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구독자 수가 많은 유튜브 계정을 주겠다며 10살 초등학생 여아들을 유인해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해 검찰로부터 징역 20년을 구형받은 20대 남성에 대한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범행 현장에 범인이 없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박정호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21·남에 대한 13차 공판을 열었다.
A씨는 2021년 7월 10대 등 다수가 주로 시청하는 유튜브 영상에 구독자 수가 많은 계정을 무료로 준다는 댓글을 달고 이를 보고 접근한 B양 등 10대 4명의 신체노출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피해아동들에게 열온도를 체크하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테스트 하는데 도와주면 계정을 무료로 주겠다고 속여 아동들의 스마트폰 휴대전화에 원격조정 앱을 설치하게 했다.
이후 테스트를 빌미로 옷을 벗도록 시켜 원격조정앱으로 신체노출 영상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피해아동들에게 "계정을 판매하겠다"고 속여 상품권 등 130만원 상당을 뺏기도 했다.
A씨는 또 피해아동들의 부모를 대상으로도 "1억원을 주지 않으면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려는 시도도 벌였다.
해당 사건은 일부 피해아동의 부모가 신고해 드러났다. 2022년 9월 경기남부경찰청과 미국 국토안보수사국이 공조해 A씨를 지난해 2월 국내로 송환했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재판에 넘겨진 후 성명불상의 해킹범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 범행했다며 혐의를 전반적으로 부인했다. 즉, 범인이 현장에 부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해킹범의 존재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A씨는 선고를 앞두고 지난해 9월 구속 상태에서 풀려났다. 재판부는 다만 A씨에게 피해자들에게 접근하지 말 것과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 주거지에서 24시간 상주하는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현재 재판부는 이와 관련한 국과수의 감정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피고인측은 범행시기를 특정했고, 피고인측에서 특정한 시기에 성명불상자의 조작 흔적이 피고인의 휴대폰에 남아있는지 국과수에서 살펴보고 있다.
박정호 부장판사는 "범인이 현장에 없었다는 것과 논리적으로 비슷하다"고 언급하면서 "범행이 어느 정도까지 입증 되는지에 따라 어디까지가 유죄이고 어디까지가 무죄인지가 고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범행 현장이 물리적 현장이 아닌, 디지털 이슈와 관련된 새로운 이슈라 재판부도 깊게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다음 기일은 4월 17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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