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m 고래 사체 악취 풍기며 4천km 이동…보라, 인간이 한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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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리고 있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카스피해 해안에 대형 향고래의 사체가 등장했다. 몸길이 16m에 이르는 이 사체는 실제 악취까지 풍기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인 이곳에는 고래가 서식하지 않는다. 고래 사체는 사실 거대한 모형이다. 기후총회 개최 기간 해양생물 보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미국 시엔엔CNN은 지난 12일현지시각 벨기에 예술그룹 ‘캡틴 부머’가 바쿠 해안에 향고래가 해변에 좌초한 모습을 표현한 작품을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캡틴 부머는 배우·조각가·과학자로 구성된 단체로 인간이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고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모형은 실제 고래 틀을 이용해 제작됐고, 실제 냄새와 비슷하도록 주변에 썩은 생선 양동이를 배치한다. 10년 전 제작된 이 고래는 그동안 유럽·오스트레일리아 등 여러 나라의 도시와 해안에 전시됐다. 바트 반 필 캡틴 부머 대표는 “좌초된 고래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도시에 깜짝 전시된다”고 시엔엔에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기후총회가 열리는 바쿠가 낙점된 것이다.
실제로 이날 고래 모형이 나타나자 이를 보기 위해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고래 모형을 트럭에 싣고 벨기에에서 출발해 유럽, 터키, 조지아 등을 거쳐 2주 만에 바쿠에 도착했다. 단체 활동은 아제르바이잔 당국의 허가를 거쳤으며, 현지 활동가인 아드난 후세인의 도움을 받아 설치됐다. 고래는 기후총회 내내 전시될 예정이다.
향고래를 비롯한 다양한 대형 고래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해양 수온이 상승하고, 바다의 순환 패턴이 바뀌면서 서식지가 변화하고 크릴새우와 같은 먹이 자원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온·해류 변화는 고래들의 이동 경로에 영향을 미치면서 스트레스를 더하고, 질병에 취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향고래는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지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한 멸종위기 ‘취약’ 등급으로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외에도 대왕고래, 북태평양참고래, 참고래, 흰긴수염고래 등이 기후변화, 해양 오염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바트 반 필은 “향고래 모형은 우리에게 ‘이봐, 나는 이제 더이상 못하겠어’라는 몸짓을 보여준다”면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이냐는 큰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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