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뭘 배워? 물 새고, 공사중 동아리방, 교수도 없다 [24학번 의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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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의대생 ‘1학년’만 최대 7500명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며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한채 휴학에 돌입한 지 1년이 넘었다. 25학번이 들어오고, 26학번 선발을 위한 입학 전형을 손봐야 하는 시기임에도 이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사상 초유의 7500여명 수업을 앞두고 휴학에 동참하고 있는 24학번 의대생을 만나 휴학 이유, 요구 사항, 지난 1년간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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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의과대학에서 의료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1년 넘게 의정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동안, 의대 교육 부실화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지난해 입학한 24학번과 올해 입학하는 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이른바 ‘더블링’ 문제가 다가오고 있지만 의대 시설 확충과 교수 충원에 걸림돌이 생기면서다.
지난해 휴학한 의대생 3500여명이 복귀할 경우 올해 ‘1학년 의대생’은 신입생 4000여명까지 더해 총 7500여명이다. 학교 측은 이들이 다같이 수업을 받는 데 문제가 없도록 준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의 의견은 다른 상황이다.
“여기서 수업을 받나요?”…물 뚝뚝·공사 중인 강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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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개강을 앞둔 수도권 한 의대의 텅 빈 강의실. 안효정 기자. |
25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곳곳의 의대들은 올해 ‘1학년 의대생’ 수업을 위해 대규모 강의실 확보에 고군분투 중이다.
전국 의대 중 최대 규모의 증원이 이뤄진 충북대 의대의 경우, 3월 개강을 목전에 앞두고도 시설 개선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줄곧 49명이었던 충북대 의대 입학 정원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 이후로 126명이 됐다. 여기에 지난해 휴학생까지 더하면 충북대 의대는 올해 170명 넘는 학생들을 수용해야 한다.
하지만 강의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형 강의실이라지만 늘어난 학생을 가르치기에 작은 데다 누수가 발생할 만큼 낡았다. 동아리방을 개조해 토론실로 활용할 공간들도 현재 공사 중이다. 교내 가장 큰 강당인 의대 첨단강의실조차 160석에 불과해 ‘1학년 의대생’들은 전공 선택과목 중 일부 수업을 농과대학으로 이동해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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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교육위 충북대 의대 현장 시찰. 지난해 10월 18일 국회 교육위 의원들이 충북대·충북대병원 국정감사에 앞서 충북대 의대를 둘러보며 현장 시찰하고 있다. [연합] |
보다 큰 문제는 이들이 2년 뒤 실습 수업을 받을 때 사용할 공간이다.
충북대 본부는 늘어난 정원에 맞춰 지난해 의대 4·5·6호관을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건립하고 2028년까지 200명 수용 가능한 해부학 실습동을 짓겠다고 했다. 그러나 예산이 확보된 건물은 아직 140억원 규모의 의대 4호관 하나뿐이다.
해부학 실습동이 계획대로 완공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신규 실습실 사용 가능 시기는 2028년 9월인데 올해 1학년 학생들이 실습을 받는 시점은 2027년부터라 1년 이상의 공백이 생긴다. 이 기간 동안에는 의대생들이 임시 건물에서 실습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한 충북대 의대 교수는 “만약 내년부터 의대 정원이 줄어드는 등 모집 계획에 변동이 생긴다면 해부학 실습동 세우는 계획이 유야무야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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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개강을 앞둔 수도권 한 의대 캠퍼스의 한산한 복도. 안효정 기자. |
다른 의대들도 더블링에 대비해 시설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천대 의대 관계자는 “1학년은 교양과목 수업이 대부분이라 기존 방식대로 성남캠퍼스 강의실을 활용할 것”이라면서도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주변으로도 차후 강의실로 활용할 공간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천대 의대는 매년 신입생을 40명 선발하다 올해 130명을 모집했다.
의대 입학 정원이 71명 늘어나 새학기 총 120명의 신입생을 맞는 인하대 의대는 2027년부터 인천 중구 신흥동에 있는 인하대병원 인근 정석빌딩을 의대생 교육 시설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대 곳곳 채용 공고 ‘미달’…교수 구인난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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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1일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실 모습. [연합] |
의대 교수 충원이 원활하지 못한 점도 문제다.
충북대는 의대 교수 채용에서 당초 모집 인원39명의 70%27명밖에 채우지 못했다. 본래 올해 1학기부터 강의할 의대 기초의학 교수 6명, 임상 교수 33명을 모집하겠다고 공고했지만, 기초의학 교수 2명과 임상 교수 10명 등 12명 미달인 상황이다. 하반기에는 채용하지 못한 12명과 결원 예상 인원 5명을 더해 총 17명을 뽑는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충북대 의대는 늘어난 학생들을 가르칠 시설, 교수가 부족하다며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불인증 유예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의평원으로부터 불인증 유예를 받은 원광대 의대 역시 150명으로 늘어난 신입생들을 가르칠 교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대 의대는 당초 26명의 교수를 추가 모집하기로 했으나 4명 미달돼 22명으로 최근 채용을 마감했다. 강원대 의대 관계자는 “못다 한 모집은 2학기 때 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른 지방 의대들도 ‘교수 구인난’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특히 지방 사립대 의대일수록 그 사정은 더 어렵다. 규모와 시설 면에서 국립대, 수도권 사립대에 비해 열악한 데다, 정부의 지원도 적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립대에는 전임교수 증원 등을 위한 비용을 직접적으로 투입하지만, 사립대에는 저금리 융자 외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는다.
A 사립대 의대 관계자는 “국립대가 그나마 남은 교수들까지 다 데려가고 있어 지방 사립대는 의대 교수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비수도권 B 사립대 의대 교수는 “의대 증원 사태 이후로 회의감이나 피로감을 느껴 사직한 교수들도 많고, 국립대나 수도권 사립대로 넘어간 교수들도 많다”면서 “지방 사립대는 학생들이 돌아와도 문제다. 가르칠 교수가 없어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개별 의대 맞춤형 지원으로 교육 혼란 줄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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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DB] |
교육부는 ‘1학년 의대생’이 7000명을 넘더라도 당장 현장에서 생기는 교육 문제는 크게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1학년 수업 운영은 의대 단독이 아닌 대학본부 차원에서 이뤄져 대학별 가용 자원이 많다는 점에서다.
다만 교육부는 의대국 산하에 ‘교육 지원 전담팀’을 별도로 꾸리고 전담 부서 인력을 총동원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무관·주무관으로 구성된 전담팀은 팀별로 전국 의대 4~5곳을 맡아 상시 소통하며 교육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전담팀은 대학별 예상 학생 수와 교육 여건 상황을 확인하면서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한 정부 지원 방식, 제도 개선책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또 1학년 수업에 어려움이 있는 대학에는 상황에 맞춰 다각도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달 “개별 학교마다 상황이 아주 다르다. 한 자릿수 늘어나는 경우, 아예 안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며 “정부로선 개별 학교 맞춤형으로 지원해서 해결책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교육부는 이달 중 2025학년도 의대 교육 내실화 방안을 발표해 휴학생 복귀와 신입생의 정상적 수업 참여를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1학년이 대규모로 몰리면 반을 나눠 강의를 듣게 하는 분반 수업도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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