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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없는 부모 된 듯"…놀이터 앞에서 멈춰 선 장애 부모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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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56회 작성일 23-11-1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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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모경훈47·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부회장씨가 자택인 서울 중랑구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딸 은서9양이 그네를 타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다. 그네를 둘러싼 난간 탓에 모씨는 아이들이 그네를 타다 다쳐도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턱이나 난간 때문에 놀이터·공원에서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하는 게 제 잘못은 아닌데도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아이들과 함께하는 다른 비장애인 부모들을 보면 제가 떳떳하지 못한, 자격없는 부모가 된 것 같아요.”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모경훈47·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부회장씨는 얼마 전 자택인 서울 중랑구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들 규진3군이 그네에 부딪쳐 넘어졌을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모씨는 깜짝 놀라 휠체어를 타고 아이에게 달려갔지만, 그네를 둘러싼 난간 때문에 아이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딸 은서9양이 규진 군을 난간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야 모씨는 아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모씨는 “단지 내 놀이터들이 휠체어로 접근이 어려워 장애를 가진 부모로서 돌봐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에게 못 해주는 게 많아 늘 미안할 따름”이라고 했다.

그동안 장애 아동의 놀이터·키즈카페 등 놀이시설 접근성 문제가 논의됐지만, 현실에선 모씨처럼 비장애인 아동을 키우는 장애 부모의 어려움도 크다. 지난 7일 한겨레가 모씨와 함께 자택 주변 놀이터 2곳과 인근 공원을 돌아보니 장애 부모가 아이들과 놀기 위해 겪는 어려움은 한둘이 아녔다. ‘안전’을 위한다며 설치된 난간, 휠체어가 전복되기 쉬운 울퉁불퉁한 바닥, 아이들과 함께할 수 없는 위험한 놀이기구, 높은 경사 등이 모두 문제였다.

이날 모씨는 “누가 더 빨리 달리나 대결하자”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3살 규진군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번번이 난간과 바닥, 계단 등에 막힐 수밖에 없었다. 모씨는 “단지 인근 놀이터 6곳이 다 이렇다보니, 9살 딸이 부모 노릇을 대신해 같이 놀아주고, 넘어진 동생을 일으켜 준다”며 “주변 부모들은 딸이 ‘성숙하다’고 하지만, 저희 부부의 장애 때문인 것 같아 가슴이 아플 따름”이라고 했다.

지난 7일 모경훈47·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부회장씨가 자택인 서울 중랑구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들 규진3군과 딸 은서9양이 놀이기구에서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해당 놀이터에는 휠체어를 탄 모씨가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 놀이기구가 없었다. 고병찬 기자


실내 키즈카페도 장애 부모들에겐 높은 벽이다.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 박현48씨는 지난 2021년 2살 아들과 함께 간 노원구 한 키즈카페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했다. 아이들의 부상을 막기 위해 깔아놓은 장판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면 손상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애초에 휠체어가 들어갈 만한 넓이의 통로도 없었다. 박씨는 “최소한 아이가 잘 놀고 있는지 지켜볼 수라도 있어야 하는데, 원칙적으로 못 들어오게 하는 경우가 많다”며 “굉장히 차별적이라고 느낀다”고 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접근 가능한 실내외 놀이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더디기만 하다. 현재 국내에 실내외 놀이터에 대한 접근성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통합놀이터 만들기 네트워크’가 올해 초 시행한 자체 조사 결과, 전국 어린이놀이시설 8만704개 중 무장애 통합놀이터는 29곳에 불과했다. 맹기돈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우리나라 놀이터는 ‘놀이성’에 집중하고, 장애 아동 및 부모가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에는 소홀하다”며 “놀이터에서 장애가 있는 부모들은 놀이기구부터 휴게공간까지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난 7일 모경훈47·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부회장씨가 자택인 서울 중랑구 한 아파트 인근 공원에서 낭떠러지를 보며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 해당 공원길은 경사가 급한 탓에 휠체어가 갑자기 미끄러질 위험이 큰데, 낭떠러지에 난간이 없어 모씨는 몇차례 떨어질 뻔 하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전문가들은 관련 법에 실내외 놀이시설에 대한 접근성 보장 조항을 넣고, 해외처럼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공공에서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미국은 장애인법ADA을 통해 놀이터 내에 높낮이가 있는 놀이기구에 비례해 휠체어가 접근가능한 ‘턱이 없는 회전 놀이기구’와 같은 지면설치 놀이기구를 일정 비율로 설치하도록 하는 등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서울어린이대공원에 설치된 턱을 없앤 회전무대뺑뺑이 놀이기구.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제공


김남진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현재 실내외 놀이시설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규제 담당이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으로 나뉘어 있어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담당 부처를 일원화하고, 공공을 중심으로 표준적인 통합놀이터 모델을 만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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