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활쫙 핀 봄이 참으로 밉구만…우리 속은 까맣게 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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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경북 영덕군 산불 이재민 대피소인 영덕읍국민체육센터에서 이재민이 힘없는 모습으로 앉아 있다. 국민체육센터에는 지품면과 매정리 등 이재민 400여명이 나흘째 대피해 있다. 2025.3.29/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영덕=뉴스1 최창호 기자 = 대피소 건너편 강에는 벚꽃이 활짝 피었네... 작년에도 영감하고 마음 편히 벚꽃 구경했는데.
31일 경북 영덕군 산불 이재민들이 모여 있는 영덕국민체육센터 맞은편 오십천 둘레길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지만 이를 지켜보는 이재민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화수리 60대 부부는 "집과 오십천이 가까워서 작년에는 영감 할마이 손도 잡아가며 강변을 걸었는데 오늘은 벚꽃을 보는데 영 기분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갑자기 몰아닥친 불길에 입고 있는 옷만 걸치고 집 밖으로 대피한 매정1리 80대 주민도 "지금 꽃 생각이 나느냐! 집이 불에 타고 집이 무너졌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며 무거운 발길을 옮겼다.
봄은 야속했다.
이재민들이 대피해 있는 국민체육센터 오십천 강변 둘레길을 따라 수백여그루의 벚꽃이 꽃망울 터뜨렸지만, 이를 반기는 이재민은 아무도 없었다.
잠시 바람을 쐬기 위해 대피소 밖으로 나왔던 이재민은 "회사로 출근하는 사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오늘따라 왜 그리 부러운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영덕군은 이재민들이 대부분 고령자로 체육관 임시텐트 사용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휴양시설인 울진 청소년해양센터 등 공공시설과 마을회관, 모텔 등으로 거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날인 30일 기준 영덕군 이재민은 695명이다.
choi1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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