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주말 아침 날벼락…삼성동 아파트 충돌한 헬기 [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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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16일 오전 8시55분쯤 김포공항에서 전북 완주군 LG전자 공장으로 향하던 민간 소형 헬리콥터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건물에 충돌했다./사진=뉴스1 |
2013년 11월16일 오전 8시55분쯤 김포공항에서 전북 완주군 LG전자 공장으로 향하던 민간 소형 헬리콥터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건물에 충돌했다. 헬기는 서울 잠실에서 LG전자 임원을 태운 후 완주군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이 사고로 조종사 2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파트 주민들의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정도였다. 수많은 고층빌딩으로 가득 찬 서울 도심에서 차후 똑같은 사고가 반복된다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에 시민들 불안이 고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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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상공 벗어난 헬리콥터…고층 아파트와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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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개 속에서도 비행하던 헬기는 오전 8시50분쯤 노들섬을 지나며 한강 상공을 완전히 벗어났다. 당초 비행경로였던 한강이 아닌 건물이 늘어선 지상 위로 날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후 5분도 채 안 됐을 무렵, 헬기는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23층과 24층 부근에 충돌한 후 추락했다. 떨어진 헬리콥터에는 불이 붙었다.
사고 후 10여분 만에 소방차와 119구조대가 도착해 화재를 진압했지만, 헬기에 타고 있던 기장과 부기장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 헬기가 충돌하면서 아파트 유리 30여장이 파손되는 재산 피해도 있었지만, 주민 중 다친 사람은 없었다.
아파트가 위치한 곳이 영동대로 인근이었기 때문에 사고 이후 교통체증이 불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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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의 비행 결정이 원인?…"경직된 조직문화도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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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18일 오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서 관계자들이 헬기 충돌사고로 파손된 외벽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뉴스1 |
사고 발생 약 1년 6개월 지난 2015년 여름 국토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최종 조사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를 보면 조종사가 악천후에도 무리한 비행을 결정한 게 결정적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었다. 조종사들이 회사로부터 심리적 압박감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대목이 등장했다.
사고 당일 기장은 오전 7시38분쯤 비행 결정을 내렸다. 그보다 약 1시간 전 그는 자택에서 김포공항 서울공항 기상대로 전화를 걸어 기상 상황을 확인한 후 부기장에게 연락해 비행 불가를 결정했다.
비행 취소 상황을 전해 들은 LG전자 비서실 측은 부기장이 아닌 헬기 운항담당자에게 전화해 정확한 상황을 확인해볼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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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17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센터와 여의도 63센터를 중심으로 서울 도심에 고층 건물이 즐비해 있는 모습./사진=뉴스1 |
운항담당자는 기장에게 비행 불가를 결정하게 된 배경을 묻지 않고 직접 기상 파악을 한 뒤 기상이 안 좋으면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방법이 있다며 비서실에 기장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오전 7시12분 기장은 비서실의 전화를 받는다. 이 통화에서 기장은 40분까지 최종 비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전 7시38분쯤 비행 결정을 내렸다.
이륙 전 부기장은 네 차례에 걸쳐 도착 예정지였던 잠실헬기장 관리인에게 기상 상황을 확인했다. 이때 헬기장 관리인은 "안개로 헬기장에서 1.1㎞ 떨어진 청담대교가 보이지 않고 심지어 90m 떨어진 건물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사위는 조종사들이 이런 상황에도 헬기 운항을 결정한 것은 "전형적으로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회사 측이 헬기 팀 외 별도의 운항관리자를 두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표면적으로 운항관리자가 있었지만 그날 비행 당번이 아닌 다른 기장이 번갈아 가며 해당 직책을 맡는 정도였다. 이때 LG전자는 조사위 조사 결과를 존중한다면서 별도의 운항관리자를 채용하는 등 안전 운항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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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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