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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동덕여대에 대자보 쓴 아빠 심정 "학교, 학생들 인격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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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회 작성일 24-12-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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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앞에 붙은 대자보 모습. 동덕여대 재학생 제공


“이러한 저의 마음, 아버지의 마음을 동덕여대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느끼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14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정문 앞에 정갈한 붓글씨로 쓰인 대자보 한장이 붙었다. 제목은 ‘우리 학생들의 인격을 무시하는 학교에 내 아이를 보낼 수 없습니다’. 이 대자보를 쓴 사람은 2022년 동덕여대에 입학한 한 학생의 아버지 김아무개49씨다. 동덕여대에선 남녀공학 전환과 대학의 비민주적 행정에 반발한 학생 시위가 지난달부터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다. 대학본부와 총학생회가 4차례 면담을 진행했으나 아직 별다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씨는 대자보에서 “그동안 딸아이가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구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고등교육을 받은 대학생이며 어엿한 성인인 딸아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지나친 행동일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고 썼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고 학교는 요지부동이었고 … 오히려 기물파손을 명분으로 학생 대상 고소까지 진행하는 등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며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마치 암흑 속 해답 없는 터널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답답함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또한 지난해 교내에서 일어난 학생 사망 사고를 비롯한 학교시설 안전 문제, 과거 학생들의 평화 시위를 언급하며 “학생들의 크고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인격적으로 존중해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의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상황들이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으로 이 성명을 진행한다”며 학교 쪽에 “학생들의 안전과 안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마음을 학생들과 나눠주시기를 간절히 고대한다”고 썼다.



김씨는 17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대자보로 입장을 밝히게 된 계기에 대해, “학교 쪽이 학생들을 대하는 무성의한 태도, 학생 시위로 인한 파손이나 복구 비용만 부각하는 언론 보도 등이 불편했고, 여러모로 상식을 벗어나는 상황 같아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3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래커칠이 상당히 불편할 수 있죠. 솔직히 저도 불편해요. 그런데 학생들이 유리창을 깨부수고 그런 폭력을 벌인 것도 아니고, 지난해 학생 사망 사고 같은 경우도 학생들이 6년 전부터 고쳐달라고 얘기해오던 거잖아요. 그런 작은 조치조차 해주지 않다가 사고가 일어난 걸 봤을 때, 그동안의 문제들이 쌓여서 학생들 입장에선 그런 식으로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어요.”



붓펜으로 대자보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2시간가량이었다. “한 번에 성공하려고 서예 백일장 나가는 마음으로” 공들였다. “누가 봐도 가독하기 쉽게 하려고” 줄 간격까지 신경 썼다. 엎드려 글을 쓰는 동안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어떤 부분을 쓸 때 가장 마음이 아팠는지 물었다. “작년 학생 사고를 쓸 때 그랬고… 이 추운 날씨에 학생들 밖에서 시위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부모로서 마음이 아파요. 학생들의 마음이 슬프니 체감온도는 더 내려가겠죠.”



그는 무엇보다도 “학교가 학생들 마음을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학교 쪽은 ‘학생들과 대화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한다. 김씨는 “학생들이 느끼고, 바라는 대화와 학교에서 제시하는 대화 사이 ‘갭’차이이 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의 대화 제안은 사태 무마를 빨리하려고 하는 행위로만 느껴지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선 진심 어린 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공학 전환 자체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공학 추진을 하더라도, 그 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렸으면 해요. 학생들이 빨리 학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학교 쪽에서 진심 어린 마음으로 대화에 응해주시는 게 어떨까 부탁드립니다.”



김씨는 자신이 대자보 쓴다는 걸 알아챈 딸의 눈빛이 “절망에서 그나마 희망이 섞인 눈빛으로” 바뀐 걸 느꼈다고 했다. 그에게 딸을 포함한 ‘동덕여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물었다. “학업에만 열중해도 부족한 시기지만 어떻게 보면 다른 학교 학생들은 경험할 수 없는 일을 겪는 거라서요. 물론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훗날 이 경험이 삶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정말 힘든 상황이 됐을 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음은 대자보 전문.







우리 학생들의 인격을 무시하는 학교에 내 아이를 보낼 수 없습니다





오색단풍이 물들어가던 24년 늦가을의 어느날 딸아이가 침울한 표정으로 물어봤습니다. “아빠 공학반대 서명 좀 해줄 수 있어요?” 갑자기 여대가 왜? 라는 생각과 함께 공식적으로 공표된 상황인지 판단이 서질 않더군요. 이렇게 중대한 사안에 대해 설문조사나 투표도 하지 않고 통보받듯이 알게 된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날은 묵묵히 서명에 동참하는 것으로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언론기사를 보며 심각성을 인지했습니다. 학생들 몰래 남학생을 받아 학교에 다니도록 했다는 사실을 알고 화가 났습니다. 동덕여대는 학생들이 모르는 사이 이미 남녀공학이 되어있던 것입니다. 더 화가 났던 것은 대부분의 언론기사에서 학생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일부 학생의 과격한 시위 혹은 폭동이라는 프레임에 가두고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잘못된 정보를 사실인 양 보도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딸아이가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구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고등교육을 받은 대학생이며 어엿한 성인인 딸아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지나친 행동일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일단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몇 주가 지나도 학교는 요지부동이었고 소통의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물파손을 명분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고 고소까지 진행하는 등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마치 암흑 속 해답 없는 터널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답답함이 들었습니다. 딸아이가 혼란스럽고 수습하기 어려운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고 애잔한 마음이 듭니다.



이러한 저의 마음, 아버지의 마음을 모든 동덕여대 학생들의 부모님들도 느끼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학교에 묻고 싶습니다. 동덕여대는 지금껏 학생들을 위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습니까? 작년 학내 사고로 앞길 창창한 학생이 꽃을 채 피우지 못하고 떠났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그 학생은 저의 딸 아이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사고 장소는 학생들이 위험하니 안전시설물을 설치해달라고 6년간 건의했던 곳이었는데도 무시하다 사고가 난 것입니다. 어떤 건물은 천장이 무너지고 운동장은 위험해서 제대로 이용조차 못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학생들의 안전과 직결된 중대 사안조차 무시하는 학교의 대응에 너무나도 비통합니다. 그동안 학생들은 의견 표명을 위해 평화시위를 자주 진행했던 것으로 아는데, 학교가 그때마다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은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존중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합니다. 학교가 지속적으로 학생들의 생각과 의견을 무시해왔음을 지난 과거의 모습에서 알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크고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인격적으로 존중해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의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딸아이가 자랑스럽게 학교에 입학하던 모습이 마치 엊그제 기억처럼 선명합니다. 학교와 학생들 간 소통의 길이 닫혀있는 상황 속에서 학교를 생각하며 학우들과 같이 고민하고 걱정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이 통탄스럽습니다.



어떤 해결책과 대안을 찾아줄 수 없음에 마음이 아프고 또 아픕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상황들이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으로 이 성명을 진행합니다.



학생들을 생각하지 않고 적대시하는 학교에 더 이상 딸아이를 다니도록 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학생이 있기에 학교가 있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심으로 대화에 임해주셔서 학생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학업에 열중할 수 있기를. 학생들의 안전과 안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마음을 학생들과 나눠주시기를 간절히 고대합니다.



학교는 학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학생의 의견을 무시하지 마십시오.





22학번 김O하 父 김O성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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