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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애인 변심 아니었다…46년만에 밝혀진 병사 죽음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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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10회 작성일 23-05-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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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큰일났어, 형”
1977년 6월, 휴가를 얻어 충북 청주의 고향집에 내려온 일병 김진도22·당시 나이씨는 저녁 밥상에서 걱정을 털어놨다. “모르면 솔직하게 모른다고 이야기하면 돼.” 작은형 김진하28씨가 조언했다. 탄약고 신축 공사 자재와 장부를 정리하는 게 임무였던 김씨는 상급 부대의 검열을 앞두고 있었다.

김씨는 버스를 타고 경기도 양주군현재 남양주시 별내면의 부대로 복귀했다. 그게 김진하씨가 본 동생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김씨는 15일 뒤 아침, 부대 탄약고 공사장에서 다이너마이트를 스스로 터뜨려 숨졌다. 전화를 받고 부리나케 부대로 올라간 김씨가 본 건 처참한 모습의 동생이었다.


조서에는 “가정 빈곤 및 애인 변심”
군인 이미지. 연합뉴스

군인 이미지. 연합뉴스

헌병대 수사관은 사망확인조서에 동생 김씨가 “가정빈곤 및 애인 변심을 비관코 자해 사망했다”고 썼다. 그러나 형에 따르면 김씨는 애인이 없었고, 삼남이지만 고등학교까지 마칠 정도로 부족함 없이 자랐다. 당시엔 두 형이 군대 전역 후 직장을 얻어 오히려 집안 형편이 확 핀 때였다.

부대에서 만난 김씨의 군대 고참은 김씨의 형에게 “간부들이 공사비 몇 억을 해 먹은 걸 김씨가 알아서…”라고 했다. 동생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을 리 없다고 생각한 김진하씨는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시신 인수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부패를 막기 위해 일주일간 얼음 덩어리를 구해다 관 옆에 두며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군의 설득 끝에 결국 6일차에 동생의 시신을 화장했다.

이후 육군 조사로 부대 간부가 공사용 자재를 횡령해 신축 주택을 지은 게 사실로 밝혀지며 대위 1명이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김씨의 죽음과 횡령의 연관성까지 사건이 나아가지는 못했다. 70대가 된 김씨의 형은 “그때 재판까지 가서 끝까지 밝혀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때만 해도 옛날이라서 힘없는 사람은 밝힐 수도 없었고 헌병대에 가서 고발해봐야 들은체도 안하고 사건 끝난 걸 가지고 왜 그러냐고 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횡령한 자재로 단독주택 4채 지어…일병에게 책임전가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연합뉴스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연합뉴스

기록고 속에 들어가 있던 김씨의 사건은 46년이 지나 다시 빛을 봤다. 김진하씨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지난 2020년 진정을 내면서다. 법정 접수기간을 열흘 남기고였다. 조사관이 당시 부대 간부 및 병사들을 찾아 상황을 물었다. “가정 빈곤도 애인 변심도 아니고 보급 문제 때문”이라는 증언이 이어졌다.

진상규명위에 따르면, 당시 대대에서는 김씨가 관리하던 탄약고 공사장 외에도 비밀리에 다른 공사를 하고 있었다. 간부들이 조달청에서 나오는 공사 자재를 빼돌려 부대 후문에 가정용 단독주택 4채를 짓고 있었다는 것이다. 완공된 집은 대대장·작전장교·주임상사 등 4명 간부들 이름으로 등기됐다. 이들이 자재가 사라진 걸 김씨의 탓으로 몰았다는 게 당시 부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당시 소속대 군수장교였던 A씨는 “간부들이 주택 4채를 짓기 위해 빼돌린 자재가 부대에 도착하지 않은 책임을 전부 김씨에게 뒤집어씌웠다. ‘중간에 다른 자재 가게에 팔아먹은 것 아니냐’며 간부들이 짜고 그 어마어마한 자재를 빼돌린 걸 김씨의 책임으로 몰았으니 김씨가 살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선임병이었던 B씨는 “빵꾸가 났는데 그 규모가 크고 상급부대에서 검열이 나온다고 하니 김씨가 일주일 넘게 잠도 못 자고 장부를 맞춘다고 고생을 했다”며 “공사계는 보통 7~8개월 정도 인수인계 기간을 주는데, 김씨만 아주 짧게 사수와 근무하고 사수였던 병장이 전역을 했다”고 했다.

김진도 씨 사건에 대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의 결정문. 국방부에 김씨 사망과 군 복무의 연관관계를 인정해 순직으로 재심사할 것을 요청했다. 유족 측 제공

김진도 씨 사건에 대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의 결정문. 국방부에 김씨 사망과 군 복무의 연관관계를 인정해 순직으로 재심사할 것을 요청했다. 유족 측 제공

진상규명위는 조사 끝에 “망인은 소속대 부대장과 간부들의 군용물품 횡령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됐고, 이를 수습하기 위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간부들에 의한 군용물 횡령 등 비리와 이에 대한 책임 전가가 주된 원인이 되어 사망했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군 복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진상규명위는 지난 3월 국방부장관에 김씨의 사망 구분에 대한 사항을 순직으로 재심사할 것을 요청했다. 횡령을 주도했다고 지목받은 대대장은 대령으로 진급한 뒤 2015년 숨져 현충원에 묻혀 있다.

진상규명위의 활동 기간은 오는 9월 종료될 예정이다. 지난 3일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위원회의 활동기간을 3년 연장하는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진상규명위 관계자는 “9월 전에 조사를 모두 끝내기 위해 노력중”이라며 “아직도 전화 문의가 이어지고 실제로 순직처리되지 않은 군복무 사망자가 3만 9000명에 달하는 만큼 직권 조사 형태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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