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남자 왜 안 보이지?" 문 열어봤더니…장애 이웃 살린 여성 > 사회기사 | society

/사진=임종철 디자인 기자

매일 안부 인사를 하던 이웃 주민이 보이지 않자 119에 신고해 소중한 생명을 구한 사연이 전해져 감동을 주고 있다.

현직 소방관이라고 밝힌 A씨는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 현장에서 겪은 일화를 공유했다.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퍼지며 화제가 됐다.

그는 "빌라에 산다고 빌거빌라 거지의 줄임말라고 하는데, 어쩜 그렇게 끔찍한 말을 잘도 만들어 내는지"라며 "그런 빌라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가 신고받고 출동한 곳은 빌라 건물 3층이었다. 그는 "부끄럽지만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에서 또 사람을 업어 내려와야 하나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A씨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집 안에는 젊은 남녀가 함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남자는 앞으로 고꾸라졌는지 입술이 터지고 안경 코 받침에 얼굴이 긁혀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며 "계속 몸을 떨고 말이 어눌했다. 복지 카드를 보고서야 선천성 뇌 병변에 지적장애까지 있는 장애인이란 걸 알았다"고 설명했다.

A씨가 옆에서 울고 있던 여성에게 남성과의 관계를 묻자 "옆집 사는 사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매일 인사하는 옆집 남자가 이틀 내내 얼굴을 비치지 않자 걱정됐는지 사흘째 되던 날 아침에 고민하다가 남자의 집 문고리에 손을 얹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빌라에는 관리사무소가 없었다. 이웃의 안녕을 확인하기 위한 여자의 최선이었다"며 "다행히 문이 열려 있었고, 여자는 발작이 온 뒤에 쓰러져있던 남자를 보고 119에 신고했다더라"고 덧붙였다.

여성은 A씨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A씨가 "잘하셨는데 뭐가 죄송하냐"고 하자 여성은 "더 빨리 신고할 수 있었는데"라며 자책했다고 한다.

A씨는 "그 순간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런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이 존재하는구나 싶었다"며 "사는 집의 크기로 사람 마음의 크기를 재단하지 말자. 가난한 동네건 부자 동네건 꽃은 핀다"고 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따뜻한 분들이 있어서 세상 살 만하다", "이웃 잘 만나는 것도 축복",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목숨을 구할 수도 있다", "선의로 한 일이겠지만 잘못하면 오해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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