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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 학점 왜 F냐" 민원에…대학들, 교수 폰번호 감춘다 [뉴 헬리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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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4회 작성일 24-12-0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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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딸을 둔 한 아버지가 지난 9월 서울 한 4년제 사립대에서 열린 대규모 취업박람회에 참여해 한 대기업 부스에 앉아 상담을 받았다.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송봉근 기자

대학생 딸을 둔 한 아버지가 지난 9월 서울 한 4년제 사립대에서 열린 대규모 취업박람회에 참여해 한 대기업 부스에 앉아 상담을 받았다.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송봉근 기자

최근 서울 한 4년제 사립대에서 열린 대규모 취업박람회에서 희끗희끗한 흰머리의 중년 남성이 한 대기업 부스에서 상담을 받았다. 지방대 졸업을 앞둔 딸을 둔 아버지였다. 그는 “딸이 서울에서 취업하려고 준비 중인데 요즘 채용 트렌드를 확인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싶어 물어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헬리콥터 부모들이 성인 자녀의 직장 등 사회 생활에 개입하는 건 대부분 자녀 대학 시절부터 학점 관리나 취업 준비 등에 관여해왔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서울 내 4년제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강사 조모33씨는 지난 7월 1학기 성적처리 마감을 앞두고 한 수강생 어머니로부터 “아들의 F학점을 철회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조씨는 “같은 질병 확인서를 네 차례 냈기 때문에 세 번은 결석으로 보고 F학점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어머니는 “내가 봤는데 애가 진짜 아팠다. 대학에 갑질한다고 신고하겠다”고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조씨는 “과거엔 강의계획서에 교수 휴대전화 번호를 적는 게 필수였지만, 부모의 항의 전화가 잦다 보니 최근엔 자율적으로 정하는 추세”라고 했다. 서울 한 사립대 의과대학 교수 이모씨는 “지각한 학생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태연히 ‘엄마가 안 깨워줘서 늦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중년의 아버지들이 대학생 자녀 과제를 대신 하면서 진땀을 흘리는 일도 많다. 대학교 1학년 딸을 둔 한 정부부처 서기관은 “교양과목 책을 대신 읽고 요약·정리하는 데 최소 5시간은 필요해 주말에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과거엔 치맛바람, 헬리콥터 맘 같은 단어에서 볼 수 있듯 주로 엄마가 양육의 주체 역할을 했지만, 과잉 양육 현상이 확산하며 그 주체가 아버지로까지 범위가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지난 9월 서울 정부청사에서 만난 의대생 부모 60대 정모씨는 “부모가 자녀의 꿈을 지키는 건 당연하다. 자녀가 성인이란 이유로 곱지 않게 바라봐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날 1시간 동안 의대증원 반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찬규 기자

지난 9월 서울 정부청사에서 만난 의대생 부모 60대 정모씨는 “부모가 자녀의 꿈을 지키는 건 당연하다. 자녀가 성인이란 이유로 곱지 않게 바라봐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날 1시간 동안 의대증원 반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찬규 기자

일부 부모는 자녀의 이익을 위해 집단행동도 마다치 않는다.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뒤 전국 의대생과 전공의 부모 3900여 명이 모인 전국의대학부모연합은 8월부터 11월 수능 당일까지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4명씩 2조로 매일 2시간씩 정부 정책에 반대했다. 의대생 자녀를 둔 60대 정모씨는 “아들의 꿈이 무너져 마음이 아프다”고 외쳤다.


보험·월급·진로 관리 다 부모에 의존하는 2030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중앙일보가 2030대 자녀 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성인 이후 부모로부터 받거나 요청한 도움경제적 지원 제외’을 물었더니 44%중복응답 포함가 ‘재무 관리’를 꼽았다. 5060대 부모 50명을 상대로 성인 ‘성인 자녀에게 준 도움이 어떤 것인지’를 묻자 ‘보험?은행?통신 등 가입’66%, 중복응답 포함이 1위로 꼽혔다. 법적으로 미성년 연령이 지나면 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 돈 관리나 행정 처리 등을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하는 셈이다.

지난해 3월 취업한 박민석29씨도 아버지가 휴가를 내고 집 근처 은행 서너 곳을 돈 뒤 1년 만기 적금, 청년도약계좌 개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등을 알아봐 줘 이를 따랐다. 박씨는 “돈 관리를 어떻게 할지 막막했는데 이렇게 도와주셔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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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은 이외에 ‘독립 뒤 가사 도움’34%?17명, 등?하교, 출?퇴근 때 승용차로 태워주는 ‘라이딩’24%?12명, ‘취업 등 정보 검색’16%?8명 등의 도움을 받는다고 답했다. 부모들의 경우 취업·결혼 등 관련 ‘정보 검색’을 도와줬다는 답변이 42%21명로 2위였다.

성인 초반기Young Adult에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고 의존하기 시작하면 전 생애에 걸쳐 성숙한 인간이 되지 못하는 심리적 발달 장애, 유아화乳兒化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는 “어릴 때부터 주체성을 획득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되면 부모가 원하는 삶을 대신 살게 되고 결국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을 잃는다”고 지적했다.

이보람·김서원·이찬규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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