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모르는 선배인데…" MZ공무원 울린 전별금 갹출 문화
페이지 정보
본문
박봉에 울상인 새내기 공직자가 퇴직을 앞둔 선배 공무원에게 전별금과 황금열쇠 기념품을 건네는 장면을 생성형 AI 이미지로 그린 사진. 사진 셔터스톡
경북 청도군 공무원인 A씨30대는 지난 상반기 퇴직·의원면직·전출자에게 주는 전별금餞別金 15만8000원을 갹출한다는 공지를 받았다. A씨는 “제발 이 악습을 사라지게 해달라”며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퇴직 공무원뿐 아니라 자의로 전출하거나 그만두는 동료들의 전별금까지 걷어 줘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공직사회에 남아 있는 ‘전별금 의무 갹출’ 문화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2030 젊은 공무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현재는 상조회 차원이나 부서별로 전별금을 거둬 퇴직자에게 지급한다. 그런데 마음에서 우러나와 떠나는 선배를 예우하는 게 아니라 1~2년 차 신입까지 강제로 거둬 사실상 준조세란 불만이 나온다.
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별금을 걷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만 일부 광역단체를 포함해 10곳 이상이었다.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지자체에선 2010년 전후로 경조사 축의·조의금을 모아 전하는 상조회조차도 대부분 사라졌지만, 경상·전라·충청·강원권 지자체에선 여전히 상조회와 전별금 문화가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청도군 상조회 업무 담당자는 “‘전별금 문화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직원들의 의견이 더러 나와 수렴해 상조회를 어떻게 운영할지 적절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박봉에 울상인 새내기 공직자가 퇴직을 앞둔 선배 공무원들에게 수백~수천만원 전별금과 황금열쇠 기념품을 건네는 장면을 생성형 AI 이미지로 그린 사진. 사진 셔터스톡
전별금 모금·지급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전 직원실무수습 및 임기제 제외이 가입한 상조회가 적게는 2000원에서 많게는 1만원을 급여에서 공제해 모은 회비 중 일부를 지급하는 방식이 있다. 상조회 안에서 회칙으로 정해 회비와 별개로 전별금을 퇴직자의 근무 연수에 따라 회원들의 본봉에서 일정 비율 공제한 뒤 지급하는 방식도 있고, 상조회와 완전히 별개로 총무과 주도로 전별금을 모금해 지급하기도 한다.
광주광역시의 한 공무원은 “1957년부터 있었던 상조회에 강제 가입도 탈퇴도 안 되고 월 1만원씩 꼬박꼬박 공제한다”며 “퇴직자 전별금은 30년 근속 기준 227만원으로 30년간 360만원 내고 227만원 받아가는 걸 왜 하는 건지, 이미 곪은 상처가 깊어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북 정읍시는 퇴직자 근무 연수에 따라 비율을 정해 전별금을 전 직원 본봉에서 공제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별금 제도를 운용 중이다. 1년에서 2년 미만으로 근무한 공무원이 퇴직하면 전 직원이 월 급여에서 0.04%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경력 1년에 0.01%씩 인상 폭을 둬 30년 이상 근무한 퇴직자에게 최대 0.33%를 전 직원이 본봉에서 떼어 전별금으로 지급한다. 30년 이상 퇴직 전별금은 1200만~1300만원 선이라고 한다.
정읍시 관계자는 “상조회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지만 회원의 자격이 임기제 등을 제외한 정읍시 공무원이기 때문에 모두 가입한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신규 직원들이 급여 명세에서 전별금 공제 란을 보고 문의를 해와 자주 설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봉에 울상인 젊은 공무원들이 퇴직을 앞둔 선배 공무원에게 전별금을 건네는 장면을 생성형 AI 이미지로 그린 사진. 사진 셔터스톡
인천에선 지난 2022년 교사들이 퇴직하는 선배 교사에게 상조회와 무관하게 전별금을 걷어 전달했다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인천시교육청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 일도 있었다. 불과 2년 반 만에 전별금만 100만원 가까이 ‘강제 공제’ 당했다는 강원도의 모 기초자치단체 소속 3년 차 공무원 B씨는“전별금과 직장 금고 회비에 대한 어떤 안내도 받지 못하고 매달 공제 당했다”며 “저연차라 가뜩이나 돈도 못 버는데, 이 돈까지 뜯어가니 억울해 죽겠다”고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원칙적으로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등에 관계없이 1회 100만원 또는 년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아선 안 된다면서도 다만 직원상조회에서 제공하는 금품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밝혔다. 권익위 관계자는 “예외로 허용되는 금품 상한액에 대해선 별도로 정하지 않고, 강제 가입 또는 임의 탈퇴를 금지하는 제재 등에 대해선 별도 법규를 살펴봐야 한다”며 “상조회 이외 모금의 경우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이 시각 많이 본 뉴스
▶ "알몸 확인하려고…" 北납치 블랙요원 충격 고백
▶ "내 재산 25% 이 여자 줘라"…조영남 유서 깜짝
▶ 1억 써도 출입 못한다…신세계강남 비밀방 정체
▶ 정우성 "결혼 안한게 아니라…" 문가비 임신중 한 말
▶ 돌싱 명세빈 "30대 이혼 후 돈 없어서 가방 팔아"
▶ 고독사 아빠 이중생활…엄마 이혼시킨 두 딸 고백
▶ 지라시에 6천억 날렸다…유튜브에 멍든 이 기업
▶ "中서 갑자기 심정지"…돌연 숨진 32세 남자 배우
▶ "연봉 4천만원 이하 男 가입 불가" 논란의 예능 결국
▶ "차라리 감옥 갈래"…우크라軍 6만명 탈영 무슨 일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성배 son.sungbae@joongang.co.kr
관련링크
- 이전글[단독] 라이딩 앱서 만난 그녀가 투자 권해 수천억 피해…수수료 8억 뜯기... 24.12.03
- 다음글"영유 보내라" 월300만원 쏜 조부…과잉양육 손주까지 대물림 [뉴 헬리... 24.12.0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