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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작고 귀여운 개 원하나요?…번식지옥이 만든 기형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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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7회 작성일 23-09-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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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통신원 칼럼

‘1420마리’ 규모 만큼 잔혹했던 화성 번식장


사람들은 작고 귀여운 개를 원한다. 지난 1일 동물학대 제보를 받고 찾아간 경기 화성의 번식장은 초소형 품종견인 ‘티컵 강아지’로 유명한 곳으로, 개들은 더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낳기 위해 끝없이 착취당하고 있었다.


반려견 품종에도 유행이 있다. 지난해 반려견 양육 현황을 보면 1위가 몰티즈, 2위가 푸들이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 소형 품종견 선호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몰티즈, 비숑, 푸들, 포메라니언은 일명 ‘스테디’로 꼽힌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고 예전부터 오늘날까지 잘 소비되는 품종이란 뜻이다. 최근엔 말티푸, 파티푸, 카바푸, 푸숑 등 여러 품종을 교배한 하이브리드디자이너 도그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

발 딛을 틈도 없는 사육 공간


사람들은 작고 귀여운 개를 원한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같은 동물단체에도 “3㎏ 미만 몰티즈 여아 없나요”라는 문의 전화가 종종 걸려온다. 중대형 백구보다는 소형 믹스견이, 믹스견보다는 품종견이, 품종견 중에서도 초소형견들이 입양 신청률이 높다. 이런 초소형 품종견들은 흔히 ‘티컵’이라고 불린다. 잔에 담길 정도로 작은 사이즈라는 의미다. 이런 현실은 펫숍에서도 이어진다. 펫숍의 품종견들은 더 작고 귀여울수록, 또 더 희귀한 털빛을 가질수록 비싸게 팔린다.

활동가들이 진입해 살펴본 번식장 내부는 끔찍하고 참담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케이지가 2~3층씩 쌓여 있고, 자투리 공간이라고 부를 만한 좁은 공간까지도 개들이 칸칸이 쌓여 있었다. 바닥엔 울타리가 빼곡하게 세워져 있었는데, 심지어 사람이 이동할 통로조차 없었다.


그렇다면 작고 귀여운 품종견들은 어디서 오는가. 카라는 지난 1일 동료 동물권단체들과 함께 대규모 번식장에 대한 제보를 받고 경기 화성의 한 합법번식장을 찾았다. ‘국내 1위 몰티즈 켄넬’로 명성을 얻고 있는 곳이었다.

화성 번식장은 티컵 강아지들을 번식시키고 있었다. 종모견 혹은 수출용은 마리당 300만~400만원에, 반려견 경매장에서는 60여만원대에 판매하며 연간 8억~17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심지어 모견들을 수단 삼아, 투자자를 유치해 더 많은 개를 번식시키는 변칙 영업도 벌였다.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고 운영되는 곳이었지만, 직접 찾은 현장은 다른 무허가 번식장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허가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영업 규칙은 전혀 준수되지 않았다. 그들이 신고한 마릿수는 400마리였지만, 현장에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1400여 마리 개들을 좁고 열악한 공간에서 사육하고 있었다.

평생 좁은 곳에 갇혀 살면서도 사람만 바라보며 꼬리를 흔드는 개들.


활동가들이 진입해 살펴본 번식장 내부는 끔찍하고 참담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케이지가 2~3층씩 쌓여 있고, 자투리 공간이라고 부를 만한 좁은 공간까지도 개들이 칸칸이 쌓여 있었다. 전형적인 ‘강아지 공장’이었다. 바닥 공간은 더욱 낯설고 기괴했다. 바닥엔 울타리가 빼곡하게 세워져 있었는데, 심지어 사람이 이동할 통로조차 없었다. 그야말로 개들을 최대한 ‘수납’해놓은 형태였다. 바닥에 대소변을 흡수시킬 용도가 신문지를 깔고, 울타리에 낡은 플라스틱 급수기를 단 것이 유일한 돌봄 흔적이었다.

