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0만원이면 숙식 가능"…대학생들, 원룸 빼고 달려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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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골목의 한 하숙집. 매일 식사를 제공하는 해당 하숙집은 현재 만실이다. 전율 기자
" 아이고, 밥 해주는 집은 방 다 찼지. "
대학 새학기 개강을 일주일 앞둔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장정희63·가명씨는 “방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연세대 정문에서 도보 5분 거리인 창천동 골목 초입부터 ‘하숙’ 문구와 전화번호가 적힌 간판을 곳곳에서 볼 수있었지만 빈 방은 찾기 힘들었다. 이날 연세 젊음의 거리를 중심으로 500m 가량 이어진 길에 위치한 하숙집 35곳을 돌아보니 방이 남은 곳은 단 3개. 그나마 두 곳은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다. “하루 세끼 집밥 같은 식사를 제공한다”는 하숙집 사장 A씨는 “올해는 여름방학까지 예약이 다 찼다”며 “요즘 밥 되는 하숙집 찾는 학생들이 많아 방 6개가 빌 틈이 없다”고 말했다.

24일 하숙 전문 플랫폼인 맘스테이에서 신촌 하숙집을 검색한 결과 전부

24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하숙집에 주방 사용 안내문이 붙어있다. 전율 기자
하숙의 최대 장점은 낮은 비용이다. 신촌 경의중앙선역 근처 B하숙은 11.5㎡약 3.5평 크기 방을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50만원에 제공한다. 아침·저녁 식사도 제공하고 관리비는 따로 없다. 이 하숙집의 방 30여 개 중 공실은 3개뿐이었다. 인근 원룸 자취방의 평균 시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7만원 수준이어서 관리비를 빼고도 30% 이상 저렴한 셈이다.
식사와 세탁을 챙겨주는 것도 큰 보너스다. 취업 준비며 스펙 쌓기에 바쁜 대학생들에겐 하숙집이 엄마 같은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마포구 인근 한 하숙집 사장은 “자녀가 끼니를 거르지 않았으면 하는 부모의 바람으로 하숙집에 오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상경한 대학생들이 하숙집 식탁에 앉아 가족처럼 함께 수저를 뜨는 풍경은 낯설지 않았다.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시리즈도 신촌 하숙집을 배경으로 했다. 하지만 개인 공간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과 신축 빌라 건축 등이 맞물리며 원룸 자취방이 하숙집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2010년대 대학을 다녔던 직장인 박모32씨는 “대학교 1학년 때 하숙집 아주머니가 불쑥불쑥 방에 들어오셨는데 사생활을 침해받는 기분이 들어 다음 학기에 바로 원룸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그런데 ‘응답하라 1994’가 재현하는 현상은 복고 열풍 때문이 아니라 물가와 월세, 대학 등록금까지 동반 상승한 삼중고 탓이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전용 33㎡ 이하 원룸의 평균 월세보증금 1000만원 기준는 60만 9000원, 평균 관리비는 7만8000원이었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평균 월세 57만4000원, 평균 관리비 7만2000원과 비교해 각각 6.1%, 8.1% 오른 금액이다. 이에 더해 대학들도 10년 넘게 이어오던 등록금 동결 기조를 깨면서 부담을 더했다. 지난 21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발표한 ‘2025학년도 대학 등록금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4년제 대학 190곳사립대 151곳·국공립대 39곳 중 131곳68.9%이 등록금을 올렸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원룸에 비해 가격적인 메리트도 있고, 집밥도 먹을 수 있고, 사회성도 기를 수 있어 하숙집을 찾게 되는 것 같다”며 “요즘은 하숙집도 과거와 달리 개인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대학가 전세사기가 잇따르면서 비교적 안전한 하숙 수요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 지난해 신촌, 순천, 경산 대학가 원룸촌에서 전세 사기가 벌어진 반작용이다. 서울 주요 대학 신입생 김모19씨는 “원룸은 큰 돈을 떼일 우려가 있어서 기숙사 당첨이 안 됐다면 하숙을 알아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율·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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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율.이영근 jun.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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