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이나 다를 바 없다"…윤석열 계엄 선포에 시민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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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가 없다”, “이제부터 야간 통행금지하고 촛불집회는 군인이 진압하는 거냐”, “통금 전에 집에 가자고 저녁 먹다가 모두 해산했다.” 3일 밤 10시25분께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 형식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시민들은 “옛날 그 계엄을 말하는 것이냐”, “6·25 전쟁이 다시 난 줄 알았다”며 혼란스럽고 분노 섞인 반응을 쏟아냈다.
당장 내일이 걱정되는 시민들이 많았다. 인천에 거주하는 이정복28씨는 “내일 을지로 쪽 약속이 있는데 종로 쪽에서 시위하는 거로 알고 있다. 군인들이 다 쓸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약속 모임이 있는 단체대화방에선 ‘무섭다’, ‘내일 나가면 안 된다’, ‘조심하자’ 같은 말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아무개28씨는 “통행 제한이 우려스럽고 할머니가 아프셔서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나가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김아무개27씨는 “쌍욕밖에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 내 또래 중에 계엄이라는 말을 실제로 들어본 사람도 없을 텐데 갑자기 비상계엄령을 내린다는 게 진짜 우습지도 않다”고 말했다. 20대 여성도 “종북 반국가 세력이라는 단어가 2024년에도 통한다고 생각한다는 것부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30대 여성은 “탄핵을 당하고 싶어서 일부러 저러는 건지, 천공이 시킨 것인지, 제정신인지 궁금하다”며 “미쳤다”는 말을 반복했다. 김아무개30씨는 “비상 계엄령이 장난이냐, 지금이 1980년대인지 2024년인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어도 되는 거냐”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무엇보다 비상계엄의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인천 남동구의 천인혁27씨는 “민주당을 저격하면서 나온 그 모든 내용이 그냥 본인이 한 일인데 사리판단이 이렇게도 안 되나 싶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의 서아무개28씨는 “두루뭉술한 설명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은 지지받을 수 없다”며 “독재정권에서 시행하던 국민을 억압하기 위한 계엄령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여서 두렵다”고 말했다.
본인의 생활에 당장 피해가 갈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서울 은평구의 김지연25씨는 “전세 사기 피해자로서 강제경매를 신청했는데, 계엄이면 이것도 중단되지 않겠느냐. 민생이 다 중단될 정도로 계엄령이 필요한 것이냐”고 토로했다. 김아무개32씨는 “당장 내일 출국인데 두렵다. 5분 만에 환율이 20원이 뛰었다”고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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