인간의 욕망이 ‘티컵 강아지’를 만들었다


개들은 미친 듯이 짖어댔다. 몇 분만 서 있어도 소음에 귀가 멍해질 정도였다. 도살장의 개들은 눈에 띄면 죽는다는 걸 알아서 짖거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러나 번식장의 개들은 반갑다고, 꺼내달라고, 안아달라고 짖고 있었다. 짖는 게 아니라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았다. 그런 현실에서도 개들은 사람을 반기며 꼬리를 멈추지 않았다.

번식장 냉동고에서는 신문지에 돌돌 싸인 강아지와 배 가른 모견의 사체 등이 모두 93구나 발견됐다. 사체 절반 정도는 갓 태어났음 직한 새끼들이었지만, 절반 정도는 2개월령부터 산모견까지 다양했다.


놀라운 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번식장 냉동고에서는 신문지에 돌돌 싸인 강아지와 배 가른 모견의 사체 등이 모두 93구나 발견됐다. 사체 절반 정도는 갓 태어났음 직한 새끼들이었지만, 절반 정도는 2개월령부터 산모견까지 다양했다. 출산 중 사망한 산모견은 고통이 심했는지 몸이 뒤틀린 채 죽어 있었다. 손바닥 하나에 들어올 정도로 아주 작은 강아지도 있었다. 부디 큰 고통 없이 갔기만을 참담한 마음으로 바랐다.

구조 중에도 생사를 넘나드는 개들이 나타났다. 활동가들은 기도 폐색으로 숨이 넘어가는 개를 겨우 인공호흡 등 응급처치로 살려냈다. 구조 뒤 ‘바미’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 개는 선천적으로 콧구멍이 작아 조금이라도 흥분하면 청색증산소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부와 점막이 푸르게 변하는 증상이 발생했다.

‘바미’는 선천적으로 콧구멍이 작아 조금이라도 흥분하면 청색증이 발생했다. 안 그래도 작은 품종견을 더 작은 개로 만들기 위해 개량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위액트 제공


우연한 질병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작은 품종견을 더 작은 개로 만들기 위해 개량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다 자란 바미의 몸무게는 고작 2.5㎏였다. 이렇게 기형적으로 작은 개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개가 희생되었을까. 세계 최대 규모의 이 번식장은 학대 수준도 전례 없을 정도로 잔인했다.

‘강아지 공장’은 번식업자 한 명의 의지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품종견을 펫숍에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 구조가 굴러간다. 사람들이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선호하기 때문에 번식장은 계속 더 작은 강아지를 만들기 위해 시도하며, 이 과정에서 개들은 끊임없는 번식의 굴레에서 노예 같은 취급을 받게 된다. 펫숍 구매가 곧 동물학대로 이어진다는 건 이런 이유다.

아직 한국에는 2130여 곳의 동물생산업 업체가 있고, 무허가 불법 번식장까지 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하다.


매년 25만 마리가 물건처럼 팔려


화성 번식장 현장은 정리 중이다. 20여 개 동물단체와 경기도가 합심해 개들은 모두 보호하게 되었고, 현장에서 발견된 사체들은 경찰이 수사 증거물로 가져갔다. 번식장 불법건축물은 지자체가 처분할 예정이지만, 영업 폐쇄나 허가 취소를 두고는 아직 쟁점이 남은 상태다. 번식업자는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우리는 이게 끝이 아니란 걸 안다. 아직 한국에는 2130여 곳의 동물생산업 업체가 있고, 무허가 불법 번식장까지 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하다. 카라는 국내 번식장에서 사육되는 종모견을 약 23만 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이곳에서 매년 최소 25만 마리의 아기 동물이 생산되어 판매된다. 우리는 동물이 물건처럼 사고 팔리는 현실이 바로 학대의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카라는 대한민국 번식장 철폐, 경매업 퇴출, 펫숍 금지를 위한 ‘루시법 제정 20만 명 서명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화성 번식장의 동물들이 케이지에서 풀려난 것처럼 부디 다른 동물들도 해방될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루시법 서명 참가하기 : https://campaigns.do/campaigns/838

글 김나연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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