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사는 그집 창피해 "이사좀 가!"…13년만에 밝혀진 낙동강 움막 살인 > 사회기사 | society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2010년 8월 초 오전 1시쯤 부산 강서구 낙동강 다리 밑 허름한 비닐농막.

오랜만에 둘째 형을 만난 넷째 동생 A씨는 형 B씨를 흉기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고향 마을 인근에서 농막생활을 하는 형의 모습이 부끄럽다는 게 이유였다.

"오늘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불 싸지르고 다 부숴버릴 거야."

두달 전부터 이사를 권유했음에도 B씨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A씨는 저항하는 B씨의 얼굴과 머리를 수십회 때렸다. B씨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A씨는 도주했다.

당시 농막이 강변 외딴 곳에 있어 폐쇄회로CCTV나 목격자가 없었고, 경찰은 끝내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하지 못한 채 사건을 내사종결했다.

그로부터 13년간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낙동강 움막 살인사건은 지난해 8월, A씨가 제발로 경찰서를 찾으면서 진범이 드러났다.

도망다니던 A씨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경찰에 자백했고, 경찰은 살인 혐의로 A씨를 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A씨는 피해자인 친형의 부검결과 턱이 모두 골절되고, 치아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한국 성인 범죄자 재범위험성 평가도구KORAS-G 평가결과에서 강력범죄 재범위험성이 ‘높음’ 수준으로 평가됐다"며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함께 청구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범행동기나 원인이 비교적 명확해 A씨가 향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인범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어 "범행 동기와 수법,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춰볼 때 죄책이 무거워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사건 당시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에 대한 타살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내사 종결된 상태에서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자수를 했고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유족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10년과 보호관찰을 선고했다.

이와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와 검찰은 항소를 제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쌍방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미 1심에서 여러 사정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1심 형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후 A씨는 상고를 포기했고, 지난 5월 원심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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