고 있다. 부모가 자녀의 휴가 일정, 연봉 협상, 부서 배치까지 자녀 회사일에 일일이 참견하는 식이다. 불편한 소통을 기피하는 자녀 대신 부모가 직장 상사나 인사팀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많다. 1990년대 초 탄생한 개념인 ‘헬리콥터 부모’청소년 자녀 머리 위를 맴돌며 모든 일에 간섭하는 부모의 과보호가 성인 직장인 자녀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정보통신IT 분야 한 대기업 팀장은 “직원 아버지가 ‘지방에 제사를 지내러 가야 하는데 깜빡하고 반차를 못 냈다고 하니 급히 처리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인사팀의 채용 담당 과장은 “탈락한 지원자 부모가 ‘우리 아이 스펙이 얼마나 좋은데 합격 안 시키냐’고 따졌다”고 전했다. 한 금융사 부서장도 “가족 여행 계획을 깜빡하고 휴가계획을 보고 못 했다며 일정 좀 조정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김주원 기자
부모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신고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대형병원 소속 2년 차 간호사 A씨25의 어머니는 병원에 전화해 “왜 휴게시간을 안 주느냐. 아이가 밥도 못 먹고 일한다”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겠다”고 항의했다. 얼마 뒤 중노위 조사관이 실제 병원을 방문했다. 조사 과정에서 병원 측이 휴게 시간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되고 A씨 부모가 진정을 철회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병원 관계자는 “직원 부모의 컴플레인이 노동 당국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1년에 한 번은 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서울 시내 한 대학교에 놓인 신입사원 채용 안내 엑스 배너. 연합뉴스
김주원 기자
정찬승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이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자녀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가진 부모는 자녀 인생에 과도한 개입을 하게 되고, 이런 부모의 과잉 돌봄에 길든 자녀는 성인이 돼도 모든 문제를 부모에게 의지해 쉽사리 해결하려는 성향을 갖게 된다”며 “이 때문에 심리적으로 미성숙한 ‘어른이’ 자녀가 조직 내 소통 같은 불편한 일들을 부모가 대신 해결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람·김서원·이찬규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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